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로 뻗어 있는 신작로를 보았다.
그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며
성장기의 나는 먼 데서 기적이 울릴 때마다
그 기차가 가닿을 서울을 꿈꾸었다.
지금보다 더 멀리 더 높이.
그렇게 동동거리며 조바심치며
살다가 알게 되었다. 빨치산의 딸이므로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나의 비극은 내 부모가 빨치산이라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내비극의 출발이었다.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