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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천과 함께하는 붓으로 배우는 캘리그라피
김성태 지음 / 덕주 / 2022년 7월
평점 :
아날로그의 대표 감성으로 느껴지는 서예는 초등학교 미술 시간 이후 접해 본 기억이 없다. 서예가 든 날이면 무거운 벼루며 먹, 붓, 문진, 깔판, 화선지까지 챙겨 나선 등굣길에 툴툴거리기도 했는데, 차분히 앉아 먹을 갈고 붓끝에 진한 먹물을 묻혀 화선지에 한 자, 한 자씩 써 내려가는 그 시간이 싫지만은 않았다. 특히,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정성껏 공들여 쓴 완성작을 보고 있자면 덜렁이 기질 다분한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것 같아 뿌듯하고, 대견하기까지 했다. 요즘은 워낙 빠르고 실용적인 걸 선호하는 시대라 준비부터 번거로운 서예보다는 역시 디지털 캘리그라피가 좀 더 대세이지만 아날로그를 거쳐 디지털 시대에서 살고 있는 내 입장에서 자동 추억 소환되는 이런 감성 충만한 신간은 참 반갑다.
붓으로 배우는 캘리그라피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예 및 한국서예사를 전공하고, '태종 이방원', '한국인의 밥상', '인간극장', '진품명품', '명견만리', '장영실', '동행' 등 한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쓰신 장천 님의 저서다. 한글 캘리그라피의 뿌리를 한글 판본체와 필사체에서 찾고, 그중에서도 훈민정음체와 궁서 정자체에 바탕을 두어 자유분방한 캘리그라피로의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캘리그라피의 대표적 필기도구인 펜이나 기타 다른 도구는 배제한 채 오로지 붓만 사용한다.
캘리그라피란?
손글씨를 흔히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고 하는데, 캘리그라피는 그리스어 '칼리그라피아(kalligraphia)'에서 유래된 단어로, 단순히 손글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손으로 아름답게 쓴 글씨체를 의미하기도 하고,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통상 '캘리그라퍼(calligrapher)', 혹은 캘리그라피스트(calligraphist)' 또는 '캘리그라피 디자이너(calligraphy)'라고 부른다. p.14
캘리그라피의 정의, 캘리그라피와 서예의 차이점, 서양 캘리그라피의 역사, 20세기를 대표하는 캘리그라피 작가들, 도구와 자세, 붓 다루기 연습, 집필법, 붓글씨 쓸 때 알아둬야 할 용어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어 서예와 관련한 상식과 교양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판본체 (훈민정음체) 쓰기, 필사체(정자체) 쓰기에서는 각 자모음 및 예시 글자 쓰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글자가 실려 있어 혼자 연습해 보기에 좋다. 저자의 필체는 힘이 넘치면서도 유연함과 기백이 넘치는 아름다운 서체라 예시 글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글의 아름다움과 멋이 충만히 느껴진다. 특히, 백미는 역시 다양한 작품이 수록된 '캘리그라피 작품 만들기' 코너로 따라써 보고 싶은 작품이 많았다. 또한, 부록으로는 다산 정약용, 법정 스님, 충무공 이순신의 어록 따라 쓰기, 캘리그라피 자격증 시험 정보까지 깨알 정보도 담고 있다. 공병각 님처럼 귀엽고 깔끔한 캘리그라피도 참 좋지만, 이런 한국적인 정취와 멋이 생생히 살아있는 붓을 이용한 캘리그라피도 마음에 쏙 든다. 내년 연하장은 묵향 가득한 붓으로 쓴 캘리그라피 한 장으로 외국인 친구에게 한류의 또 다른 매력을 소개해 주고 싶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