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슈퍼 이야기 걷는사람 에세이 21
황종권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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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시리즈 중 나는 1988을 제일 좋아한다. 내게는 1997이 더 맞을 거다. 그래도 나는 1988을 가장 좋아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겨울을 맞이한다. 그 시절이 내가 행복했고 즐거웠고 그립기 때문일 거다.

어릴 때 시골에 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에 점빵이라고 불렀던 그 동네에서 유일한 구멍가게가 있었다. 한쪽 다리를 약간 절둑거리던 슈퍼집 할머니는 방학을 맞아 시골을 찾은 나와 오빠에게 또 왔냐며 사탕을 하나씩 주시곤 했다. 지금은 점빵도 할머니도 모두 세월에 사라져버렸다. 어릴 때 살던 집 앞에 있던 작은 구멍가게에 50원짜리 하나 들고가서 딸기가 나란히 그려진 쭈쭈바를 사먹곤 했다. 50원이면 충분하고 100원이면 넘치던 시절이었다. 얼마 전 집 앞에 있던 대성슈퍼가 문을 닫았다.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찬 동네에 유일하게 존재했던 슈퍼가 동네 재개발로 아주 사라졌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겐 마지막으로 기억될 동네 수퍼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기억 속에 내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동네 수퍼에 대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올랐다.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아쉽고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지나간 추억이란 늘 그렇게 아련하고도 아픈 것인가 싶다.

시를 가르치는 분이 쓰신 글이라 그런지 시를 쓰다가 글이 길어진 것인가 하는 순간들을 자주 만났다. 시라고 하면 어렵기만 한데 이런 시라면 얼마든지 읽겠다 싶었다. 모두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방울 수퍼에 대한 이야기는 1부에 그치고 2~4부는 에세이가 이어진다. 우리 모두가 수퍼 집 아들 딸이 아니라 수퍼 집 아들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수퍼 집 아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과 감상을 더 듣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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