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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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 작가는 지난 해 <혼자의 가정식:나를 건강히 지키는 집밥 생활 이야기>로 만나고 두번째 책이다.

지난 책에서는 소소한 일상에서 건강을 위해 직접 장을 보고 밥을 지어 먹는 혼자만의 집밥 레시피를 소개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는 작가였다.

이 책에서는 작가의 다양한 일상과 취향을 좀 더 내밀하게 털어내고 있다. 생각을 쓰고 문장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은데 참 정갈하다고 느낀 이유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책벌레처럼 많은 책을 읽어오신 분이었다. 오빠의 책들을 보이는 대로 읽어서 초등학교 5학년때 <죄와 벌>을 읽고 사람이름이 너무 어렵고 잔인한 내용이라고 독서록을 썼을 정도라고 하니 역시 글솜씨는 독서의 능력이다.
많이 읽어야 내 안에 품었던 말들이 글로 표현되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테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오래전 나는 사는게 허무해서 작은 물건이라도 쇼핑하며 하루를 견디듯 살았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미니멀리스트로 나의 태도를 변화시킨 뒤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물건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자 내 몸과 마음을 편안히 돌보는 데 신경을 쓴다. 친절과 긍정을 가져온 운동과 좋은 식사, 규칙적인 생활이 이어지는 이유다."

"물건보다 경험을,
경험보다 배움과 깨달음을 얻으며 충만함을 느낀다.
나는 생활, 건강, 일, 지성, 감성처럼 내 삶을 이루는 영역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

미니멀리스트로 최소한의 짐으로 가벼운 삶을 선택했다. 그대신 다른 것들에게 더욱 마음을 쏟는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건강으르 챙기고 배움과 지성을 채워가는 일이다. 어찌보면 욕심이 없어보이는 듯하지만 자기를 챙기는 일에 남들의 시선으로 아웃사이더가 될망정 좋은 것에 욕심을 내고 길들이는 모습이 배울만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수집하고 있는 물건은 지금 내가 빠져 있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장 간결하고 명확한 증거물."

예전에 한창 십자수 취미에 빠졌을 때 십자수 실을 모으는게 취미였다. 불면증을 이기며 시간을 보내는 데는 십자수만한 것이 없었다. 큰 바느질 실통으로 네 통의 실이 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할 틈이 없어졌다^^

누군가는 쓸데없어 버리는 쇼핑백을 모으는 것이 또한 내 취미이다. 간혹 딸아이도 외출하고 이쁜 쇼핑백은 꼭 챙겨오는 편이다.
어느 때는 그 안의 물건보다도 특이한 쇼핑백을 보면 그것에 탐을 낸다. 쇼핑백을 보며 세상 다가진 듯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보면 재밌다.

작은 것부터 크기도 다양하고 색도 두께감도 모두 다양하게 모은다. 필요할 때 물건을 담기도 하지만 모으다보니 점점 살림이 늘어서 이것들을 챙겨서 이사할 때마다 종종 버리기도 한다. 아마 20대부터 시작된 작은 취미생활이다. 아기자기한 쇼핑백을 모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 딱 맞는 포장을 하게 될 때 뿌듯하다.

"진짜 휴식은 아무것도 안하는게 아니고 몸과 마음에 뭉치고 쌓인 것을 풀어내야 생기는 것임을 예전에는 몰랐다.
바쁘고 짜증나고 정신없다고 느낄 때도 깊은 호흡 세 번이면 마음이 준비된다. 고작 숨쉬기 몇 번이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건 몸의 신비로움이다. 마치 컴퓨터를 껐다 켜는 것처럼 몸과 마음의 리셋열쇠는 호흡에 있었다.
순환과 균형의 시간.
내면에서 은은하게 차오르는 차분함으로 급한 성질과 날카로운 신경을 다듬고 중간에 이르게 하는 여정이다."

"늙어서 할 일이 없으면 어떻게 해.
그게 바로 죽은 거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니 일할 계획, 그거 굉장히 중요해요. 체력과 능력의 한계를 넘지 말아야 해요.
10퍼센트를 남겨두세요.​
뛰지말고 걸으세요. 오래 살면서 오래 일할 플랜을 세우는 거.
이거 굉장히 중요해요. 꼭 기억하세요"
--아흔을 넘긴 현역 패션디자이너 노라노의 조언

너무 급하게 달리는 인생인데도 자꾸 주위에서는 더 빨리가라고 채찍질을 하며 내 한계치를 넘어서 뛰고 달리게 만든다.
오래 할 수 없고 지치는 이유겠지...
누가 뭐래도 뚜벅뚜벅 걸으면서 즐기듯이 10퍼센트의 재능과 능력을 남겨두는 일.
기억해야겠다~^^

"표정에서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 좋다. 무언가에 사로 잡혀서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사람.
우직하게 어떤 일에 매달려 있는 열정적인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즐겁다. 힘든 일을 털어놓을 때도 결국 긍정적인 말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자기 연민은 살짝 스쳐갈 정도로만, 남을 비난하는데 소중한 시간과 체력을 절대 낭비하지 않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에게 커다란 매력을 느낀다."

작가처럼 구체적으로 나열하기에는 빈약하지만 내게도 명백한 기준이 있다. 약속을 하고 쉽게 잊지않고 잘 지키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시간관념이 있는 사람, 너무 많은 말은 아니지만, 꼭 해야 할말은 하는 사람이 좋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투명한 사람, 거짓없고 의리를 알고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 밝지만 가볍지 않은 사람..

작가의 의견과 동일하게 자기 연민은 스쳐갈 정도로 자존심과 자존감을 적당히 부릴 줄 아는 사람이 편하고, 웃음 코드가 맞아 함께 빵하고 웃는 게 닮은 사람이 좋다. 눈이 맑아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주고 그 눈에 눈물을 담아내는 사람이 좋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공유하고 내 삶과 견주어 보는 일. 듬성듬성 구멍나고 허술한 나의 일상을 다시 배열해보는 일은 즐겁다. 기울어지고 고장난 곳을 점검해보고 균형과 조화를 맞춰 나가려는 노력을 다시 해야겠다.

올해 시작하면서 나를 좀 더 챙기고 건강에 신경쓰기로 했는데 코로나를 핑계삼아 하고싶던 수영까지 못하니 가벼운 산책도 안 나가고 게을러진다.
계단 오르기부터 산책으로 이어지는 나의 일상을 마스크와 함께 하면 될 것임에도 마음 먹기만 한달째....
굳은 몸을 활보하며 나의 일상을 회복해보기로 다시 한번 의지를 활활 태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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