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하고도 보름 정도가 지났다. 새해 결심에 대한 실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시기이기도 하지만 민족의 대명절 설, 음력 1월 1일은 다시금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 같아 감사하다. 정신이 흐트러지고 몸가짐도 나른해지는 이 맘 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챙김의 인문학'을 추천한다. 속도와 효율에 매몰된 삶 속에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를 되새겨 보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 두 번째 새해에 함께하기 더할 나위 없는 명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엿보는 선현들의 지혜
이 책은 우리 선조들의 다양한 작품집 중 명문들을 발췌해 싣고, 저자의 해설이 곁들어져 얼핏 보기에는 숱한 인문 고전서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저자의 폭넓은 지적 스펙트럼과 유려한 문체에 매료되고 만다. 또한, 수백 년을 초월한 시대적 간극을 해소할 만한 위트 넘치고 세련미 충만한 필치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설득의 힘도 실려 있다. 오로지 생산성과 효율성을 기치로 앞만 보고 질주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져 준다. 뿐만 아니라, 눈앞에 놓인 것에 급급하며 마음의 여유를 잃고 사는 우리들에게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삶을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더불어 사회 전반적으로 점점 희박해져 가는 인간성 및 도덕성, 절제와 느림의 미학, 당연히 주어지는 것에 대한 감사, 배움과 삶의 일치의 중요성,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 자본주의의 폐단, 학문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 등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결여된 부분에 대해 선현들의 지혜를 엿보며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정감 넘치는 우리의 이야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중국 고전을 읽을 때는 역사적 배경지식이 부족해 종종 괴리감이 느껴지거나 공감대가 부족할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의 경우 친숙한 우리 문화,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4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에도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더욱이 다양한 역사적 사건, 인물, 인용서 등에도 관심이 생겨 관련 자료들을 좀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조선 양반들의 일탈?!
- 과거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친구들이 모인 것이지만 실제로 계획한 것은 대개가 다 놀러 가는 계획이었다.
- 서울의 부인들이 베 짜는 법을 모르고 사대부 부인들이 밥 짓는 법을 알지 못하니...
- 어느 집안이든 자제들이 머리가 좀 굵어지면 어른이 쉽게 일을 시키지 못한다. (본문 내용 중)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조선 사회를 이끌어가던 지체 높은 양반들이라 하면 지아비는 엄격하고, 지어미는 가정적이며, 자녀들은 순종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이 대목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꽁꽁 언 들녘에 햇살이 봄 이불을 덮어주고, 꽃바람이 개화를 재촉하면 과거를 앞둔 도령들의 마음도 싱숭생숭, 벚꽃엔딩 작당 모의를 했다. 수백 년 전 양반집 마님들도 가사를 거부하며 페미니즘에 눈을 뜬 것인지, 그때나 지금이나 중2병을 앓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은 일촉즉발, 시한폭탄이었던 닮은 꼴을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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