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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물들 -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
허수경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당신의 사물들>을 읽고서 사물에 빠지는 애착이라는 것은 오롯이 느끼는 충분한 감정의 연속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류 시인들의 애착을 두는 각자의 사물을 보다 물활론적인 감정에 의인화하여 마치 살아 있는
사물로서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만큼 관심을 두는 부분에서 함께한 사물들은 기억의 선물이자 자신을 버티게 해준 의미의 선물이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한 시인의 사물을 대해 표현하는 일은 역시 작가의 인생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어서 평소 시인들의 생각이 궁금하던 차에 더 깊이 귀를 기울이고 사물에 대한 그 속성을 객관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지나치게 주관적이지 않은 사물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적극적으로 대하는 나의 한 부분으로 되돌아보는 시간도 되었다.
안희연 시인이라는 분은 침낭에 대한 추억을 책에서 청춘이라는 시절에 느꼈던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나에게는 어떠한 책이 가장 애착을 두는 사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것은 바로 오랫동안 시를 쓰기 위해 썼던 나만의 창작도구였던 연필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쓴 연필은 짧아지고 다시 그 연필을 오래 쓰기 위해서 볼펜의 구멍에 꽂아 쓰기도 하였다. 내 손을 거쳐간 연필들은 그 자체로 경험한 느끼고, 만져 보고, 바라보고 하였던 그것이 내 마음에 녹아든 것이다. 그런 것이 내게는 가장 희망을 갖게끔 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만약 나에게 연필 한 자루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면 시에 대한 지금의 마음을 그만두고 다른 사물을 위해 찾으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그러한 시간들이 나에게는 없어져서는 안 될 가장 친숙한 사물의 하나였던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여류 시인들은 젊은 세대부터 중년의 세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관통했던 세대의 총합이다. 그렇게 시대가 지날수록 없어지는 사물이 늘어나지만, 낡은 사물이 아닌 그 오래된 경험이 자신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스며들어간 시대의 감정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사물을 지긋이 바라보고 느끼고, 만져보고, 경험해봄으로써 더 깊이 사물에 대해 감정을 투영하여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분명한 자신의 관점이 작품을 창작하는 데에 있어서 가까이 있는 사물에서부터 멀리 있는 사물까지 그저 관심을 두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사물은 우리를 크나큰 마음의 강한 힘을 주는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