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월급쟁이 부자들 - 투자의 고수들이 말해 주지 않는 큰 부의 법칙
성선화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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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내게 사실 사모펀드는 엄청 나쁜 인식으로 기억되고 있다. 누군가 평생을 바쳐 공들여 만든 기업체를 헐값에 사들이고 회사를 정상화시킨다는 명목하에 정리해고로 가장들을 길바닥으로 내 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꾸준히 사모펀드 시장이 발전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거의 공공연히 우리나라 경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사모펀드를 비롯한 간접투자의 세계와 그곳에서 성공한 이들의 사례들을 담고 있다.

 

 

책은 3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다양한 딜의 사례를 보여준다. 갓난 아기만 보고 이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지 예측하듯 미래의 트렌드를 읽고 성장가능성을 보이면 과감한 투자를 해서 성공한 사례들을 통해 그것을 볼수 있는 능력의 DNA가 과연 따로 있는지 같이 생각해본다.
2부에서는 실제로 100억의 월급쟁이 부자들이 어떤 투자를 어떤식으로 했는지를 통해 그들의 마인드와 투자방법을 엿볼수 있다.
3부에서는 우리 주변의 딜의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모펀드의 사례들을 보여준다.


사실 제목속 '월급쟁이'만 보고 이 책을 펼친다면 그 월급쟁이의 의미가 우리가 아는 월급쟁이와 얼마나 다른지 느끼며 큰 괴리감에 빠질수밖에 없다. 그들은 과자를 사고 파는것이 아니다. 하나의 기업을 사고 파는 이들이다. 단지 DNA만으로나 철저한 사전지식이나 공부를 훨씬 뛰어넘는 미래를 볼수 있는 남다른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인맥 또한 무시할수 없는 만큼 평범한 이들은 아닌것이다.


사실 어찌보면 이 책은 먼 우주 이야기같이 느껴진다. 수십, 수백억의 기업을 사들이고 되팔거나 회생시켜 이익을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용어도 많이 어려워서 계속 찾아보며 읽어야 할 만큼 이 책은 불친절했고, 오직 성공한 사례만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읽는 내내 불만스러웠다. 도대체 사모펀드로 100억 부자가 될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실패한 사례는 접어두고, 경계심따위도 접어두고, 천편일률적으로 성공하고 좋은 사례만 언급하는 작가의 의도를 사실 잘 모르겠다. 도대체 이 책은 누구를 대상으로 씌여진 책일까? 적어도 나 같은 보통사람을 위한 책은 아닌듯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우주세계를 다룬 책보다 내겐 더 멀고 아득하기만 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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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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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고통은 없었다고 의사가 분명하게 말했다.

잘 나가던 법조인 미리암은 아이들을 낳으면서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둔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육아는 날이 갈수록 지치게 하고 '무슨 일을 하느냐고 아무 생각없이 묻고는 전업주부라는 사실을 내비치면 등을 돌려 가버리는'(19쪽) 사람들을 만나며 점점 작아져간다. 그러던중 그녀에게 다시 일을 하겠냐는 제의가 들어오고, 그녀는 보모를 구해서라도 일을 하려 맘 먹는다. '추가근무 시간까지 치면 보모하고 당신하고 거의 수입이 같을 거'(24쪽)라는 남편의 말 따윈 무시하고.
그렇게 인연이 닿은 루이즈. 작은 체구에 마른 몸. 거기에 전에 봐주었던 아이들의 부모들까지 적극 추천하는 여자였다.
루이즈는 첫날부터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아이에게 예의를 바로 가르치고, 집안까지 치워줄 뿐더러, 부부를 위한 음식과 손님초대요리까지 척척 해대는 루이즈를 보며 부부는 너무나 행복해한다. 루이즈는 이제 가족같은 존재가 되어버렸고, 부부는 그리스로 가는 여름휴가에 루이즈를 동행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몇개월 뒤, 그녀는 아이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자신 또한 자살을 기도한다. 도대체 아이들을 그렇게나 사랑하던 루이즈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왜 루이즈는 아이들을 잔인하게 죽여야 했을까.
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살뜰하게 아이들을 챙기고 사랑했던 그녀가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러야 했는지 궁금해서 미치게 한다.

