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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위로 권하는 사회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의 저자 손힘찬의 신간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가 출간됐다. 제목을 줄 세워 놓고 보니 역시 요즘 에세이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전형적인 힐링물이다. 일본 태생으로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정체성의 혼란과 주변의 차별, 부모님의 무관심과 가난을 겪어내며 아픔을 글쓰기로 승화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산 듯하다. 관계 지향적인 성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위로를 필요로 하는지 요즘 베스트셀러 에세이 트렌드를 보며 새삼 절감한다. 긍정, 행복, 감사, 주체성, 무리 금지, 내려놓기 등을 키워드로 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 사랑하길 강조하며 지친 독자에게 적극 위로를 권한다.
감사하며, 사랑하며, 표현하며 살자. 부정적인 말, 상처 주는 말 하면서 살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p.125)
내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매 순간 지금밖에 없으니까. 그게 아마 현재를 'Present'라고 부르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Present'는 '선물'과 '현재'를 동시에 의미하는 단어니까. (p.100)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가끔 나보다 먼저 나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조바심이 나겠지만, 그들도 나아가던 방향이 틀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나아가냐가 아니라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알고, 비록 느릴지라도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거다. (p.112)
이 또한 지나가리라 (p.142)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누가 말한 지도 모를 정도로 유명한 어느 격언이다. (p.162)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현실을 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한다. 마치, 내가 하는 일에 장애물과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도한다는 건 멍청한 것이라고 한거 마냥 얘기를 한다. 현실은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들이 진짜 현실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마라. 당신의 갈 길을 가라. 그 길의 끝에 만나는 찬란한 미래가 당신의 현실이다. (p.209)
최근에 읽었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와 결이 상당히 비슷해서 사실 큰 감흥은 없었다. 하완 님 작품은 직장 생활에 대한 피로감과 나이를 먹으며 느끼는 삶에 대한 무게, 성취해야 하는 과업, 마모되는 일상 속의 고단함 등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데 반해, 이 작품은 어디선가 자주 접한 내용의 나열이 진부하게 느껴졌고 단순하고 평면적인 표현력도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검색하면 줄줄이 쏟아지는 블로그 포스팅에서 접할 수 있는 피상적인 위로들이 오히려 명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인기에 편승해 힐링과 위로를 표방하며 우후죽순으로 출간되는 이런 도서 또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나친 경쟁을 부추긴 부작용의 산물 같아 씁쓸하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