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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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에 걸린 아들이 당장 수혈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인데도 부모가 수혈을 허락하지 않는다?

눈앞에서 배아파 낳은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고? 정말 종교 때문에?

일단 사람이 있어야 그 위에 종교가 있을 수 있는거 아닌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진심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건가 하는 호기심에 책을 들었다.


수혈을 하느니 마느니로 싸우는 '여호와의 증인' 애덤사건 말고도 주인공 피오나가 재판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나온다.


샴쌍둥이가 있는데 가만히 두면 둘 다 죽고 분리수술을 하면 한명이 죽는다.

이걸 가지고 종교계에선 어떻게 한명 살리자고 한명을 죽일 수 있냐, 모두 다 하나님이 내려주신 소중한 생명이라며 수술을 반대하고 의학계에선 한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한 부부가 이혼하며 양육권을 놓고 싸우는 사건이 나온다.

이것 역시 종교적인 문제로 아버지쪽으로 가면 여자라는 이유로 쭉 집안에 짱박혀 살아야 하고 어머니쪽으로 가면 평범한 사람들처럼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당연히!'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법정에 들어가면 그렇게 간단해지지 않는다는걸 주인공 피오나가 판결을 내리기까지 사고의 과정을 보고 알게됬다.

내가 갖고 있는 상식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상식이 아님이 법정에서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종교와 연관되어 있는 사건일 경우 더 심하게 말이다.


애덤의 부모님이 판결을 받고난 후 보였던 반응도 참 흥미로웠다.

단지 핑계가 필요했던 거라면 굳이 법정까지 오지 않아도 된거 아닐까, 그 교리라는게 그렇게까지 뻘짓을 하면서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건지 전혀 모르겠다.

애덤의 선택 역시 이해가 안되는 만큼 안타까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는 느낌이랄까.


내가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아서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너무 이상해 보였을 수도 있다.

그정도로 맹목적인 믿음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그들이 지키려는게 대체 무엇인지 감도 안잡힌다.

책을 본 후 느낀점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엄마 아빠의 딸로 지금 시대에 태어나게 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달까.

헬조선이라는 말이 떠도는 이 시점에 국가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단비같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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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ㅣ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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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일까?

누군가가 시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인간의 삶을 한 문장으로 함축시키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정말 시에는 신생아 담겨있어서 그런가 보다보면  가끔 그 무거움에 압사당하는 느낌도 든다.

이 느낌을 즐기기 때문에 나는 시를 읽는 것을 참 좋아한다.


박광수 저자가 엮은 시집을 보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1편을 보고 너무 좋아서 소장해뒀는데 이렇게 2권이 나와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요즘 현재를 즐겨라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의 귀함을 절절히 느끼며 사는 중이다.

그래서 안에 수록된 '지금'이라는 시가 계속 생각나나보다.



지금


그대가 죽어가고 있을 때 

그동안 이렇게 살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것이다.

지금 그 소원대로 살아가기를.


그대가 이별할 때

그동안 이렇게 사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질 것이다.

지금 그 마음대로 사랑하기를.


-크리스천 퓌르히테가트 겔러트 



이 시를 읽고 한참동안 다음 장을 넘기지 못했다.

뭔가 너무 필요했던 말을 적시에 꼬집어 이야기하지는 느낌, 한번에 사로잡혀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없게 되는 느낌,

이것때문에 내가 계속 시를 읽는다 같다.

언젠간 나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들어진 싯구 한 소절 써내려보고 싶다.


3권도 나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사랑에 대한 시가 많이 들어있엇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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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네 번째 - 고운 길을 닦는 사람들의 감동 에세이 ㅣ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4
송정림 지음 / 나무생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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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야'

라면서 친구가 추천해줬던 책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제목부터 따스함이 듬뿍 느껴지던 책, 기대만큼의 훈훈함이 넘치는 책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물론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찾아온 인연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썻다는 작가님이 어떤 분이실지 참 궁금해졌다.

또 대체 얼마나 괜찮은 분이시길래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부럽기도 했다.

 

얼마 전에 친한 언니와 함께 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버스카드를 찍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버스기사님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고 기사님도 '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받아주셨다.

그걸 보고 같이 버스를 탄 언니가 '너 맨날 이렇게 인사하면서 타?'라고 물어보며 좋아 보인다는 말을 했었다.

인사 하는게 힘든일도 아닌데 이런 말을 들으니 새삼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삭막하게 사는지 느껴졌다.

가끔 완전 반갑고 우렁차게 인사를 받아주시는 기사님들이 계시는데 그러면 나도 웃고 기사님도 웃게 되는 그 분위기가 참 좋다.

