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할 용기가 없는 당신에게
리을 지음 / 부크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상처입고 우울한 과거를 글로 써내며 치료받은 리을작가의 일상 에세이다. 예전에 즐겨 다니던 카페 이름이 '디귿'이었는데, 이번에 '리을'이라는 이름의 작가를 만났다.^^
위로의 에세이가 넘치는 세상에 잠깐이라도 이 책을 펼쳐 읽으면 나와 같은 아픔과 상처를겪은 작가가 전하는 단단하고 따뜻한 언어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에, 삶에, 사랑에 그 모든 것에
지쳐버린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낸
당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주세요"

너무 나와 닮은 문장들을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사실 아픈 사람은 괜찮은게 아니라 괜찮은 척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는 건 아파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위로이기 때문이다.

혼자 감내하고 '나만 아프고 말지'하는 마음으로 감추다보니 정작 병이 나고 잃어가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지쳐서 나를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 기껏 방어하는 수단으로 사람을 멀리하게 되고, 상처를 받기 전에 내가 먼저 도망가버리는 가시가 돋아가고 있었다.

마음에 쓴뿌리처럼 조금씩 돋아난 가시는 나를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히려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차피 사람은 서로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살아가는 것을 늦게 알았다. 감정에 솔직해 지는 법을 조금 일찍 알았다면 내가 좀 덜 아팠을까? 고장난 내 심장에게 많이 미안해진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의 상처는 가시가 아니라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조금씩 마음을 열다보면 언젠가는 가시를 잘라내 줄 사람이 올 거라고
내 맘을 알아주는 것 같은 작가의 말들은 또 한번 나를 위로한다. 함께 작가와 내가 대화하는 시간처럼 가까이 와 닿았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나에게 사고처럼 닥친 비극에 너무 빨리 일어나려 하지 안해도 되고 너무 빨리 다시 웃으려 하지 않아도 되고 너무 빨리 괜찮아지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역효과가 난다. 괜찮은 척 살아가는 날보다 어쩌면 한 번이라도 나의 온전한 상태를 마주 보는 그 시간이 더 빠르게 나를 일으켜 세워 줄지도 모른다."

나의 약함을 약한대로 인정하고
강하다고 괜찮은 척도 하지 말고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을 연습하는 중이다. 다행이다. 나의 감정들을 쏟아낼 수 있어서...

"모든 것은 흘러간다. 이 시간 역시 흘러갈 것이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사람은 결코 나약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당신은 당신 생각처럼 결코 나약하지 않다. "

"민들레같은 사람에게
사람의 마음은 전염된다.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에게 향기를 옮기고 색을 입히는 힘을 가졌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마음이 참 예쁜 사람, 피어나 수많은 꽃씨를 뿌리는 민들레꽃, 사람에게 꽃말이 있다면 당신은 민들레가 아닐까. 그 예쁜 마음을 지켜주길 바란다. 당신의 존재만으로 누군가의 지친 하루가 봄내음으로 가득 찰 지도 모르니까."

읽으면서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위로의 말들을 소곤소곤 들려주는 작가의 글 덕분에 내가 사랑스러워진다. 민들레 같은 사람도 되었다가 별같은 사람도 되어본다.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난 진솔한 말들이 위로가 되어 가슴을 채워 나간다.

"나만 모르는 이야기
별은 혼자 빛나기에 자신이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알지 못한다. 어둠이 내린 후에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로 인해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였는지, 누군가의 밤을 얼마나 밝게 비춰줬는지.
당신도 빛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별처럼 혼자 빛났기에 스스로 알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면 한다. 당신만 모르던 당신의 가치를 알게 될 테니까."

길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고 난 뒤에 만들어진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은 신경을 써야 할 장애물이 없는 삶이 아니라 장애물이 다가와도 그것을 웃으며 뛰어넘을 수 있는 삶이지 않을까?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사람들에게 나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걸어가기를.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를."

리을 작가의 아픔이 결국 많은 독자들을 치유하는 것처럼 우리의 흉터들도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 함께 드러내며 안아줄 수 있는 아픔들이다. 부끄라워말고 숨기지도 말고 나의 아픔과 흉터들을 안아주기로 한다.

"사람은 저마다 크고 작은 흉터들을 갖고 살아가지만, 대부분 흉터를 숨긴다. 내가 가진 흉터들은 나를 닮았고 그 흉터들은 치열했던 삶의 기록이다. 아픈 상처를 가졌다는 건 그만큼 삶의 온도가 뜨거웠다는 증거이다. 바보같이 사랑했고 미련할 정도로 사람을 믿었으며, 상대의 아픔을 나의 아픔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내가 믿는 소중한 가치들을 아플 만큼 꽉 껴안아 봤다는 증거. 그러니 당신의 흉터는 결코 부끄러운게 아니다. 숨겨야 할 아픔이 아니다. 당신이 아팠던 만큼 타인을 이해해줄 줄 아는 사람이고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뜨거운 삶 속으로 뛰어들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니까.
나를 아낀다는 것은 나의 흉터를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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