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래요
김라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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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책이다. 이담북스 서포터즈에서 지난 달에는 '여행'을 테마로 빵과 맥주여행을 보내주더니 이번 달은 '어른들의 진로고민'이라는 주제로 책을 보내 주셨다.

표지를 보자마자 우리 딸이 깔깔대며 사진을 찍어 반톡에 올린다. 개학이 3주 연기되어 과목별로 집에서 할 과제가 엄청 많아 안그래도 자퇴한다고 농담을 하더니만 자기 마음 같은 책을 보니 반가운 모양이다. 미리 예방주사라도 맞아야 하나..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모범생이었고 자랑이었던 내 아이의 느닷없는 '자퇴선언'
이 책을 읽기 전에 궁금한 내용은 두 가지였다.
어떻게 이겨냈으며 어떤 사연일까?
내가 이 말을 듣는 다면 어떤 기분일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눈앞이 아찔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겠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아이에게 화를 내고 몰아 붙이다가 지쳐 나가 떨어진 작가는 없던 병이 생겨 수술까지 했다.
엄마는 자신을 돌보고 아이를 돌아보며 무엇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는지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 누구나 그렇듯이 식겁해서 아이를 채근하다가도 결국 모든 화살을 나 자신에게로 돌리게 된다.

나의 자랑으로 아이를 행복하다고 포장한 건 아닌지.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프레임을 짜놓고 틀에 가둔 획일적인 교육에 맞추는 것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일까?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배우던 방식으로 나를 가르치기 버거웠듯이 우리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분명히 방향이 다를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점점 빠르게 변화되고 아이들의 관심은 다양하다. 모두 같은 자리에 앉아 대학입시 위주의 공교육과 사교육에서 아이들의 삶은 사라진다.

하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친구도 멀리하고 공부만 해서 얻어지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소유를 더 이상 늘릴 수 없다면 욕망을 줄여 삶을 조절해가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아직 나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아이에게 마치 정확한 지도를 그려 주듯이 내놓을 수 없다.

곧 고등학교를 앞둔 내 아이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정독해서 읽었다.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보장되어야 하는 입시전쟁. 이미 강남에서 제외던 경기 외곽에서 학교 내신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름대로 혼자 열심히 학원도 안가고 자기주도와 관리를 하지만 학원의 지도를 받지 않기 때문에 늘 걱정과 불안이 된다.

매일 영어단어라도 외우면 어떨까?라고 슬쩍 압박하는 것이 나의 전부이다. 믿는 마음으로 지지한다는 것 때문이지만 사실 덕질하느라 오래 휴대폰을 들고 있으면 나도 속이 상한다.
"언제 애들을 따라 갈래?"
어쩌다 한마디하면
"내가 왜 꼭 애들을 따라가야 해?"라고 말하는 당당한 딸에게 우리 사회는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엔 꿈이 아쉬워서 그냥 웃고 만다. 그래 맞다.
네가 즐겁고 행복하면 되지^^

나도 사교육을 하고 있지만 하루종일 학원을 서너개 다니며 주말에도 친구들과 만날 시간이 없는 아이들을 볼 때 안타깝다. 반면에 시간이 너무도 많아 피곤하면 잠자고 할일 없으면 친구들과 하하호호 즐거운 우리딸은 엑소엘로서 덕질할 때 가장 행복해하며 행복지수는 최고이다.

조금 늦어도 하고 싶은게 생기면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딸의 마음을 존중하면서도 주위의 엄마들의 사교육을 보면 점점 불안해진다. 서서히 준비해야할 때라고 세뇌를 하는 중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꿈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나는 정말 희정이를 보며 불안했다. 다시 아이의 의욕을 되살릴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학업 성적으로 가기 싫다면 가 잘하고 평생 즐길 수 있는 것으로 해 보라고 아이를 타일렀다."

