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류형정 지음 / 뜻밖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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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표지를 들추니 이쁜 만화와 정갈한 손글씨로 가득한 책이다. 봄분위기 타듯 마음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어 가볍고 재밌게 읽었다.
세상엔 재주많은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아기자기한 그림에 손글씨까지 써서 나만의 책 한 권을 만드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 작업일까?

"나는 믿는다.
언젠간 나의 꽃이 피리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틈에서 필 수 있으니
나를 많이 들여다봐야지"

표지부터 너무 귀염미를 발산한다.
네컷이나 두컷 혹은 한 페이지에
생각과 글을 정성껏 손글씨로 눌러 쓴 에세이 만화

"가끔은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가시나무>의 가사처럼
여러 가지의 나는
여러 사람을 만나거나
여러 일을 통해 드러난다.
그럴 때마다
그런 모습이 정말 내가 맞을가 고민하고
여러 모습의 나를 보며 흔들리지만
다양한 감정과 태도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단단해지기도 한다."

직업병으로 어깨가 아파서 뒤의 여러 장은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썼는데 너무 정감이 가고 웃음이 나오는 책이다.
자기의 일에 의미를 찾고 자꾸 잠자고 있는 자신을 깨워내는 일을 하는 작가의 노력들이 너무 부러웠다.

스무 살에도 서른 살에도 나를 찾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남들보다 뒤늦게 나를 알아간다. 사실 아직도 나를 나 자신이 잘 모르고 내가 어렵기도 하다. 누군가 나에 대한 것을 질문할 때 의미를 부여하며 확신있는 답을 내놓을 수 있는지 들여다본다.

어느 날의 바다.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바다 사진만 찍는다.
바다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그날의 나의 마음을 바라다 보는 일
시선을 바꿔보는 일은 참 멋지다♥

"작은 것들은 작지 않다.
늘 제일 큰 노트 대신 작은 메모지를 쓰고
큰 소리 보다 작은 소리에 집중한다.
작은 연필이 연습의 길이를 보여주고
작은 말이 모여 큰 힘이 된다.
나의 작은 그릇에는
작지만 소중한 마음이 담겨 있다."

학창시절부터 무언가 글감이 떠오르면 바로 쓰라는 문예부 선생님의 지도에 수업 중에도 문득 창밖을 보다가 시가 떠오르면 연습장을 꺼내 끄적거렸다.
문학 소녀를 꿈꾸던 나의 10대와 20대를 잃어 버리고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온 시간들이 훅 하고 지나간다.

결국은 내가 지치지 않을 정도로 했어야 했는데 나를 너무 혹사시켰다. 몸도 마음도 망가진 후에 돌보는 나의 삶을 찾아가려니 어설프고 서툰게 한둘이 아니다.
작가가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왼손으로 그린 그림까지 멋스럽다.
살짝 웃음도 나는 재미난 책이다

"무용수의 동작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마음이 들뜬다. 인간이 저래도 되나.
마음을 이렇게 뒤흔들어도 되나.
무언가에 매혹된 인생은 황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단한 바위같이 곧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 어디에도 사로잡혀 있지 못한다.
유연한 몸을 가지고 싶고,
유연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그래서 유연석을 보면 그렇게 설레고 좋은가 싶다. 계속 설레서 유연해져 미끌미끌거리고 싶다."

무용수의 유연함, 영원한 댄신 퀸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을 볼 때 느끼던 황홀함이 이런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가질 수 없는 유연함과 우아한 몸짓, 그 안에 깃든 마음까지 유연할 것 같은 그들의 마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는 유연석이 좋단다. 나는 밥잘사주는 예쁜 누나부터 정해인의 미소가 좋다.
요즘 스치듯 보게된 반의반이라는 드라마에도 그 선한 미소가 고스란히 담겨 설렌다.
이 누나같은 이모(?)마음 설레게 하는 정해인.

부록에는 스무장 정도 왼손으로 그림을 그렸다.
손글씨 대신 워드로 대신 했지만
책에 대한 작가의 열심과 애정이 보였다.

봄에 피는 꽃이 다르고 여름에 피는 꽃이 다르고, 가을과 겨울을 기다리는 꽃이 다르듯이 내 안의 꽃도 언젠가는 피어날 것을 믿어본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을 즐겨보는 일.
바람직한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며 서서히 농축되어 가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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