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 작가 - 우리가 사랑했던
조성일 지음 / 지식여행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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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홀연히 삶을 멈춰 더욱 더 아쉬움레 그리운 작가들이 있다.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 동화 작가 등 이 책에서 다룬 28명은 모두 작고한 작가들이지만 우리 문학사의 한 페이지에 또렷하게 기록돼 있는 분들이다.
그리운 그 작가들이란 제목으로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명만 들어도 설렌다.

김춘수는 생전에 무의미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노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가 내면의 세계로 더욱 빠져들었던 것은 유일한 라이벌 시인이라고 표현한 김수영 때문이었다.
김춘수는 김수영의 <풀>과 같은 작품을 써보고 싶었지만 그에게 선수를 빼앗겨 자연스럽게
그 반대쪽으로 갔다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과 김수영 시인이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다는 점도 처음 알게 된 일이다. 누구에게나 따라 올 수 없는 시적인 매력이 있어서 라이벌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런지 모르지만 자기가 갖지 못한 시를 쓰는 사람을 바라보면 충분히 부러움을 가질 수 있다.
블로그를 다니다가 시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러운 내 마음처럼,,

"그를 키운 건 '8할'이 곰소만 갯벌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이 바람은 질마재를 넘어 대처로 가고, 대처는 그 질마재를 넘어 바다로 왔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지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날-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는 노래하듯 자동으로 이 시가 떠오른다. 아마도 서정주 시인은 이 푸르른 봄날에도 저기 저기 하늘에서 아름다운 시를 읊고 있을지 모르겠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므로^^

"박완서-삶이 소설이었다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난 박완서의 어린 시절은 그럭저럭 유복한 편이었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평화롭고 단란하기만 했던 가정을 가난, 죽음, 고통, 아픔이란 단어로만 설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작가 박완서의 탄생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역사에 가정법은 없지만 만약 전쟁이 없었다면, 가난하지 않았다면, 과연 소설가 박완서의 문학은 가능했을까..
박완서의 불행한 상처는 전쟁만이 아니었다. 남편이 폐암으로, 의대 레지던트였던 외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했다.
그것도 한 해 넉 달 차이에 일어난 일이라니.

박완서 작가가 살아낸 세상은 연륜으로도, 머리로도, 상식으로도 이해 못할 것이 너무 많아 보인다. 소설을 배워서 쓴 것이 아니라 인생 자체가 소설같은 삶을 살다 간 이름 박완서를 기억한다.

오빠를 잃은 슬픔을 담은 <엄마의 말뚝>
남편을 잃은 슬픔을 담은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담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등 모두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 있다.
<나목> <그 여자네 집><아주 오래된 농담><노란집><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작가에 대한 그리움은 계속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빈 집>의 시인 기형도는 첫 시집을 내지도 못한 채 준비하던 원고 뭉치를 안고 서울 파고다 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던 요절 시인이다.
<엄마걱정>이라는 시처럼 유년의 시절을 보낸 기형도의 삶과 죽음이 너무 안타깝다.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로 시작해 " 그 온몸에 눈물이 차오른다"로 끝을 맺은 <혼불>은 200자 원고지 1만 2000장에 달하는, 17년 세월을 머금으며, 말 그대로 굽이굽이 흐르는 큰강처럼 흘러온 대장정의 산물이었다.

작가 최명희에게 있어 <혼불>은 그의 전부였다.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서 들었던 '혼불'이야기에 매료됐던 그는 이걸 작품으로 쓰기로 맘먹고는 자신의 모든 걸 다 바쳤다.

홍명희의 <임꺽정>에서 시작되어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장길산>,
조정래의 <태백산맥>으로 이어지며
우리 문학사를 풍성하게 가꿔주는
대하소설의 마지막 계보를 장식한 <혼불>을 쓴 작가 최명희를 기억하자.

병을 알고나서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원고를 다 마친 후 2년의 투병생활 끝에 고인이 되었다고 한다. 작품에 대한 정성과 열정이 존경스럽다.

그리운 그 작가들의 삶과 흔적이 담긴 역사를 몇 장의 글로 알수는 없지만 마음에서 존경스러움과 안타까움이 많은 작가들이었다. 요절한 아쉬움, 병마와 싸우다 조금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권정생님과 정채봉 동화 작가님도 좀 더 오래 좋은 글을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

작가들의 태어남부터 작품세계, 다양한 연결성 등 작가의 간단한 연혁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모두가 꽃이 되고 싶고
이름이 불려지고 싶고
마음에 새겨지는 의미가 되고 싶다.
작품에서 빛나고 이름으로 기억나는 얼굴들을 보게 되어 인상적이었다.

그리운 작가와 좋아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더욱 깊이 읽었다. 아름다운 문학으로 그들을 영원히 만날 수 있으니 가슴이 새겨지는 이름들이다.
정말 한 문장, 시 한구절만 읽어도 알 듯한 이름들이 모두 그리워진다.

책 제목이 딱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운 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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