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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의 순간들 - 아직 끝내는 것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철학 연습
소피 갈라브뤼 지음, 박명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소피 갈라브뤼, 어지간히 나올 이름일 것 같다. 깊고 깊은 마음과 사유를 담은 글에서 글쓴이가 ‘소피 갈라브뤼’를 언급하고 그가 쓴 책의 한국어 번역 책, “마침표의 순간들”이란 제목을 주석에서 볼 것 같다.
‘아직 끝내는 것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철학 연습’이란 부제를 적으면서 지금 내가 무엇을 끝내려고 하고 있는지 그 ‘무엇’이 궁금해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끝내려고 하는가. 아무것도 끝내려고 하지 않으면서 끝남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나는.
들뢰즈, “알코올 중독자란 끊임없이 술을 끊는 사람입니다. 그는 끊임없이 마지막 한 잔에 머물지요........다른 모든 잔들은 마지막 한 잔을 기다리는 그의 방식일 뿐이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중장년이나 노년 사이에서만 유통하지 않을 것 같다. 1990년생, 2026년 올해 서른 여섯, 나보다 딱 20년 늦게 태어났고, 청년의 끄트머리에 있는 철학자가 끝, 마지막, 마침표에 대해 사유하고 문자로 표현하였다. 나이로만 따지면 한창때를 살고 있는 그에게 그것들에 관한 것들을 읽을 수 있다니. 나는 그것들을 꼭 나이의 문제로만 보았다. 태어난 이후 매시간이 끝, 마지막, 마침표의 순간인데도 말이다.
지루함에도 나름의 효능이 있다. 지루함은 상상력과 반항심과 사고력을 길러준다.
보부아르가 지적하듯,일이라는 것은 강요된 것이든 선택된 것이든 근본적으로 양면적이다. 일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얽매이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사회에 통합시키는 수단이 되며, 우리의 능력을 길러주거나 유지시켜 준다.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존재를 단 하나의 활동으로 축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 노년의 활력을 유지하는 열쇠가 있다.
우리는 끝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을 친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남기게 되더라도 그렇게 한다.
직업적 경험의 필요불가결한 조건인 은퇴의 전망은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자기 일을 더는 못 견텨 하는 사람에게나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은퇴는 곧 소외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으로 인한 단절은 종종 사회적 죽음의 동의어가 되며, 삶의 폐기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떠남은 세속적 삶의 절정인 동시에 궁극적인 끝을 향하는 카운트다운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순간’이 새로운 결심이나 자기 변화를 향한 의지를 나타낼 때 우리는 그것을 훨씬 더 수월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끝’이라는 개념보다 ‘이행’, ‘전환’, ‘쇄신’이라는 개념을 선호하다.
은퇴란 자신의 일부가 끝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또 하나의 마지막 순간’을 선언하는 기술이다. 그것은 엄청난 도전을 부과한다.
은퇴는 수익성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 사회의 함정이다.
마지막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죽음의 순간은 근원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