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률과 효율만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그림책은 일상에 찍는 작은 쉼표처럼 위안을 건네고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래서 가끔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면, 그 안에 푹 빠져드는 시간이 참 달콤하다. 주인공을 통해 서툴고 부족한 나 자신과 마주하기도 하고, 이름 붙이기 어려웠던 감정에 말을 붙여보기도 하며 그렇게 내 모습을 거울처럼 들여다본다. 나를 끊임없이 채근하고 몰아붙이던 자화상과 마주하면서, 이제는 조금 더 다정하고 느긋해져도 괜찮겠다고 느끼게 된다.
넘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진짜 안타까운 일은 넘어질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지요. 실수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경험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성공한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해 하기보다, 용기 내어 발을 떼는 오늘의 당신을 더 많이 응원해 주세요. p.111
이 책은 미술치료교육학 박사이자 그림책 심리 치유 전문가가, 그림책과 함께 사계절을 따라가는 힐링 여정을 안내한다. 애써 눌러두었던 감정과 천천히 마주하며, 꾸밈없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걱정이 늘고 괴로움이 점점 커질수록 정크푸드 폭식이나 밤샘으로 스스로를 더 몰아붙이던 요즘의 나에게, 이 책은 마치 건강한 처방전처럼 다가왔다.
맞다, 그림책이 있었지.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나를 아끼고 보살피며, 내면의 불안과 제대로 마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책에서 제시한 매일의 감정을 기록해 보며 마음의 패턴을 살펴보는 일도 자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실천해 보고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를 모른 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타인의 마음도 자연스레 놓치게 되지요. 그래서일까요, 깊고 따뜻한 사랑은 언제나 자기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p.164
점(The Dot), 마음이 아플까 봐(The Heart and the Bottle), 백만 번 산 고양이(100万回生きたねこ), 터널(The Tunnel)처럼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들이 소개되어 반가웠고, 감정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 많아 하나하나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만 그림책 표지와 함께, 해외 작품의 경우 원어 제목까지 병기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