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유래 사전 - 우리말 속 일본어 205가지 바로 알기 프리윌 교양 사전
다산교육콘텐츠연구소 지음 / 프리윌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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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쓰기 굉장히 힘든 책을 받았다. 사실, 그동안 도서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건 오로지 개인적인 내 생각과 감정인 데다 도서를 무상으로 지급받고, 글을 쓴다는 일종의 마음의 부채 때문에 가급적 적당히 포장해 서평을 쓴 적도 있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가치 있는 작업인지 잘 알고 있기에 누군가의 노고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았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번 도서는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이래 가장 충격적이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좀 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임해주길 바라는 마음과 잘못된 지식을 예비 독자들이 여과 없이 받아들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소 혹평이 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류가 많다. 감히 단언할 수 있는 건 '일본어 유래 사전'이란 제목이 무색할 만큼 저자는 기본적인 일본의 문자인 가나를 정확히 읽지 못할 정도로 일본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것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표기부터 오류투성이인 이 책을 독자로서 절대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말과 일본어의 관계를 규명해 사실과 지식을 전달하는 도서이다. 그런데 출판사에 문의해 본 결과, 외국어에 대한 전문가의 감수는 전혀 받지 않았고, 지식 전달 도서에 참고 문헌 단 한 줄 없는 점 또한 개탄할 노릇이다.

 

 

<대표적인 오류 모음>

페이지

오류

정정

정정 설명

p. 16

p.171

와꾸 ねく

와쿠 わく

わく

-

히라가나 오류

같은 단어 한글 표기 불일치

p. 27

카부스 かぶす、傾

머리 쪽을 경사지게 하다

고개를 숙이다

오쿠리가나 누락 및

어색한 해석

p. 28

가리누이 かりぬぃ

누이 ぬぃ 

かりぬい

ぬい

히라가나 오류

ぃ(X) い(ㅇ)

p. 31

카부 株. かぶ, 株

株. かぶ

한자 중복 오류

p. 35

가에스 かやす '되돌리다'

かえす、返す

히라가나 오류, 한자 표기 누락

p. 36

가케모치 かけもち, 掛持

掛け持ち

오쿠리가나 누락

p. 38

간하쯔 かんはつ, 間?

간파쓰 かんぱつ

한글 발음 오류, 히라가나 오류

p. 39

간수 かんしゆ, 看守

かんしゅ

요음 오류

p. 45

고오꼬오이모 こうしま

고코이모こうこういも 孝行芋

히라가나 오류

(한글 표기가 실제 일본 발음을 우선으로 했는지 불명확)

p. 48

'고こ’는 다섯

히라가나 오류

p. 49

고바이 こぅばぃ

こうばい

히라가나 오류

p. 71

기모 きも, 起毛

きもう

장음 오류

*한글 정정 표기는 한국어 어문 규범 외래어 표기법에 따름

 

이상의 오류는 빙산의 일각이다. 끝까지 읽으면서 오류를 발견할 때마다 포스트잇을 붙였더니 이만큼이나 나왔다.

 


  

첫째, か를 '가', '카', '까'로 つ를 '츠'와 '쯔'로, 기타 발음도 예사소리, 거센소리, 된소리로 혼재하여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일본어 발음의 표기가 일본어 사용의 실제 소리인지, 표기법에 따른 것인지 기준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백 번 양보해서 か를 가, 카, 까로 표기한 건 그렇다 쳐도 'が’를 '까'로 적는 건(p.276)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류다. 같은 단어라도 [わく: 와꾸, 와쿠, かばん : 가반, 카방 (p.25, p.161)] 예시와 같이 등장할 때마다 표기가 상이하다. 시대 표기에 있어서도 明治時代(메이지시대)를 명치시대로 표기하고, 江戶의 경우는 현지 발음인 '에도'로 표기해서 통일성이 결여됐다.

 

둘째, 저자는 일본어 단어를 표기할 때 히라가나만 표기하거나 히라가나와 한자를 함께 표기하는데, 이 또한 단어 표기의 통일성이 결여됐다. 참고로 일본어 표기는 한자에 요미가나를 덧붙여 가독성과 지면의 경제성을 높이는 게 일반적이다. 더불어 히라가나와 한자 표기를 할 때 한자에 오쿠리가나를 누락하여 한자만 표기하는 빈도가 잦다.

셋째, ぃ=い、ぅ=う처럼 크고 작은 히라가나 표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같은 글자로 인식하며, 장단음, 청음과 탁음, 요음 등 구분 없이 표기한다.

넷째, 어원이 일본어 여부인지 정확한 근거 없이 실은 단어도 있다. 예) 구라, 다대기

다섯째, 기타 한글 오류도 일반 도서에 비해 많다. (p.122 뗑깡, p. 92 매고, p.74 얼마에요?, p.81 나와바리 잖아 등등)

 

어에는 사용자들의 얼과 정신이 녹아있다. 그렇기에 식민지 시대에 일제가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고, 강제로 그들의 것을 주입하려 한 이유를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우리 말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일본의 잔재를 지우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려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을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시대의 도래로 수많은 외국어가 유입되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은 식민지 시대 못지않게 참 안타깝다. 그렇기에 이 도서가 생활 전반에 걸쳐 잠식된 일본어 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국어의 올바른 사용에 도움 될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에 못 미쳐 매우 아쉬웠다. 워낙 지리적으로 가까워 장구한 역사를 함께 해온 이웃나라인 만큼 언어 또한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우리의 말이 일본으로 유입돼 다시 역수입되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어 흥미로웠고, 일본어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을 배울 수 있는 점은 유익했다.

 

다만, 우리말과 관련된 부분은 대부분 표준국어사전, 오픈 국어사전,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참고한 것 같은데, 일본어 관련 내용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실었는지 매우 궁금하다. 오타가 너무 많아서 완독할 때까지 오롯이 내용에 집중하기 꽤 힘들었다. '언어가 품격이고, 올바른 언어가 인품을 만든다'라고 표방하기에 앞서 독자가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책임감 있게 제작해 주길 바란다. 적어도 '사전'이란 제목을 붙여 출판될 도서라면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좀 더 객관적인 자료들로 신뢰감을 실어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깊이 있는 지식들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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