 

 

그녀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다. 그들과 함께 세상을 이루고, 자기자리를 찾고, 그곳에 거주하는 것, 몸을 숨길 둥지 하나, 따스한 은신처 하나를 마련하는 것. 243쪽

 

 

아무것도 없는 그녀...  행복을 잃어버린 그녀...그녀가 유일하게 행복을 느끼고 소유할 수 있는 순간들은 아이들을 통해서 뿐이었다. 미리암부부의 가정속에서 그녀는 행복함을 느꼈고 어떻게든 그 안에서 행복을 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커가고 언젠가 그녀는 그 행복에서 내쳐질 것이다....

책은 초반 <82년생 김지영>을 읽는 느낌이다. 경력단절을 두려워하는 마리암의 심리를 따라가며 깊은 공감을 준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 후반에 이르러서는 스릴러소설 같은 긴장을 주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미리암의 아픔도, 루이즈의 아픔도 여성들이라면 어쩔수 없이 공감될수 밖에 없기에 다시금 이 책은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건 왜 이리 힘든걸까 싶은 생각도 들고...

<이방인>을 빼닮은 첫문장을 시작으로 시종일관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가 참 대단하다 싶다. 우연히 만난 책임에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인상깊은 책으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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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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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05년 출간되어 이미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역시나 게이고의 작품답게 가독성 끝내주고 반전도 놀라웠다. 그럼에도 반전 하나에 기대기엔 전반적으로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광고회사에서 촉망받던 '사쿠마'는  닛세이자동차의 광고주로 부터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라는 명령을 받는다. 자존심이 극도로 상한 그는 이 프로젝트의 최고결정자인 부사장'가쓰라기'를 만나러 그의 집을 찾아가고 가쓰라기를 기다리던 중 몰래 가출을 하던 그의 딸인 '주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사실은 첩의 딸로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되고, 어떻게든 돈이 필요한 주리를 위해 주리를 유괴한 것으로 가장해서 가쓰라기로 부터 3억엔의 돈을 받아내 주리에게 준다. 그렇게 유괴게임은 승리했고, 주리를 돌려보낸 며칠 후, 놀랍게도 주리가 살해당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그런데 더 놀라운건 살해된 주리가 자신이 알던 주리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사쿠마는 이 사실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러워 하는데....

 

 광고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굴욕감에 어떻게든 가쓰라기에게 설욕하고 싶었던 사쿠마는 결국 자신이 시작한 게임에 자신이 걸려들고 만다.
스토리상으로 보면 반전도 완벽한 잘 짜여진 추리소설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는 유괴게임 자체가 뒤의 반전이 있다는 걸 뻔히 느낄만큼 시작부터 완성까지가 너무나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긴장감이 떨어졌다.


그동안 내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사회고발적이었고, 미워할수 없는 이가 늘 등장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속 인물들은 작가가 작정을 하고 쓴듯 가슴속에 온기하나 품지 않는 로봇같은 인물들 일색이라 게이고작품 특유의 여운은 남기지 못해 내겐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야.

 맨 얼굴을 드러내면 언제 어느 때 얻어맞을지 몰라.
이 세상은 게임이야.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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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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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유방에서 그저 아주 작은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그 전화는 37살인 그녀의 미래가 사라져가는 시발점이었다. 엄마의 암은 이미 많이 진행중이었고, 일가친척들 또한 많은 이가 암이 진행중이었다. 그래서 예상되었던 일이었을까,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의 암을 받아들이고 '아주 작은'종양을 제거하는 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암은 그 누구보다 공격적이었다. 한쪽 가슴을 절제하고 항암치료가 지속되는 상황속에서도 암은 1기에서 시작했음에도 왕성하게 증식해갔다. 3기가 시작될 무렵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지켜보며, 또한 암으로 인해 점점 왜곡되어 가는 자신을 보며 조금씩 죽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뼈에 이어 폐까지 전이된 암은  그녀 자신이 '전혀 몰랐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187)' 죽음으로 이끈다.

