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기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고통은 없었다고 의사가 분명하게 말했다.

잘 나가던 법조인 미리암은 아이들을 낳으면서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둔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육아는 날이 갈수록 지치게 하고 '무슨 일을 하느냐고 아무 생각없이 묻고는 전업주부라는 사실을 내비치면 등을 돌려 가버리는'(19쪽) 사람들을 만나며 점점 작아져간다. 그러던중 그녀에게 다시 일을 하겠냐는 제의가 들어오고, 그녀는 보모를 구해서라도 일을 하려 맘 먹는다. '추가근무 시간까지 치면 보모하고 당신하고 거의 수입이 같을 거'(24쪽)라는 남편의 말 따윈 무시하고.
그렇게 인연이 닿은 루이즈. 작은 체구에 마른 몸. 거기에 전에 봐주었던 아이들의 부모들까지 적극 추천하는 여자였다.
루이즈는 첫날부터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아이에게 예의를 바로 가르치고, 집안까지 치워줄 뿐더러, 부부를 위한 음식과 손님초대요리까지 척척 해대는 루이즈를 보며 부부는 너무나 행복해한다. 루이즈는 이제 가족같은 존재가 되어버렸고, 부부는 그리스로 가는 여름휴가에 루이즈를 동행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몇개월 뒤, 그녀는 아이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자신 또한 자살을 기도한다. 도대체 아이들을 그렇게나 사랑하던 루이즈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왜 루이즈는 아이들을 잔인하게 죽여야 했을까.
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살뜰하게 아이들을 챙기고 사랑했던 그녀가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러야 했는지 궁금해서 미치게 한다.

 

 

그녀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다. 그들과 함께 세상을 이루고, 자기자리를 찾고, 그곳에 거주하는 것, 몸을 숨길 둥지 하나, 따스한 은신처 하나를 마련하는 것. 243쪽

 

 

아무것도 없는 그녀...  행복을 잃어버린 그녀...그녀가 유일하게 행복을 느끼고 소유할 수 있는 순간들은 아이들을 통해서 뿐이었다. 미리암부부의 가정속에서 그녀는 행복함을 느꼈고 어떻게든 그 안에서 행복을 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커가고 언젠가 그녀는 그 행복에서 내쳐질 것이다....

책은 초반 <82년생 김지영>을 읽는 느낌이다. 경력단절을 두려워하는 마리암의 심리를 따라가며 깊은 공감을 준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 후반에 이르러서는 스릴러소설 같은 긴장을 주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미리암의 아픔도, 루이즈의 아픔도 여성들이라면 어쩔수 없이 공감될수 밖에 없기에 다시금 이 책은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건 왜 이리 힘든걸까 싶은 생각도 들고...

<이방인>을 빼닮은 첫문장을 시작으로 시종일관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가 참 대단하다 싶다. 우연히 만난 책임에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인상깊은 책으로 남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