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으스스한 책이다.

귀신이 나오고 딱히 막 소름끼치는 이야기도 아닌데 싸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슬퍼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쁘다 생각했던 책 표지의 그림 느낌과는 많이 다른 내용의 책이다.

권위있는 문학상을 탄 작품답게 가독성이 굉장히 좋다.

3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이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었다.

이 책에는 여섯개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전생을 기억하는 동생 이야기인 <꽃밥>

혼령이 되어서야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된 재일 한국인 꼬마 이야기 <도까비의 밤>

어떻게 이런 소재로 글을 쓸 수 있나 신기하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결말이 가장 찝찝했던 <요정 생물>

암울해야 하는 장례식 이야기인데 가장 웃겼고 그 속에서 소박함이 느껴졌던 <참 묘한 세상>

데쓰노트가 말로 진화된 이야기, 삶과 죽음을 잠깐 생각하게 해준 <오쿠린바>

씁쓸한 현실을 짧게나마 보여준 <얼음나비>

일본 문학의 특징이 그렇듯 큰 감정기복이 없이 잔잔하게 읽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들인데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현실적인 내용을 동화처럼 꾸며 쓴 것 같은 묘함이 있다.

책 띠표지에 '후보작 중에서 가장 인간의 진실에 가까웠다'라는 심사평이 있는데 인간의 진실이라는 단어와 이 책이 꽤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오쿠린바>에 나왔던 사람을 편하게 보내주는 그 전통이 지금도 전해져 오고 있는것은 아닐까 무서운 상상을 해본다.

올어바웃 치즈

올어바웃 치즈 - 10가지 대표 치즈로 알아보는 치즈의 모든 것
무라세 미유키 지음, 구혜영 옮김 / 예문사 / 2014년 10월

내가 주로 먹는 치즈는 라면 위에 올려놓는 앙팡치즈나 피자 위의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가끔씩 샐러드에 들어있는 맛없는데 비싸다는 치즈 정도였는데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치즈가 있다고 한다.

세상에 나온 모든 치즈를 책 한권으로 묶기란 불가능해서 이 책에서는 특히 맛과 전통을 자랑하는 10가지 치즈를 소개한다.

자연적으로 발효, 숙성시킨 치즈라서 그런지 사진으로 소개되는 치즈들이 정말 신선해 보인다.

모짜렐라, 체더 치즈같은 익숙한 치즈도 나오고 페코리노 로마노,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치즈도 나온다.

매 치즈의 역사 이야기 부분은 나름대로 흥미롭게 봤는데 좋은 치즈를 고르는 법이나 치즈를 맛있게 먹는 법을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멍 하니 본 것 같다.

저자가 최대한 친절하게 열심히 설명해 주려는게 느껴졌는데 과연 내가 눈으로 직접 이런걸 찾아 내면서 고를 수 있으려나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걸 한국에서 구할 수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보다는 좀 전문적인 레스토랑 같은데서 일하는 사람에게 더 유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치즈를 만드는 방법도 나와있는데 그냥 이렇게 만들어 지는 치즈구나 하고 눈으로만 보게 된다.

내가 몰랐던 지식들을 알게 되서 책을 보는 내내 유익한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전부 다 맛보고 싶은데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모짜렐라 치즈도 자연적으로 숙성시켜서 만든다고 나오는데 내가 마트에서 사는 것은 99.99999% 가공 치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저 입맛만 다시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여행을 하면서 이곳에 나온 치즈를 다 먹어보고 싶다.

착한 밥상

착한 밥상 - 보약보다 귀한 밥 한 끼
김수경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11월

유기농 채소랑 과일이 몸에 좋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정확히 뭘 어떻게 먹어야 어디에 좋은건지는 잘 모른다.

이 책은 좋은 영양소를 매치해서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은데 좀 어렵게 느껴지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개그맨 이윤석의 한의사 아내가 지은 책이라는 띠표지에 남편 이름으로 홍보하는 느낌이 들어서 첫인상이 별로였는데 내용은 알짜배기였다.

특히 파트2, 파트3에 들어있는 5대 영양소와 먹거리의 진실에 대한 내용이 정리가 잘 되있어서 보기가 편했다.

활동하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인줄 알았던 탄수화물이 비염과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무조건 과일이라고 하면 다 좋은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라니 과일에게 배신감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삼겹살 기름때문에 살이 찌는건줄 알았는데 그냥 상추에만 싸서 먹으면 뱃살이 늘지 않는다고 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소고기 기름이 몸에서 소화가 잘 안되는 줄은 알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곰탕이나 소고기국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 듯 하다.

