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우리는 똑같이 지상에 잠깐 
목숨을 얻어와 살다 가는 유한한 생명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해 먹고 설거지하고 더러운 옷을 빨래하고 방바닥의 먼지를 훔쳐야 하는 하찮은 일상을 어쩔 수 없이 반복하지만동시에 마음 바닥엔 일순에 우주를 덮을 듯한 서러움을 지닌 존재라는 점이었다. 아니 서러움으로 규정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분명있었다. 그건 제 몸을 열어 세상에다 자식을 낳아놓은 에미의 이 땅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책임과 애정인 것도 같다. 계향의 친정어머니권씨에게서 흘러나와 계향에게로 이어지고 다시 이름과 나이조차가늠해 볼 수 없는 계향이 낳은 딸들에게로 흘러내려와 마침내 내게까지 닿아 있는 그것, 그것은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가슴께가 저려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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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으로 비범을 초월한 여군자의 일생
조선시대는 남성들의 세상이었다. 남성 못지않은 재주와 경륜을 지녔던 여성도 많았지만 그들은 이름조차 온전히 세상에 남기지 못했다. 사임당 신씨를 비롯하여 허난설헌, 정일당 강씨 등이 그들이다. 비범했던 그들이지만 ‘~의 아내‘ ‘~의 어머니로만 기억되기를 원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당호堂號가 붙여진 성만이 알려졌을 뿐이다.
여기 또 한 사람의 비범한 여성이 있다. 장계향이자 안동장씨인 그녀. 계향에게는경서를 읽고 붓을 잡고 시를 쓰는 문재가 넘쳤다. 그녀는 뛰어난 명필이기도 했다. 계향 또한여류문인이자 ‘여성 경세가를 백안시하는 시대의 벽 앞에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향은 벽을 뛰어넘었다. ‘육경의 주석이 하늘의 말씀이라면 곡식과 소채와 육고기와 물고기안에 더 생생한 하늘의 말씀이 들어 있다‘ 는 것을 깨달았다. 밥과 떡과 술을 빚고 남편을 건사하고 자식을 키우는 것은 이제 아녀자의 숙명이 아니라 자연이 준 생명을 겸허히 받아 인간의 생명으로 전환하는 작업으로 전환되었다. 그녀는 장계향의 ‘비법‘을 안동장씨의 ‘평범‘으로써 넘어섰다. 김서령의 섬세한 붓끝에서 되살아난 그녀의 삶은 눈부시다. 뛰어난 문인이자 자애로운 지어미, 엄격한 교육자이자 생활의 달인인 여군자의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정묘· 병자호란과 동아시아>의 저자 한명기(명지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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