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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아트 -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
클로이 애슈비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3년 1월
평점 :

계절이 바뀌면 분위기에 맞춰 화장도, 의상도, 액세서리도 색상이 달라진다. 같은 공간이라 할지라도 인테리어의 색상에 따라 그 분위기의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생동감이 넘치는 한낮의 바깥 풍경과 칠흑같이 어두운 고요한 밤 풍경은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창가로 쏟아지는 아침 9시의 투명한 햇살과 온화함을 한가득 머금은 오후 4시의 햇살도 그렇다. 보통의 일상생활에서도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색의 힘은 참 강력하다.
특히, 예술가의 사상을 생생히 담아내는 회화에서 색이 갖는 상징성과 중요성은 더욱 그렇다. '컬러 오브 아트(COLORS OF ART)'는 미술사에 있어 유명하면서도 인상적인 색의 언어를 가장 매력적으로 보여준 명화 80점을 통해 색의 미술사를 소개한다. 저자는 주로 유럽과 미국의 회화 작품에 중점을 두고 이를 연대기 순으로 안내하지만 끌리는 페이지부터 감상해도 무방하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다양한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을 화폭에 담았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이고 유의미한 색으로 말이다.

색의 원료는 흙에서부터 값비싼 보석, 으깬 곤충, 인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까지 다양했는데, 유독성 안료 때문에 세잔은 당뇨병을 앓았고, 모네는 시력을 잃었으며, 프랑수아 부셰는 말년에 색을 구분하지 못하게 됐다고 하니 예술가들의 열정 넘치는 투혼과 모험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감상하는 예술은 찬란히 꽃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예술의 색 모델링이나 혼합과 같은 화법의 발전, 각 색상에 대한 문화적 태도의 변화, 색의 미술사의 전환점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선사 시대와 고대 미술, 예술의 질서를 세운 르네상스, 과장된 아름다움이 특징인 바로크와 로코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예술 중 하나인 사실적인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인상주의, 라파엘 전파에서 후기 인상주의까지, 내면을 드러낸 표현주의, 추상 표현주의와 색면 회화, 단색화 및 미니멀리즘, 팝 아트와 픽처스 제너레이션을 거쳐 20세기 중후반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며 색을 중심으로 개괄적인 미술사 사조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미술에 대한 문외한인 평범한 수준의 일반적인 독자라도 알만한 작품으로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뭉크의 절규,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갈레트의 무도회 등이 있었는데 대부분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라 다양한 회화와 예술가에 대한 교양 및 지식을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 해석 방법을 접하며 시대적 배경과 예술가의 개인적인 상황이 작품에 많이 녹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어 관련 도서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만, 황인, 백인, 흑인 중 특정 인종을 가리키는 p.111의 '팔레트, 살색과 분홍색의 교향곡'에서 살색이란 단어는 21세기에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미술용품에도 살색 대신 살구색 등으로 대체 단어가 사용된 지 오래인 추세를 생각하면 개정 시 보다 적절한 표현으로 개선되길 바란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