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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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건축가의 이전 저서보다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고 어떤 리뷰를 할지 고민도 많았던 책이다.

이 책은 저자에게 의미있게 다가온 30개의 건축물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소개한다. 건축 공간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의식주의 하나이다. 얼마 전에 인간에게 의식주가 결핍된 상황에서 '식'의 중요함을 이야기한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인간의 흔적을 가장 장 보여주는 것이 '주' 라는 생각이 든다. 건축물은 인간의 추상적 생각이 물질적인 것들이 만나서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창조의 결정체이다. 다른 예술 영역과는 달리 많은 자본이 드는 만큼 쉽게 시도할 수 없고, 그만큼 신중한 결과물이자 반영체이다. 

우리는 건축물을 통해 그 당시의 세상을 추리하기도 하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주변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기술, 사회시스템 등을 접할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건축 작품들은 하나같이 생각의 대전환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이전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사람 들의 흔적이다. 별생각 없이 조상이 하던 대로 따라 짓던 건축가가 아닌, 수 백 년 된 전통을 뒤집거나 비트는 혁명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건축가들은 벽, 창문, 문, 계단 등을 이용해 세상을 바꾼 혁명가들이고 대중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철학자들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최초로 그림자를 그린 마사초의 그림, 바라보고 느끼는 대로 그린 세잔의 사과 그림, 2차원 평면에 4차원 시 간의 영역을 포함한 피카소의 그림처럼 건축에서 새로룬 시대를 열었다고 할 만한 작품을 모아봤다.' p9-10 


스위스 발스 스파 부분에서 저자는 땅과 물에 대한 깊은 인식을 유도한다. 목욕을 하는 공간이나 물이 흘러가는 길은 로마나 폼페이의 유적지를 다니면서 자주 보며 흥미를 가졌던 공간이다. 발스 스파에서는 단순히 목욕한다는 느낌보다 내 몸을 감싸는 물의 촉감이나 눈으로 봉 수 있는 물의 움직임이 새로운 감각을 깨어나게 한다. 냉탕에 들어가면 물속에서 조명된 욕조 물 안에 파란색 꽃잎들이 소용돌이친다. 물은 온도를 시각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에 피부에 닿는 온도가 더 차갑게 느껴진다. 온탕에는 빨간 꽃잎이 휘몰아쳐 실제의 뜨거움을 배가 시킨다. 스파의 공간이 어둡기 때문에 민감해진 우리가 느끼는 감각치를 조명으로 확장시킨다. 공간은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인간과 함께 숨을 쉰다.   


'자연과 하나 된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의 자연을 잘 이해해 야 한다. 그가 얼마나 자연 환경을 잘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일화가 있다. ‘낙수장’은 라이트가 말년에 인생 역전을 이루는 계기가 된 재기작이다. 그는 경력 초기에 일찍이 성공했다. 그러다가 당대에는 허용되기 힘든 이혼을 하고 재혼했는데, 부인과 자녀가 집에서 일하는 일꾼에게 살해당하고 집이 방화로 소진되는 일을 겪게 된다. 그가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는 미국에 대공황이 닥쳐서 경력 이 단절되었다.'p272 


그가 생계를 위해 운영하던 건축학교에서 재력가의 아들을 만나 폭포 위에 자연과 하나인 것 같은 낙수장이 만들어졌다. 마치 자연스러운 폭포와 물길처럼 보이는 낙수장은 그의 건축적 고집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콘크리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재료를 그 지역에서 가져왔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석을 집의 일부로 만들어 사용했다. 거실에서 강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을 정도이니. 모든 방에 테라스를 두어 사적인 공간을 자연과 맞닿게 만들었다. 물론 물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는 공간이었지만 자연 그대로를 옮겨놓은 아주 멋진 결과물이다. 


예전에 <알쓸신잡>을 보았을 때 그 기획의 신박함에 무릎을 친 적이 있다. 하나의 소재를 놓고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이 신기하게도 너무나 잘 어우러져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도 내가 가보았던 그 공간이 또다른 이야기로 풀어져 있어서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받을 수 있었다. 각 영역의 친구들과 알쓸신잡과 같은 모임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동안 유현준 건축가의 책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읽었고 공간에 대한 나름의 식견을 넓힐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이전의 책들과는 달리 내 주변의 공간에서 내가 감지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조만간 책에서 이야기한 장소 하나하나를 마음맞는 지인과 찾아가는 소소한 투어를 하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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