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구 - 4.19혁명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윤태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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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이야기가
내일의 희망이 되기를"

'민주화 운동'을 젊은 세대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쉬운 방법을 고민하느라 꼬박 2년이 걸린 작품이다. 만화라는 양식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만화 작가들의 시선으로 본 민주화 운동 이야기를 네 권의 책으로 나누어 제작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창비 출판사에서 참여했다.

네 권의 책 중에서 어떤 책이 올 줄 모르고 신청했는데 윤태호 만화가의 4.19혁명 주제로 한 이야기가 왔다.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분의 만화 작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발벗고 나서서 함께 해 주었다고 한다.
각각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집필했다.
윤태호 작가는 실제로 4.19혁명을 겪은 장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작업했다. "민주주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에 도달하기까지 거쳐온 노정을 통해 어제의 이야기가 미래 세대에게 내일의 희망을 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주인공인 김현용이 죽고 난 이후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회상과 고백처럼 이야기가
시작되어 흡입력도 좋다.
1936년 태어나서 보니 일본인의 세상이었다는 대사가 마음이 찢어진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차별이 당연했던 시절. 태어나보니 일본의 군림아래 해방의 기쁨도 잠시, 한국전쟁을 겪으며 피난길에 오른다.
우리 아빠께도 종종 듣는 전쟁의 아픔과 가난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는 감히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었지.​
한참이 지나 다시 학교에 등록했지만 세상은 역시 그대로였고.
귀를 막는다고 안 들리거나
눈을 가린다고 안 보이는 게 아니더라고,
세상이란 게" "겁쟁이.
학교 선생님이 꿈이랬지?
누가? 뭘 가르칠 건데?
우리한테 공감도 못하면서." 동생이 학생 운동에 동참하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며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몸을 사리고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겁쟁이가 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전쟁 중에 아버지를 잃고 형제를 키우는 어머니의 꿈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며 살아가려 몸부림을 친다.
옳고 바른 길이 무언지 알면서도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비애과 고민들이 만화로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죽어보니 알겠네. 훗날이란 없다는 걸.
그저 미루고 있었거나 회피하고 있었거나
외면하고 있었겠지." "정의가 부정당하고, 정의가 부정되고
일상의 모습마저 잃어버린 시대"
한때는 언론탄압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겨졌던 이야기들이 서서히 수면으로 떠올라 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투쟁을 한다.
나 역시 사회과학대 선배들이 모두 모여 데모하던 시대를 겪었다. 최류탄이 터지면 화염병을 밤새 만들어 놓은 것으로 대치를 하고, 잡혀가기 전까지 보도블럭을 깨면서 잡혀가지 않기 위해 방어를 하다가 결국 힘없이 잡혀간 선배들 면회도 가 보았다.
평화적인 촛불만으로 시위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때에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피끓는 청춘들이 정의를 외치고 불의에 맞설 때 힘을 가진 사람들은 외면하고 회피하고 정권에 힘을 실었다. 외로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비겁한 겁쟁이를 감수하며 살아간다.
결국은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진실은 규명되고 반드시 심판의 때가 온다.
시위에 직접 참가했든, 거리 한편에서 응원을 보냈든, 아니면 그저 지켜보기만 했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함께 촛불을 들었던 거리의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시대적 의미는 계승되고 있는 것을 믿는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써 온 만화 덕분에 쉽고 자세하게, 민주화 과정을 알 수 있다. 괴정 뿐 아니라 생생하게 감정선을 따라 글과 만화로 잘 표현되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억압받다 해방되었을 때
얻게 되는 것들이 너무 당연하다보니 새삼스레 느끼기 어려웠던 거지.
공기, 바람, 물, 자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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