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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100책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 지음 / EBS BOOKS / 2023년 12월
평점 :
고전의 길잡이
독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책을 접하려 노력하면서 늘 숙제처럼 느껴지는 분야가 바로 '고전'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인류의 지혜와 통찰이 녹아 있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은 잘 알지만 벽돌 분량도 그렇거니와, 그동안 읽었던 책과는 거리감이 있어 쉽게 소화하기가 힘들다. 충만한 의욕으로 도전하다 중간에 덮은 책만 해도 부지기수. 고전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방송을 종종 챙겨 보며 그나마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에 출간된 신간 '역사를 바꾼 100책' 역시 방황하는 입문자에게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 준다.
집필진은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로 최재천 교수를 비롯한 철학, 과학, 문학, 사회학, 경제학, 예술 6개 분야 학자 11명으로 구성됐다. '역사를 바꾼 100책'을 선정하고 30명의 공동 집필진과 이 책을 썼다. 철학 32종, 과학 19종, 문학 19종, 사회학 10종, 경제학 9종, 예술 6종, 역사 3종, 심리학 2종으로 구성되었다. 주로 인문 관련 위주로 치우친 고전 추천 목록에서 탈피해 과학과 경제학 분야를 보강했고, '목민심서', '열하일기', '의산문답', '칠정산'과 같은 우리 고전도 눈에 띈다.
책 속 밑줄
탁월성은 목표를 올곧게 해주며, 실천적 지혜는 이 목표에 이바지하는 것들을 올곧게 해주기 때문이다. 훌륭한 행위자에게는 자신의 행동 목적을 이루는 동기가 있다. 하지만 행동의 일반적인 목표들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지혜, 즉 실천적 지혜가 필요하다. p.73,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소개 내용 中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게 길이 되었다. p.380, 루쉰의 납함 소개 내용 中
우리는 다양한 상황 속에 던져져 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각 개인은 자신의 지각, 판단, 감정, 취향 등을 힘껏 사용하여 자신에게 올바른 삶을 자유롭게 선택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각자의 개성을 다앙하게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p.297, 298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中
법률의 영역 밖 모든 사례에서는 즉각 동료 인간에 대한 인간 고유의 무자비함이 드러난다. 그의 끝 모를 이기심과 악의에서 비롯되는 무자비함 말이다.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예를 들어 그 궁극 목적이 고작 설탕과 커피인 흑인 노예무역이 잘 보여준다. p.291,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中
감상 & 우선 읽어 보고 싶은 고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자연선택의 유전학적 이론,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등 책 제목만으로도 아득해지는 고전의 내용에 대해 소개하고 해설을 수록해 핵심적인 특징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동안 접해온 세계가 얼마나 우주 속의 먼지 같은 존재였는지, 눈 감기 전까지 꾸준히 배우려는 노력이 없다면 얼마나 편협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다 떠날지 새삼 느낀다. 후루룩 읽고 덮어버려 금방 휘발되는 책들 속에 한 쪽, 한 쪽 곱씹고 사유하며 천천히 읽어나가는 책 한두 권씩 끼워 넣으며 장기적으로 독서 균형도 맞추고 싶어졌다.
소개된 100권 중에서는 특히, 흑인 문학의 고전인 '흑인의 영혼', 자유의 양면성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는 '자유론', 문학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 '문심조룡', 마오쩌둥이 애독한 '홍루몽', 미학의 역사상 가장 광대한 저작 '미학 강의', 과학적 심리학의 토대를 다진 '심리학의 원리'에 관심이 생겼다. 외국어 공부도 꾸준히 열심히 해서 영어로 쓰인 최고의 미학 원전인 '취미의 기준에 대하여'나 사서삼경을 위시한 대표적인 동양 고전도 중국어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다.
100권의 목록을 대충 훑어보니 부끄럽게도 읽은 책이 손에 꼽힐 정도다. 찜 목록에 꽤 오랫동안 먼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조지 오웰의 '1984',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세 권은 올해 꼭 읽어보도록 해야겠다. 올해 도서 목록에 세 권을 더하고, 알지 못했던 새로운 고전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통해 얻은 큰 수확이라 하겠다. 세상을 이해하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며 삶을 좀 더 넓고 깊게 관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고전과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친해져 보려 한다. 고전을 통해 배우고 깨닫고 실천하는 선순환을 반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