 

이 책에는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마주쳤을 때 작은 인사 하나로, 혹은 작은 배려로, 작은 관심으로, 작은 나눔으로 얼마나 마음이 풍족하게 채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사례가 들어있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참 아름다운 세상이 연출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회색빛의 딱딱한 현실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따스한 온기를 남에게 베푸는 이들의 모습이 더 예뻐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에게나 친구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나 표현하지 않으면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없으니 곁에 있을때 좋아한다, 고맙다, 함께 있어 즐겁다는 표현을 마음껏 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엄마한테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는 말을 다섯번도 넘게 한 것 같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는 엄마를 보며 앞으로 많이많이 표현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따뜻하고 정 넘치는 사람들이 많아야 살 맛이 나는데 하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나부터 따뜻함을 전파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보답받길 원하지 않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지는걸 보는 것 만으로도 순수하게 기뻐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좀 뜬금없지만 나도 한번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봐야겠다.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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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같이 드실래요? 1
박시인 글.그림 / 예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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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든 밖에서든 혼자 밥먹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를 걱정하기 보다는 혼자 앉아 밥먹을 때 느껴지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싫었던거 같다.

언제부터였을까?

혼자 밥먹는게 아무렇지도 않아진, 아니 오히려 좀 편해지기 시작했던 때가.

쉬지않고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리듬에 온몸을 맡긴 채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누군가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하는 시간조차 사치로 여겨질 때가 있다.

밥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집에 가서 발닦고 잠이나 자고 싶다는 생각이 매번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드니 말이다.

이런 생각을 나만 할까, 대한민국 직장인이면 대부분 다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현대인들에게 '저녁 같이 드실래요?'라는 말은 참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본다.

단순히 밥을 같이 먹자는 것을 넘어서 그 밥을 먹는 시간을 너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소박한 고백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제목부터 달달함이 넘치는 이 웹툰은 나에게도 제발 이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밝고 기분 좋은 책이다.

8년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막 헤어진 여주 도희와 앞으로 몇 년은 더 이여자 저여자한테 치일 팔자라는 말을 듣고 당분간 여자 사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는 남주 해경이 만화책답게 우연히 밥을 함께 먹게 되면서 계속 밥친구로 만나며 썸 아닌 썸을 타는 내용이 그려진다.

밥을 먹으며 각자의 연애담을 이야기하는데 예뻤던 추억들을 풀어놓는 시간이 참 재밌어 보였다.

서로 완전 모르는 사람에다 만남을 그만두고 싶다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되니 부담감이 없어서 그런가 속 깊은 이야기도 서슴없이 내놓는걸 보며 나도 저런 밥친구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 중에 도희와 해경이 처음 만나서 밥을 먹고 있을 때 해경이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전 여자친구의 전화인데 계속 씹어도 계속 전화를 한다고 이참에 차단을 해야겠다는 해경의 말에 도희가 화내며 한 말이 기억난다.

포기가 안 되니까 계속 전화하는거 아니나며 전화해도 안 받을 거 알면서 계속 전화하는 여자의 심정은 어떻겠냐고 그냥 받아주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얼마 전 내가 경험했던 일들과 오버랩되면서 심금을 울렸다.

 

해경이가 스치고 지나온 많은 여자들과의 경험담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희와 오랜 연인이었던 전 남친과의 경험담은 소소하고 따뜻한 추억들을 꺼내보는 느낌이라면 해경이의 연애경험담은 뭔가 스펙터클해서 재밌다.

 

이 웹툰은 총 3권의 책으로 나와있다고 한다.

막 1권을 봤는데 2, 3권을 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재밌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 차 있다.

해경이는 또 어떤 연애들을 해온건지도 궁금하고 앞으로 해경이와 도희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오랫만에 소장해도 좋을 만한 웹툰을 봐서 기분이 좋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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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순원 지음 / 북극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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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나 20대 혹은 결혼 안한 30대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은 영화나 책으로 많이 봐왔다.
근데 각자 가정이 있는 50대를 바라보는 중년들의 첫사랑을 얘기하는 책은 처음본다.

주인공 정수는 책을 내는 작가로 나온다.
어렸을 때 강릉 촌에서 함께 지내던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현이라는 모두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마돈나의 얘기를 시작으로 분위기가 무르익던 동창회.
거기서 그때 당시 자현이를 좋아했던 친구 은봉의 이야기도 나오고
동창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정수를 따로 만나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는 미선이의 이야기도 나오고
은봉이의 짝사랑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자현이의 이야기도 나온다.

책을 보는 내내 궁금했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서로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걸 보는 기분은 어떨까?
아니 그렇게 멀리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지금 첫사랑을 만나게 되면 어떨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그때의 설렘은 없겠지만 다른 기분좋은 설레임이 있지 않을까?
만나게 된다면 나는 첫사랑과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아마 미선이와 정수같이 도란도란 옛날 이야기와 지나온 세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지 않을까 싶다.
둘이 만나는 장면은 가장 아련아련하고 찌잉 하게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이다.
그때 많이 고마웠고 너를 정말 좋아했었다고 말하는 미선이의 모습이 또 그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정수의 모습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다.
내게도 이렇게 나중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추억을 더듬어보게 만들기도 했고.
진짜 나이 먹어서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딱 이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고 따뜻한 모습이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 첫사랑이 있고 또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걸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누구의 첫사랑이었을까?

다시 한번 첫사랑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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