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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메모리엄 - 2024 올해의 영국 도서상 데뷔 소설 부문 수상
앨리스 윈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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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 곤트는 엘우드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마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충동적으로 입대를 결정한다.

전쟁은 기숙학교에서 읽는 신문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이 소설은 죽고 죽이며, 서서히 망가져 가는 소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당시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드러낸다. 동시에 전쟁에 참전하지 않으면 불명예하다고 하얀 깃털을 건네는 민간인들의 모습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전쟁의 현실에 대해 무지했는지도 드러낸다.

부고 편지에는 고통 없이 죽었다는 말이 함께 한다. 부고 편지를 적는 사람은 그 죽음을 여과 없이 지켜보던 친구이자, 동료였다. 얼마나 처참하게 죽었는지, 비참하게 죽었는지, 치욕스럽게 죽었는지 편지에 솔직하게 적을 수 없다. 그것이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들에게 한 줌의 위로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이 책 속의 신문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한다. 부상자 명단일 때도 있고, 사망자 명단일 때도 있다. 당시 사람들도 사랑하는 이가 명단에 있는지 없는지 손으로 알파벳을 천천히 짚었을 것이다. 명단에서 친숙한 이름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을, 감히 나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우리는 이 소설을 단순한 퀴어 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로만 분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쟁은 두 소년의 몸과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새겼고, 두 소년의 사랑은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큼 아름답고 낭만적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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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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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부드러운 빵을 먹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푹신한 침대에 눕는다. 자고 일어나면 아침이다.

하지만, 어떤 시대는 석고를 섞은 딱딱한 빵을 먹는다. 샤워는 무슨, 대충 물에 적신 스폰지로 몸을 닦아낸다. 빈대가 득실거리는 침대에 눕는다. 자고 일어나면 저승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멸종에 실패했을까.

오늘날의 안온함이 결코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를 살아보는 듯한 서술 덕분에
어려운 역사도 비교적 쉽게 읽힌다.

중세시대 귀족의 우아한 생활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이 책이 그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들춰내 보여줄 것이다. 세계사가 궁금하거나, 인간도 공룡처럼 멸종할까 생각해 본 적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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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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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티저북)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1659년의 로마,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죽어서도 혈색을 유지하며 부패하지 않는 기이한 시체들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스테파노가 사건을 수사하게 되며, 소설은 스테파노의 시점과 여성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여자를 위해 분노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남자의 죽음은 기록되고 여자의 죽음은 기록되지 않던 시대.
역병으로 인해 남자의 죽음을 드러내고, 여자의 죽음은 출산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지던 시대. 살기 위해 행동한 정당방위인가, 잔악무도한 살인인가.
나는 지롤라마의, 여자들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이 영원한 비밀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그 비밀을 파헤치려는 스테파노가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또한 이 소설의 흥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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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와 프랑켄슈타인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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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가제본)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동화의 결말은 대체로 행복하다. 공주님은 왕자님과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이야기의 끝을 맺고는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왕자님이 아니어서일까, 클레오와 프랭크는 결혼을 하고도 이야기의 끝을 맺지 않았다. 처음 이 이야기는 입에 가볍게 굴리기 좋은 달콤한 사탕이었다. 그러나 혀에 머무르는건 씁쓸하고, 떫고, 매운 맛이다.
“그 사람과 함께 구덩이 안에 들어가야 해.-누군가와 함께 구덩이에 있다는 건, 실은 내가 더는 그 구덩이에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소설 속 인물들은 자극적인 방법으로 외로움을 덜어낸다. 보다 건강한 방법은 없는 것인지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웠고, 때로는 적나라한 묘사로 인해 불쾌함마저 느껴졌다.
나는 그들의 구덩이에 함께 있는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자극적이고 아슬아슬한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인간의 내면을 불편할 정도로 들여다보고 싶다면, 외로움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문장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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