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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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과 메이블의 학창시절에 나눈 깊은 우정에 관한 책이다. 굳이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우정보다는 사랑 쪽에 가까운 감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2018년도에 <우린 괜찮아>가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한 해 가장 훌륭한 청소년 소설에 수여하는 프린츠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았고, 숨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으며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고 한다.

세상의 종말이 찾아와도 단 한사람의 친구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시간을 겪으며 사춘기와 청소년 시절을 지내게 된다.
마린에게는 메이블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가 거대한 파도 속으로 사라져 버렸을 때, 마린은 모든 걸 내팽개치고 뉴욕으로 숨어 버린다.
읽지 않았던 900개의 문자들 중 하나가 말한다. 나는 도망쳤고 메이블은 아직 나를 놓지 않았다.

"넌 슬픔을 쫓는 사람이야?
아니면 그냥 그 책이 좋은 거야?"​
"나도 모르겠어." 내가 말했다.
"내가 그런 사람안지 잘 모르겠어."
"나도." 메이블이 말했다.
"하지만 재밌는 말이긴 하네.'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슬픔을 차단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책에서 슬픔을 찾았다. 현실보다는 소설을 읽고 울었다. 진실은 틀에 갇히지 않았고 꾸밈이 없었다. 진실에는 시적인 표현도 없고, 노란 나비들도 없고, 엄청난 홍수도 없었다. 물에 잠긴 도시도 없고 똑같은 이름을 갖고 태어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남자들도 없었다.
진실은 그 안에서 익사하고도 남을 정도로 광활했다."

마린은 소설을 읽고 <제인에어>에 푹 빠진 사춘기 소녀이다. 메이블과 긴밀한 교류를 하며 사랑을 갈구한다.
마린과 메이블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비밀스런 애정도 나누고 각자의 사정에 의해 떨어져 지낸다. 사실은 메이블이 제이콥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것을 알고 마린이 떠난 것이 맞다.
문득 사람들에겐 시간이 각기 다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은 가장 어두운 파란색이고, 별 하나하나가 환하게 빛난다. 무릎에 닿는 내 손바닥이 따스하다.
혼자인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다.
숨을 들이쉰다, 별과 하늘.
숨을 내쉰다, 눈과 나무.
혼자인 방식에는여러 가지가 있고,
내가 마지막으로 혼자였을 땐 이런 식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기분좋은 우정은 풋풋함으로 가득하다. 감정의 기복과 혼란스러운 성장과정을 혼자 견디는 마린에게 메이블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함께 장을 보고 서로를 위해 선물을 사고 거리를 다니며 쇼핑을 하고 같이 잠을 자는 것은 지금의 학생들도 가장 좋아하는 친구관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마린의 고통과 절망스러움, 하나 뿐인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누구보다 외롭고 절망적인 시기에 놓인다. 자기 자신이 속인 감정과 할아버지가 숨겨왔던 진실을 마주함으로 잠시 혼동의 세계와 맞딱뜨리게 된다.

"파도를 타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이라면, 바다가 냉혹할 뿐 아니라 자신보다 수백만 배 강하다는 걸 알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이 거기서 살아남을 정도로 노련하고 용감한 불사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되는가 보다.
항상 누군가는 죽는다.
단지 누가, 언제 죽느냐의 문제 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손편지의 매력은
이 소설에도 등장한다. 자신을 키우는 할아버지로부터 사랑받고 사는 마린은 가족이 없다. 하지만 엄마로부터 오는 편지로 자신을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할아버지는 오는 편지와 사진들을 자신의 벽장속에 두고 간직하고 마린은 굳이 그 방에 들어가거나 편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진실을 알게 되고 혼란스런 마린의 마음이 걱정스러웠다.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 수 있는 진실을 파헤치고 자연스럽게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과연 진실만이 정답일까?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여름이었다. 다가오는 끝을 애써 외면하는 여름이었다. 무슨 요일인지, 몇 시인지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여름이었다. 햇볕이 너무 더워서 그 열기가 영원히 머물거라고, 우리 앞에 더 많은 날들이 있을 거라고, 손수건의 피는 얼룩 제거를 연습하기 위한 것일뿐 소멸의 징후가 아닐 거라고 믿었다.
그것은 부정의 여름이었다."

만약, ~~했더라면...
만약이라는 가정법은 사람을 얼마나 애타고 부질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지 모른다.
마린은 생각한다.
할아버지의 거짓말들만 아니었다면.
버디가 글씨체가 예쁜 어떤 할머니였다면.
옷장에는 할아버지의 코트가 걸려 있고 할아버지가 자신의 폐가 시커멓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아무 의심없이 자신의 위스키를 마셨더라면.
할아버지의 꿈을 꿀 수 있더라면......

자신을 자책하는 말들이다.
했더라면....

"너무도 불확실한 마음으로 그렇게 말하지만 또 누가 아는가, '언젠가'라는 건 열린 단어다.
그 말은 내일을 의미할 수도 있고 몇십 년 후를 의미할 수도 있다."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난 후에야 자신의 마음에 진실해진 주인공 마린과 할아버지가 자신을 속인 것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할아버지의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상실 속에서 마주하는 진실로 인해 우리는 한층 성장해 나간다.
슬픔 안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사랑과 사람의 진실한 관계를 비로소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하나의 또 다른 문이 열리듯 하나의 세계가 닫히고 찢어진다고 해도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순간임을 알려준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거치는 풍파의 여름을, 밤하늘을,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세상의 진실을 아름다운 언어로 수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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