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끝에 서 보았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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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대화, 그리고 공감에 관심을 둘 때 작가는 이 책에서 자기 자신과의 소통을 주로 적고 있다.
말로서 사라지는 언어들을 모아 글로 써내린 독백같은 한 사람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져 읽다보니 함께 깊은 사유를 하게 된다.

"내 삶의 주된 비극은 늘 운명의 갈등 속에서 아이러니로 머물러 있다. 나의 삶은 늘 저주처럼 실제의 삶을 거부하는 주체로 살아내려고 하지만 비극은 살아서 꿈틀거린다.

하나의 몸에 깃든 이중의 비참함이 비극을 부르고 있다. 그 갈등 속에서 똑똑한 이성의 섬광을 데리고, 암흑으로부터 비상하려고 한다. 그 힘을 긍정이라고 한다.
그 긍정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힘이다. "

내 주위의 삶은 분명히 진부함이라고 외치지만, 무기력한 거짓된 모습을 하고 초라한 하루를 보낸 나를 멀거니 바라볼 때가 있다.
긍정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나를 사랑하고 나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긍정​
길이 있다. 길이없다. 말하지 마라.
걸어가면 길이다.
저 무거운 집을 등에 진, 느리고 느린 달팽이의 삶 속에도 길이 있다. 그 길 위에서 비상하는 날개를 보았다.
뭐하니? 당신의 고백이었는가?"

언어로 비밀을 숨기지만 몸은 결코 비밀을 숨길 수 없다. 행동하는 몸은 항상 언어로 비밀을 숨기려고 한다. 그 자체가 괴로워지는 아름다운 외로움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생명인지 잘 알아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기도의 응답은 잘 살아내면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 모습이 안정된 아름다운 삶이다.

밤새도록 쉬지않고 잘게 부서지는 비가 내리면서 가슴을 적시는 밤이 있다.
그런 날은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밤,
내내 차가운 비의 단조로움이 마른 땅을 적시며
유리창에 부딪혀 흐른다.

물 자국과 함께 만나는 나의 고독이 가슴을 할퀴고 지나는 감정을 드러내는 수많은 말을 쏟아붓고 싶다.
독백이라는 이름으로...

"언어는 감촉이다. 부드러운 말에 부드러워지고 성난 말에 화가 나듯이 모든 언어는 몸을 어루만진다. 마치 손가락처럼 나를 더듬는다. 언어는 의미 뒤로 숨기도 하고, 고백하기도 하고, 어루만지기도 하고, 논평하기도 한다."

언어로 어느 대상을 향해 특별한 의미의 대화를 나눈다. 때로는 은밀하고 내밀한 독백의 언어로 자신을 향해 기도를 한다.
살아내는 과정 하나하나가 내 기도의 응답일 수 있기를 바라며 살던 시간이 스친다.
내 삶의 이유도 되고 전부도 되었던 아름답고 소중한 행위여던 간절한 기도는 흩어지고 있다.

삶이란 기호와 의미로 다가설 수 없는 숭고한 의식으로 성찰하는 지은이의 책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함께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사람에 대해, 기다림과 고뇌, 비밀과 평안, 충족과 연민, 갈등과 대화, 외로움과 진실,
삶과 죽음...
다양한 단어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독백 그리고 성찰로 가득 차있다.

철학적인 사유를 담고 있어 조금씩 읽고
깊은 생각을 오래할 수 있다.
가벼운 단어들보다는 진중한 의미로 꽉 채운 꼼꼼한 사유들을 내 것으로,
혹은 같은 단어를 보고 나의 생각들을 적어보게 만든다.

어쩌면 이렇게 깊은 곳
삶과 죽음과 외로움과 진실함의 끝에 서 보았는지 궁금해진다.
그 끝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 끝에서 뱉어내는 진하디 진한 말들이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처절하게 아프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시간에
생각도 못한 단어들과 시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왔다.
끝에 서 본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축복일지 모른다.

"삶이란?
기호와 의미로 다가설 수 없는
숭고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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