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박순주 지음 / 정은문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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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쿄의 서점 마을 진보초! 그중 특색 있는 대표적인 십여 곳을 취재해 담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수요가 줄어든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대를 이어 일본 고유문화의 명맥을 잇는 점주들의 사명감과 생존 방식이 인상 깊었다. 지금처럼 서적을 쉽게 접할 수 없던 예전에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의 든든한 지식 창고였으며, 부모 손을 잡고 책을 구경하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도 했다. 서점은 단순히 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라 역사와 함께 추억을 쌓고 꿈을 품으며 지식을 전수해 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정보 통신 기술과 온라인 시장의 발전으로 책의 가치도 수요도 점차 감소해 진보초에서 자취를 감춘 서점들이 늘었다. 간토대지진과 제2차 세계 대전에 이어 최근 코로나까지, 고난의 파도를 넘어 지금은 130여 개의 서점이 진보초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단순히 책만 팔아서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에 서점도 나름의 자구책으로 낮에는 '책방', 밤에는 '바'로 2체제 영업을 하기도 하고, 책장마다 주인이 다른 공유 서점을 운영하거나, 전문 분야 범위를 확대하기도 한다. 카페와 갤러리 공간을 만들고, 공연과 토크쇼, 낭독회, 책 읽기 모임의 복합적 북카페로 변모해 서점 형태의 문화 시설로 진화했다.


책에 관심이 많고 즐겨 있는 독자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진보초의 다양한 고서점 중, 마음이 끌렸던 곳은 로코서방이다. 이 서점에서는 마메혼으로 불리는 콩알만 한 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워낙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기술이 뛰어난 일본인의 성향이 책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손바닥만 한 문고본보다도 훨씬 작은 이 책 한 권 안에 일반 도서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동화 한 권도 시대에 따라 다양한 버전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전문 서점 미와서방과 북하우스 카페도 무척 끌린다. K문학을 전파하는 책거리,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영화·연극·희곡·시나리오 전문 고서점 야구치서점, 레트로 감성 충만! 20세기 추억의 보물 찾기가 가능한 @원더, 일본의 전통 놀잇감이 가득한 오쿠노가루타점 등 꼭 들러보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 가득하다.


매년 10월 마지막 주에 간다고서축제와 진보초북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한다. 청량한 가을 하늘 아래, 레트로 건물이 즐비한 진보초 거리를 누비며 특색 있는 전문 서점 하나하나 방문해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고 싶다.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서점 마을 진보초가 일본을 너머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아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길 바라본다.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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