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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지음, 강한 그림 / 엘도라도 / 2021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615/pimg_7874441382983672.jpg)
표지가 참 멋진 이 책은 무대 위 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가 코르 드 발레(군무 무용수)로 은퇴하고 이제는 학문으로 발레리나를 선택해 박사학위까지 공부하고 이제는 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인 엄마가 발레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에게 발레란 내 친구가 정말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취미라는 것, 아이가 좀 더 크면 발레 학원을 다니게 해볼까 고민했던 것, 연말에 어쩌다 발레 공연을 찾아보고 호두까기인형을 보고 김리회 발레리나를 알게된것. 이 정도였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서는 친구가 왜 그렇게 발레에 빠지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되었고 화려하고 우아한 발레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 알게되었다. 내 머리속에 발레를 상상해보면, 항상 무대위 빛나던 주인공들만 떠오르는데, 발레리나 뒤에서 열심히 단체로 공연을 풍성하게 해주었던 군무 무용수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외에도 발레리나가 엄마가 된다는 것의 의미, 발레단에서의 심각한 외모지상주의, 발레의 역사, 발레용어, 유명한 발레리나 이름들을 알 수 있었다. 오래된 공연들이 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해 아직 한계가 있는 공연들도. 발레를 전공으로 한 작가의 눈으로 본 솔직한 이야기들이 많이 와닿았다.
특히 시에라리온출신 전쟁고아가 미국으로 입양되어 발레 콩쿠르에 입상하며 스타가 된 미카엘라 드프린스라는 흑인 발레리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p.206 혁신이란 나이키 포인트 슈즈 같은 뜬구름이 아니라 그저 갈색 스타킹과 갈색 포인트 슈즈로 갈아시는 것 처럼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발레에 대해 많이 알게된 것 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크게 느낀건 나도 저자처럼 한가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의세계
p.48 차의 목적이 마셔 버리는 게 아니듯, 춤의 목적은 동작을 해치우는 게 아니라 동작과 동작 사이를 음미하는 것이다. 인생도 그럴 것이다. 자기 호흡으로 이끌며 춤출 때 마리오네트 줄을 풀어버리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p.94 프로의 정신은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 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p.156 프로에겐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다. 무대에서 크게 실수하여 울면서 집에 걸어갔더라도, 다음 날엔 여느 날과 같은 모습으로 연습실에 들어온다. 계속하여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세계
p.145 포인트 슈즈 만삭 사진은 널리 회자되고 출산 후 복귀하는 건 찬양받지만 연습실까지 아이를 데려오는 건 환영받지 못한다. 출산율은 높여야 하지만, 맘충과 노키즈존을 아무렇기 않게 내뱉는 사회에서 친정어머니 없이는 엄마 발레리나가 되기 힘들다.
p.101 부모의 자리란 자신이 조금 낫다고 해서, 혹은 자신이 먼저 거쳐왔다고 해서 아이에게 권위를 휘두르기 좋은 위치라는 것을....... 그러고보면 그저 정성껏 밥을 차려주시고 다리를 주물러 주시던 나의 엄마 아빠 역시 충분히 좋은 조력자였다.
p.160 엄마들끼리 모래성을 무수히 쌓고 부수면서 불안감을 달래는 게임에 몰입하지만 대학 이후의 삶을 말하는 이는 거의없다. 그건 그때 생각하지 뭐, 이런 맘이다.
눈에 띈 표지뿐만 아니라 책 구석구석에 강한 작가님의 그림이 들어가있다.
다른 책에 비해 꽤나 많은 비율로 그림이 들어가있어 그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작가님도 글 하나하나 다 읽고 그림을 표현하신것 같아 몰입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한 그림. 남성들도 발레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 영화. <빌리 엘리어트>
이 책은 발레에 대해 더 알고싶거나 발레의 이면에 대해 더 알고싶은 엄마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