이십몇년을 우유와 한몸처럼 지냈는데 요즘 뉴스도 그렇고 이 책에서 나오는 우유에 대한 이야기를 보니 이제는 우유와 헤어져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술마시고 난 후에 꿀물이 몸에 좋아서 마시는 건줄 알았는데 그냥 목넘김이 좋아서 마시는 거라고 했다.

꿀물보다는 오이즙을 마시는게 몸에는 더 좋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는 약이 되는 착한 음식들의 레시피가 들어있다.

조리법이 엄청 간단하게 쓰여져 있는데 과연 내가 만들어도 사진 속의 그림처럼 먹음직스럽게 될지 살짝 걱정이 된다.

한번만 보면 금방 까먹을꺼 같고 두세번 더 봐서 식재료를 볼 때 책 속의 내용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한의사나 영양사가 있다면 매 식사를 건강하고 착하게 먹을 수 있는건가 싶어 부럽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음식을 배우게 된다면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광고천재 이제석

광고천재 이제석 - 세계를 놀래킨 간판쟁이의 필살 아이디어, 개정판
이제석 지음 / 학고재 / 2014년 8월

'이제석'이라는 이름을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접했었다.

<광고천재 이태백>이라는 드라마가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라는 입소문을 듣고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하고 찾아보다가 발견한 책이 이 책이었다.

표지의 굴뚝총 광고만큼 충격적이고 신선한 그의 광고세계 종횡기가 펼쳐진다.

이렇게 천재적인 사람이 지방대라는 이유로 이름있는 대기업의 서류통과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동네 간판쟁이로 먹고 살다가 그의 운명을 바꾸게 할 미국유학길에 오른 그는 오로지 실력만으로 죽고사는 뉴욕땅에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 세글자를 알리게 된다.

SVA에서도 전 세계적인 광고공모전 메달을 이렇게 휩쓴 사람은 전무후무하다고 한다.

그렇게 학교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세계적인 광고회사의 러브콜을 받은 그는 모든 것을 뿌리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자본가만을 위한 광고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하는 광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광고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말이다.

노숙자들을 위한 신문지광고, 장애인들을 위한 이력서광고, 경찰청 올빼미광고를 보면서 작은 광고 하나로도 충분히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부터 그 광고를 본 내 생각이 달라져있으니 말이다.

'가치를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관점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자신에게 불리한 판이면 왜 나한테 불리할까 한탄만 하지 말고 그 판을 뒤집으라며 해주는 말이다.

판이 더럽다고 욕할 시간에 새 판을 어떻게 짜고 그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죽어라고 고민해보라고 그럼 길이 보인다고 말해준다.

실력으로 만렙찍은 사람이 어떻게 보면 편할 수도 있는 고렙들의 세계에서 나와 스스로의 신념을 위해 다시 새로운 필드를 개척하는 모습에 반하게 된다.

나도 이런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석광고연구소에서 사람을 구하면 들어가서 청소부로라도 일하고 싶어진다.

롤모델을 매일매일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다 정말로.

이 책은 고등학생 1학년인 동생에게 선물로 줘야겠다.

한창 진로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동생에게 이 책을 통해서 말해주고 싶다.

남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틀린 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이 책은 힐링이 되는 글들의 모음집이다.

잔잔하게 옆집 할아버지가 인생의 지혜를 이야기로 말해주는 것을 글로 옮겨 놓은 느낌이다.

중간중간 물고기들과 물풀초들의 일러스트가 들어있다.

왜 하필이면 물고기들이 그려져 있는걸까 궁금했는데 보다보니까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하얀색 수족관 안에서 잔잔하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글의 분위기를 한층 돋군다.

존버정신이 뭔가 했더니 '존나게 버티라'는 정신이란다.

이 책을 보면서 요즘 보는 드라마 <미생>이 참 많이 떠올랐다.

특히 어제 방영된 9화를 보면서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라는 말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고등학생때는 대학생이 되면 괜찮아질줄 알았고 대학생때는 졸업하면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현실이 녹록치가 않다.

지금은 취업하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꺼 같은데 또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무슨 기분일지.

인생은 성공과 실패 두개로 나뉘어지는게 아니라 죽을때까지 앞으로 다가오는 문을 여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어떻고 남들보다 늦어지면 또 어떤가.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지 나 스스로를 응원하자 하고 토닥이게 된다.

이외수작가님이 아파서 병원에 계시다는 뉴스를 봤다.

저번에 무릎팍도사에서 정정하시던 모습을 봤는데 얼른 쾌차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