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손바닥을 쫙 펴서
거기에 상추 한 장을 올려놓고
내 식대로 음식을 착착 쌓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갈비 한 조각,
따끈한 밥 한 숟가락, 쌈장 약간
얇게 저민생마늘 한 조각을 차례차례로 그런 다음
그걸 얌전하게 오므려 입에 쏙 집어넣고는
눈을 감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맛을 음미했다.
몇 달 동안 집밥에 굶주린 내 혀와 위는
그제야 깊은만족감을 되찾았다.
밥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재회였다.
솥에서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은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내가 기숙사에서 생존을 위해 먹던
찐득한 즉석밥과는 차원이 달랐다.
엄마는 내 반응을 살피려고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맛있어?"
엄마는 김봉지를 뜯어 내 밥그릇 옆에 놓았다. -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