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을 읽는 시간
손윤권 지음 / 밥북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촉촉한 사람이 되기 위해,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다 선택한 방법이 책읽기라는 작가 손윤권이다. 소설을 읽고 분석하는 일을 하다보니 오히려 감성을 잃고 메마르고 차가운 사람이 되어가는 자신을 만난다. 시집도 읽고 영화도 보았지만 산문집이 특효약으로 작용했다. 산문이야말로 민낯을 내어보이며 솔직한 문체에 감동을 주고 인생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대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좋아하는 산문집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읽기 편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빠져들어 읽고 나면 한동안 힘들고 지칠때 나는 시나 에세이를 읽는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일상속에서 건져 올리는 이야기들은 각각 다른 인생이지만 묘하게 공통부분이 생기게 된다.

여행, 세상, 관계, 일상, 배움과 청춘이라는 여섯 개의 주제로 산문집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 읽지 못한 책 소개도 많았지만, 이름만 들어도 행복해지는 작가님의 작품이 거론될 때는 내 책장을 한번 둘러 보게 되었다.

떠나는 순간 우린'나'를 만나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나는 여행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있다. 그래서인지 첫번째 장부터 기분 설레며 읽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여행을 다녀온 작가님들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따라 가고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병률의 <끌림>을 펴놓고 싶어졌다. 여행을 가든 산책을 하든 가장 적절한 속도의 여행법이 있기 마련이다. 가벼운 에세이들도 있지만 우리나라 곳곳에 숨은 자연과 문화재의 역사와 문화, 거기에 깃든 철학까지 찾아가는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전권을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읽을 때마다 그의 글을 통해 우리 국토가 박물관이 되는 사실을 아주 친절하게 보여준다.

한때 김훈 작가에 빠져 소설이며 산문집을 절판된 것까지 모았던 적이 있다.
<자전거 여행>을 읽고 독서모임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작가의 글 속에 있는 순서 그대로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절판된 <바다의 기별>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나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를 모으면서 김훈 작가와 가까워지는 기분으로 홀로 흥겨웠던 시간이 떠올랐다. 묘사가 뛰어나며 군더더기 없이 드라이한 그의 문장들은 길거나 허황한 말이 필요치 않음을 그의 소설과 산문집에서 배우게 된다.

직언:잘못된 세상이라도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말

김별아 작가의 <삶은 홀수다>라는 책도 관심이 갔다. 남을 살리는 말보다 남을 죽이는 말을 더 잘하게 되고 칭찬에는 인색하면서 험담에는 넉넉한 이중성이라든지, 댓글하나 안달면서 남의 댓글만 열심히 보며 일희일비하는 일들이 우리 삶속에 병적으로 침투해 있다. 때론 사회의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들이 성실하고 뚝심있게 해주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이름을 아는 작가님들의 작품들은 3장과 4장에 포진되어 있었다. 유명한 작가님이라도 내가 모르면 모르는 작가님이 될 수 밖에 없다^^;;

감탄사:국어의 9품사 중 우리가 가장 많이 써야 하는 품사

박완서님의 <세상에 예쁜 것> 제목마저 사랑스러운 읽은 책을 다시 책꽂이에서 꺼내게 만드는 매력이 생기는 책이다. 박완서님의 소설 <나목>을 읽고 푹 빠졌다는 작가님의 박완서님 사랑..나 역시 그분의 이야기와 문체를 사랑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편한편 읽을 때마다 일상의 생각과 고백들이 모자르거나 넘침없이 푸근하지만 지혜로움으로 가득차 있을 뿐 아니라 가독성까지 뛰어나다.
일상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 <세상에 예쁜 것> 언제 읽어도 생명력을 지닌 감동으로 찾아온다.

감사와 배려를 말씀하시는 이해인님의 산문집도 읽고 싶다. 문득 친구들과 손편지를 주고받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추억여행의 시간을 주기도 한다. 지금처럼 즉각적인 톡이나 문자가 어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쓰는 편지 같은 글. 그 글 속엔 글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의 독백과 독백의 대화까지 공존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먼 곳에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전해지는 손편지의 느낌까지..
작가의 시선으로 책을 소개해 주는 산문집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분류로 나열해 놓았겠지만 선택적으로 찾아 읽기에 좋을 것 같다. 한눈에 어떤 작가의 어떤 책인지 두세장 분량에 소개와 더불어 자신의 감상을 적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정말 종이로 지어진 집같은 책들이 너무도 많어 행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