나 자신을 천천히 살펴보고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본다. 내가 아직 성장하지 않은 탓에 내가 누군지, 어떤 엄마인지 잘 모르겠다. 아직 배워가는 중이다. -363쪽-

삶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시인이자 작가였던 그녀는 한발한발 죽음으로 다가가는 자신의 마지막 삶을 '몽테뉴'의 문장과 더불어 과장되지 않고 덤덤하게 전하며 독자를 숙연해지게 한다.

 

 

 그녀의 죽음을 읽으며 눈물 흘리는 나도 언젠간 죽을 것이다. 우린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그 죽음을 생각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삶은 가장 환하게 빛난다. 그녀가 너무나 사랑했지만, 더이상 누리지 못했던 시간들 "The Bright Hour"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그래서 오늘 살아있는 우리 모두는 이미 축복받은 주인공들이다.

생의 한가운데 서 있는 당신,
그 자체로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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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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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페미니즘소설로 기획된 7명의 젊은 여성작가들의 단편모음집이다.
최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를 비롯해, 신인답지 않은 단편집으로 나 또한 반해버린' 최은영', 환타지소설로 자기영역을 확고히 한 '구병모', 그밖에 '김이설'등 인지도 높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페미니즘적 생각들을 담아놓고 있다.



대학새내기에 만나 10년을 같이 하고 청혼을 한 현남오빠에게 그동안 쌓인 속내를 담아 보내는 이별 편지인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 평생을 종처럼 살았던 엄마의 삶이 가여우면서도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한 유진의 마음을 풀어놓은 '최은영'의 <당신의 평화>, 중학생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느끼는 남자들에 대한 생각, 갱년기를 경년기로 맞고싶은 엄마의 갈등을 잘 빚어낸 김이설의 <경년>, 여성이 주인공인 느와르풍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손보미의 여성경찰의 이야기를 담은 <이방인>등 작가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담은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너무 들어서일까.
과연 그녀들이 부르짓는 페미니즘 생각들이 썩 편하지는 않았다.
10년을 자기식대로 의지했으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 편지한장으로 도피해버리는 듯 이별을 고하는 '현남오빠에게'도 그랬고,  느와르를 표방한 여성  경찰이야기도 어색하기만 했고, 구병모의 소설은 역겨움만 줄 뿐 지나치게 앞서간 탓에 여자인 나도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다만 최은영의 글만이 가부장적인 사회를 조용히 꼬집으며 가장 공감과 울림을 주었다.
'그가 말했던 현명한 아내, 현명한 어머니란 무슨 의미였을까.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 남자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는 사람, 남자와 아이들에게 궁극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사람. 자기 욕구를 헐어 남의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 자기 주장이 없거나 약하므로 갈등을 일으킬 일도 없는 사람...그가 '현명함'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유진은 거부감을 느꼈다.' -최은영의 당신의 평화 중에서-

 

페미니즘이 뭘까?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갑옷 입고 창들고 나서야 페미니즘일까?
이 책속 작가들은 이미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있다. 그녀들은 어떻게든 여성의 생각을 담아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지나치게 오버하고 앞서가는 페미니즘은 오히려 거부감만 줄 뿐이다.모든 여성들이 공감할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82년생 김지영처럼 말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공감이 적어서 많이 아쉬운 책이었다.
최은영작가의 작가노트에 쓰여있는 이 글이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닐까 싶다.

 

서로에게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해방될 수 있는 사랑, 그런 사랑이 가능한 세상을 꿈꾼다.
흘릴 필요가 없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꾼다.
-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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