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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2.3 ㅣ 독서평설 2022년 3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2년 2월
평점 :
품절
청소년들의 심각한 문해력 논란이 대두되고 요즘, 부담 없이 하루 10분으로 독해력 증진은 물론 교과와 연계된 필수 지식까지 쌓을 수 있는 월간지가 있어 소개해 본다. 독서평설은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독서·학습 월간지로 교과서를 발행하는 지학사와 분야별 최강 필진이 만나 이룬 독서 교육의 정수를 담고 있다. 문화, 현재의 이슈, 입시, 비문학, 사회, 과학, 문학을 고루 아우르며 폭넓고 깊이 있는 사고력과 통찰력을 신장하고 내면의 중심을 바로 세워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문화의 창에서는 비현실의 이야기로 현실을 그리는 만화가 - 고아라의 인터뷰, 한국에서 만나는 외국의 풍경 - 차이나타운, 남해 독일마을, 안산다문화거리, 영화 '원 세컨드'를 통해 엿보는 중국을 다룬다. 시대의 창에서는 넷플릭스 콘텐츠 세계 1위를 차지한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중대 재해 처벌법 시행, 대선 TV 토론 위법 논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실어 요즘 핫이슈를 통해 편향되지 않는 논리의 힘을 길러 준다. 입시의 창에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페르소나 전략, 진로 독서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 장하석의 '물은 HO인가?'을 소개한다.
비문학 창에서는 루커스의 역설 - 돈은 거꾸로 흐른다, 현대 철학 에마뉘엘 레비나스 - 타자의 얼굴을 보라, 오해한 한국사 - 선죽교 전설의 역사적 사실, 콜럼바인의 고교생들이 총기를 난사할 수 있었던 배경, 버스정류장의 붙은 이름, 남은 이름, 볼펜 고르기, 우주선지구호와 바이오스피어2, 양자컴퓨터, 비트코인을 실어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문학의 창에서는 초단편 SF 연작시리즈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사람의 가치는 똑같다, 어떤 고요, 글쓰기 - 희망, 손창섭의 '비 오는 날'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 문학의 활자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글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우리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국경을 넘어 지구촌에서 인정받는 우리 대중문화의 위력에 휩쓸려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재미와 스펙터클 이면에 묘사되는 폭력과 잔혹함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취하고, 콘텐츠 소비자의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도록 주의를 환기한다.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얼굴을 보라'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풀어낸 안광복 선생님의 글도 잔잔히 마음에 스며들었다. 혐오와 증오, 경쟁과 물질적 욕구가 만연한 사회에서 시야를 조금만 돌려 나에서 타인으로 옮겨보자. 도처에 널린 타자의 슬픔과 아픔에 눈 감지 말고, 양심을 좇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궁극적으로 개인과 공공의 행복지수는 상승한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과 상실된 인간성 회복의 필요성을 상기시켜 준다.
마지막으로는 사소한 일상에 애정 어린 시선을 던질 수 있는 관찰력을 기르고, 감성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버스정류장'이다. 문헌학자의 도시 산책이란 코너에 실린 글로, 우리나라의 수많은 버스정류장의 이름에 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가장 긴 이름의 버스정류장은 '우리나라최대왕릉군인동구릉', 정겨운 버스정류장 이름 '권춘섭집앞', '장미미용실건너', '영아다방', '오쇠동입구' 등이 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예전 시설의 이름을 남긴 버스정류장을 '도시 화석'이라고 표현한 필자의 언어적 감각에 감동도 더해졌다. 잊혀 가는 추억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누군가의 땀방울 덕분에 소중한 과거의 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밖에도 다양한 양서를 소개한 코너도 유용해 흥미롭게 읽었다.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민음사의 릿터, 바다출판사의 뉴필로소퍼, 스켑틱, 우먼카인드, 서울리뷰오브북스 등 다양한 양질의 잡지를 찾아 읽고 있는데 독서평설도 앞으로도 자주 챙겨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