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또 영어책이다. 아주 실용적인 신간이라 픽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학연수든 워킹홀리데이든 조만간 곧 영어권에 혼자 똑떨어져 당장 서바이벌 영어를 구사해야 할 아주 급박한 상황의 학습자라면 이 책이 매우 반가울 것이다. '거의 모든 행동 표현의 영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행동' 즉 동사를 중심으로 한 덩어리 표현을 습득할 수 있는 생생한 영어 표현집이다. '자동사 다음 전치사를 쓰세요.', '타동사 다음 목적어가 와야 해요.' '4형식 동사에는 간접목적어, 직접목적어 두 개 쓰셔야죠.' 이런 구태의연한 문법 설명은 죄다 걷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보면 바로 와닿는 직관적인 간결한 삽화와 해석, 영어 표현 그리고 오늘도 몇 번이나 말했을 것 같은 실용적인 문장들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왜?! 동사를 중심으로 한 표현을 습득해야 할까? 하루 일과를 떠올려 보면 답은 간단하다. 기상 후 씻고, 아침을 먹고,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차를 운전해 출근을 한다. 일을 하고,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퇴근해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SNS도 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책을 읽거나 운동 후 잠자리에 든다. 보다시피 우리의 일상생활은 동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영어는 동사와 함께 쓰이는 바른 표현을 함께 익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 영어 단어와 한글 해석을 일대일로 대응해 목록 만들어 열심히 외웠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 두뇌 회로가 버퍼링을 거듭하다 다운돼 겨우 한 마디 던진다. "I can't speak English..."
이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실용적인 영어를 배우자. 이 책이 큰 위안을 주는 이유는 바로 제목이다. '거의 모든'에 우선 방점을 찍고 싶다. '아! 이 책만 달달 외우면 어느 정도 행동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로울 수 있구나.' 싶은 안도감! 단어든, 문법이든 항상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헤매는 기분, 부어도 부어도 영원히 채울 수 없는 듯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 그 아득함이 항상 인내심의 발목을 잡고 중도 이탈을 부추긴다. 끝이 보인다면 부딪쳐볼 의지도 용기도 퐁퐁 샘솟는다. 265페이지, 하루 두 장씩만 봐도 대략 두 달이면 일회독이 가능하다. 해볼 만한 분량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욕심은 금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게 힘들어 포기할 것 같다면 책을 넘겨보며 자신에게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부터 한두 개씩 연습해 보는 것도 좋다.
<예시 문장>
I bought a glass of iced caffe latte for takeout.
나는 아이스 카페라 떼 한 잔을 테이크아웃했다.
I'm using an app that tracks my workouts.
나는 운동을 관리해 주는 앱을 사용하고 있다.
After I come back from a trip, I post pictures and reviews on my blog.
여행에서 돌아오면 나는 블로그에 사진과 후기를 올린다.
I washed the rice and soaked it in water.
쌀을 씻어서 물에 불려 두었다.
Don't nibble at your food. Eat a lot.
깨작거리지 말고 많이 좀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