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
HELENA 지음 / 보름달데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한 걸음 가면 너도 한 걸음 와야지"
하고 강요하지 않을테니까
너는 거기 가만히만 있어줘.
내가 갈께...

구애-HELENA

책을 받으면 첫인상이 좋은 책이 있고, 빨리 읽고 싶은 책이 있고, 천천히 아끼고 싶은 책도 있다. 이 책은 표지가 정갈하고 다이어리처럼 이뻐서 설레고 기분좋게 읽을 순서를 기다린 책이다. 작가님의 친필 엽서에 감동을 받았던 첫만남이 기억나서 더 정성스럽게 읽게 되었다.

보내주실 때 일일히 손글씨로 보내주신 사랑에 연애편지를 받는 느낌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오직 한 사람에게 보여주고자 써내려가기 시작했던 글이지만, 쓰는 동안 작가 자신 스스로가 위로를 받은 위로글의 모음이다. 

넘치는 열정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감정들을 연애편지에 그려내듯 소중하게 담아냈다. 사람의 감정이란 때로는 비슷한 그래프를 그려가는 것일까?^^ 내가 사랑했던 기억이 비슷하게 떠올랐다.ㅜ
설레고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행복하고 그러다가 슬퍼지고 외롭고 아프기도 했던 이별까지...

잊으려고 묻었던 감정이 떠오르니 가슴이 아리고 먹먹해 진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다는 존재로서의 가치는 아름다운 빛을 발하지만, 이별하는 순간엔 인생에서 가장 슬픈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다.

당신은 나에게 늘 물음표였다. ​
처음에는 웃는 얼굴로, 그 다음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 다음에는 열정으로 다가왔던 물음표들에게 환멸을 느낀 것은 온점을 찍어주지 않는 당신때문이었다.

당신이라는 하나의 물음표에 수 천 가지 온점을 찍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온점을 완벽하게 
찍어낼 수 없는 질문이 있다. 
과연 나는 당신에게 한번이라도 물음표였던 적이 있었을까.
p.50-51 물음표

기억이라함은 과거의 일을 흑백사진처럼 저장하는 것이 분명한데 방금 전에 일어났던 것처럼 생생하게, 혹은 있지도 않았던 일처럼 사라져서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잊고 싶지 않아서 자꾸만 기억할수록 좋았던 장면들은 증폭되고 아팠던 장면들은 저절로 삭제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기억이라는 것은 못된 짓을 하는데 희망사항을 기억으로 탈바꿈해 저장해 놓거나 내가 마주하기로 마음 먹은 상처 같은 것을 멋대로 지워버리는 일들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그래서 자꾸 당신과의 기억을 헷갈려 하고 마땅히 화를 내야함에도 자꾸 웃어주게 만든다.
p.158 기억하는 일

어쩌면 삶이란 건 타인과 스스로에게 구애하고 구애받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운명이라고 믿게 되는 사람과의 교감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희열을 선사한다.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할 때 상처받는 관계에서의 날선 감정들은 서로를 피폐하게 만든다. 노래 가사처럼 아름다운 이별이란 건 있을 수 없는 일일까.
가장 일상적인 언어가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감정으로 담담히 이야기 할 수 있다.
조용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읊어내듯 써내린 에세이가 연애편지처럼 구애하듯 혹은 구애를  바라는 듯이 진심이 담긴 글.
잊거나 묻으며 살아온 무딘 가슴 속에 첫사랑의 기억이 떠오르는 풋풋한 책이다.

그래. 나도 너처럼
그대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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