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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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함.




광고 카피는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한 문장 안에 감정과 정보, 이미지가 동시에 설계되어 있어 읽는 순간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진다. 쉬운 표현으로 리듬과 여백을 남겨 여운을 만들고, 보는 이의 경험과 맞닿아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힘, 그 치밀한 압축과 계산이 바로 광고 카피의 가장 큰 특징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센스있는 카피라이터의 엄선된 명문을 통해 일본어까지 함께 익힐 수 있는 『일본 광고 카피 도감』 그동안 출간된 광고 카피 관련 일본어 도서들과 달리, 원문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하고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설이 더해져 읽는 재미가 크다. 세월을 거쳐 축적된 다양한 광고 카피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인의 삶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언어 학습서를 넘어 문화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더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 행동까지 이끌어내는 단 한 줄의 힘. 그 정수를 살짝 맛보자면!

習慣になった努力を、実力と呼ぶ。

습관이 된 노력을 실력이라 부른다. p.44

「好きすぎる」は、才能。

「好きすぎる」= 専門性なのですから。

"너무 좋아"는 재능입니다.

"너무 좋아"는 곧 전문성이니까요. p.53

저는 어린 시절 무언가를 끝까지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그만이 가지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상이 연인이든 아이돌이든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든

상관없습니다. 사무치게 좋아한 경험이 있다면,

그 자체가 곧 스펙이라고 생각해요. p.54-55

私はまだ何者でもない。

だから、何にでもなれる。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p.124

학창 시절만 해도 학업 외의 일에 노력을 쏟는 건 시간 낭비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다행히도 이제는 시대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무언가에 뜨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는 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자, 실패투성이의 도전과 모험 또한 인생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성과주의와 실용주의의 정점을 찍던 시대의 터널을 지나, 성공의 끝자락을 좇아 무던히 애쓰며 한숨 지었던 지난날을 돌아보니 이제서야 그런 생각이 겨우 든다. 꿈과 열정이 있는 한 청춘이라고 하지 않던가. 완생을 꿈꾸며 미생으로 허덕이는 수많은 이들의 등을 이 문장들이 조용히 토닥여주는 듯해, 묘한 위안을 받는다.




10代で口ずさんだ歌を、人は一生、口ずさむ。

10대에 흥얼거리던 노래를 사람은 평생 흥얼거린다. p.128


90년대 대표적인 감성 아이콘이라면 역시 마이마이와 워크맨을 빼놓을 수 없다. 국산은 마이마이, 일본 소니는 워크맨이었던 듯. 요 아이들은 그 시절 등하굣길의 소울 메이트였던 휴대용 음향 기기로, A면을 다 듣고 나면 B면으로 뒤집어야 하는 번거로움부터 좋아하는 곡만 반복해 듣다 보면 금세 늘어지는 테이프의 짧은 수명까지 단점투성이였다. 휴대폰 하나로 무한대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CDP와 MP3, PMP까지, 그 시절을 어떻게 버텼나 싶어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크맨의 버튼을 꾹 눌러 ‘찰칵’ 재생시켜 번거롭게 즐겨 듣던 10대의 음악은 여전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광고의 카피처럼 말이다. 그때만큼 음악을 온전히 즐기던 시절이 또 있었을까. 특히 야자 시간에 선생님 몰래 듣던 라디오의 음악들은 진정 꿀맛이었지. 영상을 찾아보니 모델이 각키라서 더 반가웠던 광고!

心に、冒険を。

마음에, 모험을.

신초샤 여름추천 도서 100선 p.150

2008년부터 신초샤는 매해 여름이면 추천 도서 목록을 선보인다고 한다. 사랑하게 되는 책, 감동적인 책, 생각하게 하는 책, 충격적인 책, 울게 하는 책까지 다섯 개 부문으로 나누어 각 20권씩 소개하는 구성인데, 일서 덕후에게 꽤 유용한 정보일 것 같아 공유해 본다.


사실 나는 모국어 같은 매끄러운 번역이나 세련된 편집의 예쁜 책을 선호하는 편인데, 요번 신간은 그런 면에서 살짝 마이너스다. 하지만, 그런 예쁜 책보다 더 마음이 가는 건 깊은 울림이 있고, 진솔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문득문득 다시 펼쳐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꼭 사람처럼 말이다. 첫인상은 별 감흥이 없더라도 만나면 만날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사람처럼, 책도 그렇다. 겉멋 부리지 않고, 읽을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히 전해주는 책.

일본어 덕후인 터라 일본 광고 관련 신간은 되도록 빠짐없이 챙겨 보는 편인데, 이 책은 정말 ‘찐’이다. 국경을 넘어 인류 보편의 감성에, 특히 같은 동양권의 정서에 맞닿는 지점이 많아 흐뭇하게 공감하게 된다.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내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세심하게 관찰해 언어로 길어 올린 광고 카피 속에서, 일본어 그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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