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엄마가 남긴 표식을 단서로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은 
오롯이 내 숙제가 되었다. 
이 얼마나 돌고 도는 인생인지, 
또 얼마나 달콤쌉싸름한 일인지. 
자식이 엄마의 발자취를 더듬는 일이, 
한 주체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기록 보관인을 기록하는 일이.

나는 발효가 통제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배추는 놔두면곰팡이가 피고 부패한다. 썩어 못 먹게 된다. 하지만 배추를소금에 절여두면 부패 과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당이 분해되면서 젖산을 만들어내 배추가 썩지 않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나와 절임이 산성화된다. 그렇게 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색과 질감이 변하고, 톡 쏘는 새콤새콤한 맛이 나게 된다. 요컨대 발효는 시간 속에 존재해 변화한다. 그러니 발효가완전히 통제된 죽음인 건 아니다. 사실상 새로운 방식으로 생명을 누리게 되는 거니까.
내 기억을 곪아터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트라우마가 내기억에 스며들어 그것을 망쳐버리고 쓸모없게 만들도록 방치할수는 없었다. 그 기억은 어떻게든 내가 잘 돌봐야 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공유한 문화는 내 심장 속에, 내 유전자 속에 펄•떡펄떡 살아 숨쉬고 있었다. 나는 그걸 잘 붙들고 키워 내 안에서 죽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했다. 엄마가 가르쳐준 교훈을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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