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즐겨 읽기 시작하면서 민음사의 '릿터', '한편'을 정기 구독하거나 바다출판사의 '뉴필로소퍼', '우먼카인드', '스켑틱', '서울리뷰오브북스'와 같은 잡지를 종종 구입해 읽는다. 최근에는 전자도서관에서도 다양한 전자 잡지를 열람할 수 있어 매월 감사히 보고 있는데, 진취적인 여성들의 삶, 특히 '엄마'를 집중 조명한 '포포포'를 알게 된 게 큰 수확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의미, 즉 '결혼-임신-출산-양육-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숙명적 굴레, 여전히 여성에게 강요되는 희생, 엄마를 위한 사회 제도 및 정책 부재 등에 관해 주의를 환기시킨다. 더불어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통해 해결책도 모색해 보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한글뿐만 아니라 영문 기사도 함께 병기되어 있는 점도 매우 마음에 든다.
이번 신간 7호는 다양성을 주제로 '친절, 존중, 관용, 이해' 4가지 키워드를 다룬다. '엄마라는 멸종 위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아니 사실 우리 공동체 모두를 위한 문제 해결 방안으로 '다양성'을 제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해 3년이란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면서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접하며 이 네 가지 덕목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특히, 유구한 역사 동안 단일 민족으로 깊이 뿌리내려온 우리 민족의 특성상 글로벌 시대의 정점에서 가장 부족한 의식이 '다양성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세대, 지역, 정치 성향 등 여러 분야에서의 대립 또한 바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에서 기인하기에 '다양성'이란 주제가 더욱더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친절 Kindness
인간이 사회화, 학습화되어 배울 수 있는 것 중의 최전선에는 '친절'이 있다. 오늘 처음 만난 이의 호의가 때로는 그날의 판도를,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 그렇게 학습되어 새겨진 친절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돌고 돌아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된다. 혼자서는 영원히 알 수 없을 친절을 우리는 어디서 묻혀 왔을까? 아무런 대가 없이 기꺼이 나의 일부를 내어주었던 마지막 기억은 언제에 머무르는가? 그 기억의 흔적을 더듬어 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p. 7)

존중 Respect
1859년 출간된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지구상에서 살아남는 종족은 가장 강한 종족도 아니고 가장 지적인 종족도 아닌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족이다"라고 기록했다. 팬데믹이라는 시대의 국면을 맞이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생존'을 위한 '공존'을 고민하고 있다. 편리에 의해서라면 그것이 아마존의 밀림이건 인간관계이건 간편하게 삭제하는 논리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낼 것이다.(p.49)

관용 Generosity
있는 그대로 무언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때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경험하지 못한 어떤 삶이 온전히 내 책임으로 주어졌을 때, 질병이나 사고 등 급작스럽게 가족의 돌봄을 떠안게 되었을 때, 그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를 향한 비난의 화살로 돌리는 돌봄의 당사자들을 목격한다. 그러나 그 누구의 탓도, 잘못도 아니다. 관용은 타인에게만 적용하는 렌즈가 아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돌보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p.111)

이해 Understanding
삶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파도에 휩쓸렸을 때 그저 무력하게 받아들인다는 생각에 갇힐 때가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 현실의 무게를 수용하고 버티기로, 용기 있고 담대하게 헤쳐 나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영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 클라이맥스가 지나면 다음 씬에서는 어떤 길이 등장할지 모른다. 버틴다는 표현이 버겁다면 그냥 가보자. 느릿느릿 기어서라도. 삶의 어느 지점에 갇혀 나아가지 못하는 동력을 잃지 않도록. (p.175)
포포포에 실린 대부분의 기사는 유학, 취업, 이민, 여행 등으로 외국 문화를 경험한 기고자의 글이었다. 다양성 존중과 관련된 해외의 여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점이 신선했다. 미국의 다양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친절 캠페인, 매 순간 불편한 일상을 마주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이탈리아, 느리지만 자연스러움을 지향하는 독일, 조급증을 내려놓고 자유를 찾아 떠난 세계 여행 도전 가족 등. 필자들의 시선을 따라 이방인으로서 느낀 생경함에 공감하며, 선진국의 성숙한 시민 의식에 우리의 문제를 투영해 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관한 인터뷰와 전쟁 관련 그림책 정보도 눈여겨볼만했다.
출산 후 많은 여성들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경력 단절 속에서도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진취적인 행보를 이어나가는 컬크러쉬 폭발 여성들, 노년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며 황금 노후를 보내는 열혈 여성,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극복하며 아이와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엄마들 등 부모로서의 책임과 자아실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 땅의 많은 엄마들에게 희망 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행복하게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의 인식을 제고하고, 사회적 공감과 연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