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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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야자와 겐지 소개


이 책의 저자인 미야자와 겐지는 시인이자 동화 작가, 교육자로 1896년에서 1933년 사이에 활동했다. 전당포를 경영하는 부모님 덕분에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가업을 계승하길 바라는 부친의 뜻과는 달리 어릴 때부터 단가를 짓거나 문학 동인지를 창간해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동화 작가를 꿈꾸며 무작정 도쿄로 상경해 동화 창작에 몰두하지만, 여동생의 병세 악화로 귀향 후 농학교의 교사로서 교편을 잡는다. ​몽매한 농민을 계몽하는 한편 빈곤으로 인해 처참함을 목도하며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제대로 돌보지 않아 과로와 급성 폐렴으로 37세에 요절했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 등 100 편의 동화와 '봄과 수라' 등 400여 편의 시 그리고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 등을 남겼다.


2. 책의 특징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 작품인 '비에도 지지 않고'와 '은하철도의 밤' 두 편 전문이 수록되어 필사해 보며 일본 문학을 제대로 음미해 볼 수 있다. '비에도 지지 않고'는 생명을 존중하며 공생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꿨던 저자의 삶을 담은 시로 일본 교과서 수록작이다.


'은하철도의 밤' 역시 일본 초등학생을 위한 추천 도서 목록에 항상 포함되는 양서이다. 교육학자로서 일본 메이지 대학교수이자 다방면에 걸쳐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국내 독서가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사이토 다카시 님의 저서를 최근에 구입했다. 小学生のうちに読んでおきたい名作101 (초등학교 때 읽어두면 좋은 명작 101)이란 책인데 일본과 세계의 명작을 300권가량 짤막하게 수록해 일본어 학습자에게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이 책을 보면 은하철도의 밤은 초등학교 5,6학년에게 추천되는 책이다.


분량은 오디오북 2시간 30분가량으로 짤막해서 일본어 학습 초보자에게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다. 참고로 첫 일본어 원서로 많이 추천되는 아동서 창가의 토토(窓ぎわのトットちゃん)와 비슷한 분량이다.



어려운 한자에 루비가 표기돼 있고, 왼쪽 페이지에는 원서 본문과 번역본, 오른쪽 페이지에는 따라서 써볼 수 있는 필사 공간 및 단어의 뜻이 수록돼 있다. 활자가 크고 행간도 널찍해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단, 20세기 초 출간작이다 보니 말투나 단어는 현대어와 다소 차이가 느껴진다. 같은 단어가 두번 씩 반복되는 단어도 자주 등장해 일본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난한 가정에서 병든 어머니를 모시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조반니.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 소식이 닿지 않는다. 가난 때문에 짓궂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지만, 캄파넬라만큼은 조반니를 배려해 주는 속 깊은 친구다. 은하수 축제가 있던 날도 조반니는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아픈 어머니를 생각해 일찍 집에 오려고 마음먹는 효심 깊은 아들이다.

​축제 날, 새 옷을 입고 축제를 즐기려 들뜬 친구들과 달리, 또 놀림을 당해 서글픈 마음으로 검은 언덕에 오른 조반니는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기차 소리를 듣게 된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캄파넬라와 함께 작은 기차에 올라타 있다. 그렇게 두 친구는 밤하늘 별자리를 순회하는 은하 여행을 떠나며 여러 사람들과 만난다. 화석을 발굴하는 대학자, 새를 잡아 과자로 만드는 새장수, 침몰선에 탄 청년과 남매. 사과를 든 등대지기 등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알게 된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 어디까지든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던 캄파넬라의 모습이 갑자기 보이지 않자 조반니는 울며 꿈에서 깨어난다. 검은 언덕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캄파넬라가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실종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캄파넬라의 아버지에게서 '아버지는 건강히 잘 있고, 곧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삶과 죽음,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미야자와 겐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주던 여동생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자 그 슬픔과 상실감을 작품에 반영했고, 1912년에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이야기도 청년과 남매를 통해 작품에서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밤하늘을 달리던 기차는 아마도 죽은 자들을 천국으로 태우고 가던 수단이 아니었을까. 친구를 살리고 대신 죽음을 택한 캄파넬라, 하늘나라 남십자성에서 하차한 청년과 남매처럼 저승을 향하던 영혼들 속에서 이승에 머물러야만 하는 조반니가 느끼는 외로움과 이질감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머나먼 환상적인 여정에서 진정한 행복의 답을 조금은 찾지 않았을까.



3. 아쉬운 점


오타가 제법 많이 보인다. [정오표 20페이지 もじもじ]는 출판사에서 메모를 끼워줬는데, 왜 다른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을까. 읽다가 오타가 꽤 많이 발견돼 결국 일마존에서 미리 보기로 원작을 대조해 보기도 했는데, 앞부분 밖에 볼 수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저자 사후 50년이 지나 저작권이 만료돼 PDF 파일이 업로드돼 있어 이 자료와 오디오북, 번역본으로 종합해서 확인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한두 군데 정도 오타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한 자 한 자 읽고 써보는 외국어 필사책에 이렇게 오타가 많은 건...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수를 한번 제대로 확실히 해서 독자들에게 공지해 주고, 시리즈물로 출간될 예정인 두 번째 도서부터는 부디 좀 더 꼼꼼히 감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더불어, 단어 표기를 통일하면 좀 더 가독성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笑う, わらう], [俄かに, にわかに], [言う, 云う], [ 黄金(おうごん), 黄金(きん)] 등 두 가지로 표기한 단어가 자주 띈다. 등장인물의 대사에도 한 문장에 [僕와 ぼく]가 혼용된 점도 아쉽다.


루비도 어떤 기준으로 표기했는지 궁금하다. 학습자를 위해 모든 한자에 루비를 전부 표기하든가 아니면 일본어 원서처럼 앞에서 표기했으면 뒤에서는 표기하지 않든가 어떤 기준이 없어 보인다. 한 예로 p.18 星에는 루비가 있고, p.20 星에는 없고, 다시 p.22 星에는 루비가 달렸다.





4. 오디오북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아 오더블에서 찾아보니 다행히 검색돼 결제했다. 제공하는 샘플은 5분가량 들어볼 수 있고, 본 도서의 22쪽 8번째 줄부터 30쪽 6번째 줄까지 해당된다. 음원을 들으며 따라 읽어보고, 필사하면서 내용을 음미한 후 단어를 바꿔 나만의 문장으로 말해본다면 책 한 권으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언어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균형 잡힌 학습이 가능할 것 같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다 보니 여러 버전이 있는 건지 오디오북과 책 내용이 조금씩 다른 부분도 있다. 그래서 책과 오디오북이 세트로 구성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모쪼록, 아쉬운 부분이 보완돼서 다음 시리즈는 좀 더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길 바라본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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