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서의 첫 성취 < 자화상 >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
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파
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없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파
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자화상(自畵像)> (1939. 9)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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