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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어른의 하루 - 날마다 새기는 다산의 인생 문장 365 ㅣ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윤연화 그림 / 청림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유난히도 호됐던 무더위가 가시고, 어느덧 풀벌레 소리 그윽한 계절이 찾아왔다. 달력도 몇 장 남지 않은 이 맘 때면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다잡고 성현의 가르침에 기대 마음도 정신도 올곧게 채우고 싶어진다. 특히, 요즘같이 마음을 휘젓는 시끄러운 사건들 속에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어른의 부재나 독선과 오만으로 얼룩진 인간성 상실의 해답을 고전에서 찾아보고 싶다.
어른이란
이미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바른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날마다 몸부림치는 존재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명문장에서 고전 연구가 조윤제 선생님이 엄선해 엮은 만년 일력이다. 다산의 마지막 질문, 다산의 마지막 습관, 다산의 마지막 공부를 잇는 마지막 시리즈다. 원문, 해설과 함께 어려울 수 있는 고전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다듬어 전달력을 높이고, 울림은 그대로 담았다. 윤연화 님의 동양화가 더해져 우아한 한국적 정취도 물씬 느낄 수 있다.
배움, 공부, 성장, 관계, 인연, 예의, 극기, 성찰, 언행, 부와 가난 등 매월 주제에 따라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 어른다운 어른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알고, 인격을 수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 펼쳐 활자 빽빽한 글을 읽는 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매일 하루 한 문장으로 삶의 지침이 될 격언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유용하다.

모든 주제가 참 주옥같은데 특히 배우고 익히며 읽고 쓰는 본질에 대해 일깨우는 글들이 매우 와닿았다.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십 대 중반까지는 자의든 타의든 배움 속에서 지식과 지혜를 얻으며 성장한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후, 자발적으로 배우려는 의지와 행동이 없으면 자신 안에 함몰된 채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아둔함과 편협함을 경계하며 머리와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진정한 성장, 흔들릴지언정 뿌리 깊은 나무로 굳건히 인생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혜안, 역시 고전의 힘이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글귀는 필사용으로도 제격이다. 필사 연습하려고 한참 전에 사둔 모눈지 노트도 이제서야 겨우 꺼낼 수 있게 됐다. 휴대폰 꺼둔 채 차분히 한 글자씩 적어보며 뜻을 음미하고 깊이 새겨 보는 이 시간이 새삼 감사하다. 늘 미뤄만 두었던 정약용 선생님의 다른 도서도 올가을에는 한두 권씩 꺼내 펼쳐 보고 싶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