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이은 두 번째 스페인 도서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는 손미나 님이 지인 두 명과 함께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 40여 일 여정을 담고 있다. 하루에 20-30km씩 걸으면서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며 자연과 스페인 문화에 감동하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참 인상적이었다.
물론 커다란 배낭을 메고 온갖 악천후를 온몸으로 견디며 한발씩 내걷는 그 길이 항상 꽃길은 아니다. 그야말로 사서 하는 고생이다. 하지만 그 길에서 새롭게 접하게 되는 자신과 문득문득 스치는 순간의 감정, 다양한 생각들은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귀중한 만남이라 더없이 소중하다. 절대불변이라 믿으며 살았던 완고한 신념에 살짝 균열을 내 유연한 사고와 넓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역시나 여행의 큰 매력이다.
혼자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때도 있었지만 말도 통하지 않던 낯선 땅에서 나를 강하고 독립적으로 만든 것 또한 여행이었다. 편리하고 빠른 최첨단 문명사회인 우리나라 말고 조금은 불편하고 느린 이국의 정취가 몹시도 그리워졌다.
산티아고 길은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대. 첫 번째는 몸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고, 두 번째는 정신과의 극한 싸움이고, 마지막은 앞의 두 단계를 잘 이겨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인데, 바로 심장이 열리는 경험이래. p.106
내 인생 다음 챕터에 뭘 해야 할지를 알기 위해 걷는 것 같아. 새로운 질문을 얻을 수도 있고 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뭐가 되었든 얻는 것이 있겠지? p.154
카미노의 아름다움은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한 달 동안 내 몸의 리듬만을 따라 걸으면서 살아본다는 건 엄청난 기회예요. 모든 것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까요. 완전한 단절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그렇게 해야 진짜 나 자신을 만나고, 그 진짜 내가 밖으로 나올 수 있거든요. 나이, 출신, 국가, 문화, 교육 배경 등 모든 것에서 비로소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진짜 자를 만나는 것, 그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랍니다. p.178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들어있을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지구상에서 매우 아름다운 길 중 하나라는 그 길을 걸어보는 건 물론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수많은 관계와 불가피한 환경 속에 둘러싸여 눈앞만 겨우 살피며 바삐 살아가는 일상에 다시금 가슴 설레는 여행길을 동경하게 됐다.
거창하게 인생이니, 꿈이니 그런 묵직한 주제에 대한 답 찾기가 아니더라도 잠시 전부 내려놓고 낯선 새로운 길을 한 발자국씩 걷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될 것 같다. 순례길의 끝에는 그을린 피부와 온몸의 욱신거림뿐만 아니라 정말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행복이 기다릴 것만 같다. 그리고 조금은 단단해졌을 자신도 만날 수 있을 듯.
땀내 진동하는 순례길이란 특별한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유대도 참 훈훈했는데, 순례자들과의 깊은 교감을 위해서라도 스페인어와 문화는 물론 다른 언어도 좀 더 배워보고 싶어졌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