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습관의 디테일 -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사소한 행동 설계
BJ 포그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이른 아침, 고요한 정적을 뒤흔드는 요란한 휴대폰 알람을 끄고 다시 포근한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연이어 울리는 또 다른 알람에 가까스로 실눈을 뜨고 휴대폰을 감싸 쥔 엄지는 반사적으로 SNS부터 순회를 시작한다. 10분, 30분, 1시간 금세 순삭! 일찍 일어난 보람도 없이, 언감생심 따끈한 물 받아 전신욕으로 개운한 하루를 시작하기는커녕 오늘도 아침 운동은 글렀다. 허비한 시간 때문에 자동 증발된 일정은 자책과 후회, 한숨 쓰리 콤보의 쓰나미가 되어 밀려온다. 어디 그뿐이랴! 올해 1월 라탄 공예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사둔 라탄은 제대로 빛도 못 보고, 창고 어딘가에서 뽀얗게 먼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초반만 열정을 불태우다 살포시 덮어 책장에 전시해 둔 문제집도 부지기수! 의자박약러, 귀차니스트, 끈기제로녀 이런 오명과 함께 새해를 맞고 싶지 않아 골라본 신간 습관의 디테일!
이 책은 '스탠퍼드대 행동설계연구소장이 20년간 6만 명의 삶을 추적해 완성한 습관 설계의 결정판'이라는 표지 문구나 온갖 저명인사들의 찬사부터가 당장이라도 삐걱거리는 인생을 원하는 궤도에 올려줄 것만 같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최고의 습관 설계 전문가이자 행동과학자답게 내용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상당히 구체적이라 자신이 원하는 습관 형성을 위한 행동 설계에 매우 도움이 된다. 더욱이 또 다른 수많은 나와 같이 다양한 의지박약러들의 사례를 통해 깊은 연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그들의 성공적인 변화를 보며 능력치가 비슷해 보이는 나에게도 충분한 동기 부여와 자극이 됐다.
저자가 규정한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3요소는 위에 언급한 동기, 능력, 자극으로, 이 세 요소가 동시에 작용할 때 일어난다고 한다. 동기가 강하고, 행동하기가 쉬우며, 자극이 강하게 주어지면 원하는 행동을 지속할 수 있다. 반대로 동기가 약하고, 행동하기 어려우며, 자극이 부족해지면 행동을 지속하기 힘들다. 이런 원리로 원하는 행동은 유지하고, 싫은 행동은 제거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새해에 신년 계획을 공들여 세우고 작심삼일로 점철된 쓰라린 경험이 증명하듯 동기란 녀석을 그리 신뢰해서는 안 된다. 자극>능력>동기 순으로 자신의 행동 설계를 고려하는 것이 성공에 다가서기 유리하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나는 이런 인간의 행동 원리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 결국 TV를 퇴출시켜 이 요물로부터 자유를 찾은 경험이나 미라클 모닝 스터디를 만들어 매일 일찍 일어나 인증을 하며 공부를 지속하고, 읽은 책과 아침 식사 사진을 카페에 올려 댓글로 격려 받는 일 역시 자극 제거 및 강화가 된 행동 설계였던 것 같다.
그런데 변화에 실패하는 원인은 과연 자신의 잘못인 걸까? 뜻밖에도 저자는 개인의 잘못이 아닌 접근 방식의 문제이며, 습관 형성의 핵심을 작은 습관 기르기라고 역설한다. 하고 싶은 행동을 정해 작게 쪼개서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은 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그 실천 방법이다. 뇌는 편하고 익숙한 것을 좋아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감을 가지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우리의 뇌를 회유하는 일종의 신호탄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30초 안에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행동에 주목하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소변본 후 팔굽혀 펴기 2회 하기, 잠에서 깬 후 '멋진 하루가 될 거야'라고 말하기, 양치 후 이 하나만 치실질 하기 등이다. 너무 사소해서 헛웃음이 나오지만 이 작은 불씨가 종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면 감탄으로 바뀔 것이다.
습관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7단계 행동 설계는 다음과 같다.

그동안 추구하던 지나친 완벽주의가 결국 패인이었음을 절감한다. 사소함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차근히 한 걸음씩 꾸준히 실천하기! 역시 이 기본이 진리다. 더불어 저자가 강조한 축하하기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뇌에 각인시켜 습관을 공고히 하고, 성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작심삼일의 굴레에서 무력감과 자기 비하의 악순환을 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능동적으로 행동할 독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