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비주얼 / 블랙피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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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진 콜라처럼 밋밋한 문장

톡 쏘는 탄산 수혈 필요할 땐!

카피책!

개인적인 일기나 메모가 아닌 이상 글의 존재 가치는 결국 읽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함께 공감하고 나누며 나아가 울림까지 전할 수 있다면 그 글의 사명은 훌륭히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단 몇 명의 마음에라도 닿을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설익은 문장에 양분이 될 양서를 한 권 골랐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카피책'. 35년 차 카피라이터 정철 님의 저서다. 카피라이팅의 바이블로 7년 만에 새 옷을 입고 개정판이 출간됐다. 총 32가지의 실전 카피 작법과 73컷의 광고 비주얼을 통해 카피라이터는 물론 글쓰기 처방이 절실한 이들에게 베스트 오브 베스트 지침서가 되어준다.


 



단순히 기술적인 작법을 넘어 글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발상의 전환에 대한 센스의 눈을 기를 수 있다. 친절하고 위트 넘치는 입말의 조근조근 스토리텔링 안내에 따라 매력적인 카피라이팅의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짧은 문구로 긴 여운과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참신한 언어 조합이 참 감동적이다. 작법서가 어쩜 이렇게 소설만큼 재밌고, 시처럼 아름다우며, 칼럼만큼 명료할까!


COPY 1

예로부터 저녁 7시를 술시라 했다.

우리 조상님들 멋있다.

COPY 2

자연이 술병 속으로 들어갔네

자네가 술잔 속으로 들어가게

COPY 3

술맛의 10%는 술을 빚은 사람입니다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입니다

COPY 4

(헤드) 첫맛은 청산, 끝맛은 벽계

(서브) 첫맛은 청산처럼 힘 있고 끝맛은 벽계처럼 부드럽다

(헤드) 오늘은 청산, 내일은 벽계

(서브) 오늘은 청산의 푸름에 빠지고 내일은 벽계의 깨끗함에 젖는다

(헤드) 혼자면 청산, 둘이면 벽계

(서브) 혼자 마실 땐 청산이 벗이 되고 둘이 마실 땐 벽계가 흥이 된다


애주가는 이런 카피에 눈길이 한 번 더 끌리고 입꼬리가 자동 귀에 걸린다. 빛나는 감각과 센스! 언어의 연금술사 같은 카피라이터 님이 조상님들 못지않게 참 멋있다. 군더더기 없이 들어맞는 라임, 리드미컬한 경쾌함! 냉장고에 숨어 있는 술병이 자동 소환되고 글쓰기에 대한 의욕도 더불어 충만해진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상투적이라 외면받은 죽은 문장이 마법 같은 심폐소생술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마음속으로 쏙 걸어들어오는 걸 보며 신박함에 감탄하고, 기발함에 한번 더 감동한다. 글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법! 나에겐 아직 숙제지만, 뭉툭한 연필 대신 송곳과 숟가락, 부엌칼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글을 읽는 사람과 대화하고 공감하며 설득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살아있는 글! 조금씩 써보고 싶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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