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곳이었다. 그건 알았다. 투우로 유명한 나라라는 것. 그래서 그 지겨운 질문을 나도 했다.
"너도 투우 봤어?"
그 친구는 역시나 지겨운 질문이란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는 씨름 봤냐?"
명절날 티브이에서 하고, 할아버지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스포츠. 스페인에 살았던 그 친구에게 투우도, 내게 씨름도 그런 것이었다.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내 삶에서 사라졌고 얼굴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이름도 잊었다.
이 책을 읽는데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몇 년 전 바르셀로나에도 다녀왔는데 여행의 기억보다 그 친구가 동생과 스페인어로 말하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 친구도 스페인에서 이 책에 나온 말들을 하고 살았겠지, 하는 생각. 왠지 모르게 멋졌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그렇게 유창하게 한다는 것이 말이다. 영어는 억지로 배워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면 스페인어는 살아있는 말 같았다. 그때 내가 이 책에 나온 단어나 말을 하나라도 알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나 스페인어로 이거 알아.
와! 그걸 어떻게 알아?
이 책에서 봤어.
OOOO은 스페인어로 어떻게 말하니?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스페인어를 몇 마디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 영화 한 편에서 시작된 이 책의 작가님의 삶처럼 나의 삶도 지금과는 다르게 흘렀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다.
이 책은 일상어, 상표, 곡명, 관용어 이렇게 4장으로 되어있다. 놀랍게도 익숙한 단어들이 많았다. 실제 가지고 있는 단어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는 단어들도 있었지만 그 익숙함에 반가웠다.
작가님이 풀어주는 단어마다 담긴 뜻과 작가님의 스토리도 빼놓을 곳이 없게 재밌었다. 특히 4장이 가장 흥미로웠다. 한국 사람 못지않게 빈말을 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도 어디든 낙하산이 있다는 것도 수 천 km 떨어진 그곳도 사람 사는 모양은 비슷하구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