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慣悔錄)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웨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라나온다.
<참회록(참회錄)> (1942. 1. 24) -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