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겁에 질린 눈동자, 그리고 소년의 엄마가 건네던 마름모 꼴의 알약.'넌 누구냐....'한준은 목이 메었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매디컬 미스터리 추리소설국내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장르의 소설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손에 들고 책장을 일단 넘기기 시작하면 두세시간 만에 순삭!!한준은 경비행기 조종사이면서 교관이다. 사랑하는 희우로부터 갑작스런 이별통보 문자를 받고 그녀의 집으로 가던 중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사고로 시작되는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다.병원으로 후송되어 최면치료와 더불어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난 병명은 희귀병인 "햇빛공포증" 하늘을 날고 비행기를 조종하는 한준에게 햇빛공포증이라니!!검은호수 밑바닥에 묻어둔 유년 시절의 과거.너무도 힘들어서 잊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마주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괴물의 실체.사람마다 느끼는 고통과 아로새겨진 기억은 조작되고 심지어 다르게 저장된다.어둠 속에 오래 있어 본 사람은 안다. 어둠에게 눈이 있다는 걸.빛은 만물을 세상에 드러내지만, 어둠은 검은 날개로 만물을 가리운다.그리하여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은 오직 어둠하고만 눈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피할 수 없는 어둠과 오롯이 대면할 때,그 속에서 보게 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두려움이라는 것도 한준은 알고 있었다.냉소적이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담당 주치의 주승과 자신의 병을 이겨내려고 과거의 흔적을 마주하며 고통스러워하는 한준. 그런 한준을 안스러워하며 묵묵히 지켜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심리치료사 소영.으르렁 거리는 그들 곁에는 송화와 희우라는 이름의 꿋꿋하고 아름다운 사랑하는 이가 있다.의료진들과 주인공의 팽팽한 심리전이 너무도 긴박하고 전개가 빨라서 책을 놓을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매력적인 소설이다.처음의 긴장과 섬뜩함들이 조마조마하면서도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니 모두가 결핍된 고통을 끌어안고 살고 있음에 슬픈 빛이 드리워지며 애잔함이 가득찬다. 관계와 사랑, 이해와 단절, 소통과 기억, 배반과 용서....과거의 슬픈 인연이 고통과 어둠으로 내몰고 가는 숨막히는 스토리.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깊은 심연 속의 상처와 치유되지 못한 과거의 잔재들이 지금의 나를 살게한다. 자신의 기억조차 지워야했던 크나큰 상처와 불행!그 어둠 속의 나를 만나는 신비롭고 오싹한 여행이 시작되고 책을 덮는 순간 시작과 끝이 오버랩된다.내리쬐는 포근한 빛.이 빛은 나를 정죄하는 빛이 아니야.날 감싸주는 빛이야.기억할께요.빛은 무서운게 아니라 따스한거야.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