"질문하면 나대는 아이로 찍힌다. 다들 아는 것인데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비웃을 당하기 쉽고 남들도 다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혼자 잘난 체한다고 왕따를 당한다. 질문이 없고 궁금한 것이 없고 발전이 없고 생각이 없는 죽은 교실, 그런 교실로 대한민국 수업시간은 진행되었다. 무기력과 의욕상실을 키우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이 책 저자의 아이도 영리해서 국제 중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일사천리도 움직인 엄마의 기대대로 잘 자라는 엄친아였다. 갑작스런 아이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이래저래 답답한 중에 화살을 모두 아이에게 돌리고 자신을 찌르는 시간을 지나 돌아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21세기 미래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우리의 경험으로 교육해 줄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학교 교육의 내요은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협력, 창의성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것 자체의 의미가 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불확실한 세계에서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적 탄력성과 풍부한 감정적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부모자식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아이들이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고 말하며, 부모를 통해 태어났지만 부모에게 속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을 베풀 수는 있지만, 부모의 생각대로 만들 수는 없는 존재임을 말해준다. 아이들도 그 자신들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부모는 그 자식에게 '육체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을 줄 수는 없다. 아이들은 각자의 꿈을 꾸고, 각자의 생각을 따라 살아야 하는 독립적인 존재인 것이다."

나 역시 나의 분신같은 딸하나를 바라보다보니 기대와 불안감이 컸다. 거기에 아이가 잘하니까 내가 잘하는 것 같아 좀 더 챙겨주고 싶었다. 주변의 친구들 보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키우면서 친구들의 학구열이나 헬리콥터 맘의 삶이 아이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치지못하는 것을 몸소 배웠기에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을 내려놓았다.

독서를 통해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기에 번번이 내 마음도 다스려가야 했다. 부모들의 마음은 다를 바가 없다. 자식이 좀 더 나은 조건과 환경에서 공부하고 좀 더 편한 길을 통해 안정된 생활을 해가며 겪지 않아도 될 고생을 피해가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 혹독한 댓가를 치루고 깨달은 인생을 내 딸은 조금 일찍 깨우치길 바란다. 실패도 해보고 아픔도 좌절도 해봐야 더 단단해진다는 것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자신 만의 길이기 때문이다.

"희정이가 자퇴한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자퇴하게 했던 희정이의 첫 계획은 무산되었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접은 것 같다. 그래도 원없이 노래를 부르고 댄스동아리 연습을 빠짐없이 나간다. 분기마다 길거리에서 버스킹도 한다. 새벽 6시에 출근하는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자기 용돈을 벌고 저축을 하고 있다. 스스로 원하는 학과를 찾고 대학을 찾았다. 희정이는 지금 한국방송통신대학 대학생이 되었다. 그렇게 목숨을 매지 않아도 우리의 아이들은 대학에 갈 수 있다. 목표와 정해진 궤도를 조금만 수정하면 된다. 희정이는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공부한 후 필요한 학업을 계속 더 진행하거나 새로은 경험을 해 보겠다는 의지도 생겼다.

세 아이를 둔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다. 아이들의 생활을 하나하나 챙겨주던 부모의 역할에서 한발짝 떨어져 아이와 나란히 걷는다. 도움을 요청할 때 살짝 나의 의견을 말해 준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는 눈물을 닦아 주고 포옹하며 위로하고 다시 일어설 때까지 안전한 공간을 주고 기다려 준다. 인생의 정답을 통달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미처 몰랐던 여유를 찾았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는 책이거나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은 아니지만 직접 아이를 키우고 엄마를 당당하게 만들던 분신같은 아이가 느닷없이 자퇴를 해온 경험을 써서 그런지 공감이 되었다. 특히 학교 교육 대해서 비판하는 부분은 내가 고민하는 부분과 닮았다. 홈스쿨을 하고 싶을 정도로 학교의 조직이 안맞을 때도 있었다. 아이에게 학교의 교율에 맞추라며 무조건 모범생을 강조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꼭 좋은 서울의 명문대학을 나와서 잘사는 삶을 보장 받는 사회가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 다양한 시대에 살면서 대학입시에 맞춰진 공부에 시달리고 대학을 가면 좋아하는 탐구가 아니라 다시 취업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안타깝다. 공부하는 국 영수 책 외에 시집이나 소설을 마음껏 읽어볼 여유도 없는 아이들의 감정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고민을 해본다. 부모로서의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서로에게 올무가 되지 않도록 더욱 믿어주기로 했다. 필요할 때 능력이 될 때 스스로 할 수 있을 때 나의 힘을 얹어주면 될 것이다.

우리가 믿는 만큼 내 아이는 클 것이므로.
내가 홀로 끌고 밀려 힘겹게 오르는 길이 아니라 아이와내가 함께 인생의 동행하는 친구로서 함께 웃으며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퇴를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신념이 확실하다면 지지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물론 내 아이는 안그러겠지...믿는 도끼에 발등찍히는 일은 없길 바라며 예방주사 한대 맞은 느낌으로 ^^;;;)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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