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 쓰고 복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 ㅣ 나비클럽 소설선
홍선주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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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출구로 걸음을 옮기는 혜주의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터질 듯 꿈틀거렸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은 두 사람의 인생 모토 때문에 일어난 걸지도 모른다.
ー혜주의 인생 모토는 ‘재미’였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복수를 위해 반차까지 사용하다니 비장하기까지 하다.

소설 속 등장하는 혜주의 직장 동료들은 우리가 한 번쯤 함께 일해봤을 법한 사람들이다. 실수를 했음에도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나오는 사람! 충격적으로 머리에 꽃만 가득한 사람! 아재 개그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 호불호를 호부로로 쓸 정도로 맞춤법 파괴를 하는 사람! 아, 많다 많아.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빌런이라고 한다. 소설은 혜주와 빌런들과의 직장 생활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데, 그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이 소설을 읽고 있던 내가 반차를 써야 할 뻔 했다.

소설은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인 직장 생활을 담아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캐릭터는 대부분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원한 복수를 상상한다. 복수하기 위해 덫을 놓는 혜주의 행동은 정성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 혜주의 인생 모토인 ‘재미’를 위해서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퇴근한 밤, ’혜주’가 필요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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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기화
소서림 지음 / 다이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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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대귀족이 죽었다. 남은 대귀족은 범인을 찾기 위해 야경꾼 이초異草에게 의뢰한다. 이초는 유씨 가문의 도련님 유성연으로,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대귀족에게 복수하기 위해 만든 밤의 신분이다. 범인의 행적을 쫓던 이초는 어릴 적 죽은 줄로만 알았던 기화를 만나게 된다.

목곽고에 갇혀 멍투성이 손등을 내보이던 소녀에게 붙여준 이름.

ー손등에 꽃이 피었구나.
ー검보라색 기이한 꽃이 마음을 끄는구나. 너는 기화奇花야.

기화의 죽음에 죄책감을 품고 있던 그는 기화가 살아있음에 안도한다. 그러나 기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를 증오하고 있었다.

“너는 나를 단지 참혹함으로 기억하였느냐.”

이초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며, 기화, 그리고 기화를 둘러싼 일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

이 소설은 부패한 귀족들과 무력한 왕권을 가진 목란국을 배경으로 권력 싸움에 희생된 이들의 복수를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솔직한 소설이다. 이초는 기화에 대한 마음을 숨김없이 표현한다. 번번이 살벌하게 노려보는 기화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을 건네는 이초의 모습이 또 하나의 재미이다. 대귀족의 탐욕스럽고 잔인한 면을 과감하게 보여주고, 복수 또한 명확하게 이루어진다.

“내게 희망을 가르쳐 준 것. 그게 네가 잘못한 일이다. 한 번 깨우치면 지워지지도 않는 걸 겁도 없이 아로새겨놨으니.”

책을 읽는 내내 복수의 중심에 서게 됨 기화가 안타까웠다.

“ー난 기화를 외면할 수 없어. 그 애가 밝고 화창한 햇살 아래서 살아가도록 도울 거다. 거부한대도 끌어낼 거야. ー”

이초 또한 그런 마음이었겠지.

하지만 기화는 목곽고에 갇혀 있던 아홉 살 어린아이가 아니다. 그는 이제 스스로 목곽고에서 나올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살수, 기화는 복수 이야기이다.
그리고 기화는 자유를 찾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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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온 손님 ㅣ 그늘 단편선 4
박규민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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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세 개의 짧은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이야기, 「소꿉」
이모의 반려견 빠삐를 돌보아야 한다며 약속된 제주도 여행을 취소한 세준과 그럼에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모의 집으로 향하는 수잔의 이야기다.

“그 개새끼 이름이 뭔데?”
“......그래도 등록금 내준 분인데.”
“뭐? 아니, 이모 말고. 진짜 개 말이야.”

하지만 이모의 집이라 불리는 곳은 사실 세준이 학위와 미래를 저당잡힌 공간이다. 세준은 수잔에게 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박스에 비밀을 담아 숨기지만, 결국 수잔에게 들킨다. 오히려 성을 내는 세준의 모습은, 결코 수잔이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ー한 사람과 연애를 일 년 넘게 하면 이런 게 문제였다. 전화하는 동안에도 상대방의 표정이 어떨지 훤히 떠오르는 것이다. 세준은 지금도 특유의 멍한 눈을 뜨고 신발코를 내려다보고 있을 게 빤했다.

두 번째 이야기, 「소등」은 아버지가 낯선 할아버지를 집에 데려오며 시작된다.

세 번째 이야기, 「피식자의 만찬」은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더비가 방관자인 ‘나’에게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담아내고 있다.

연인, 가족, 친구.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이다.

하지만, 하루에 낮과 밤이 있듯 우리에게도 낮과 밤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진짜 얼굴과 가짜 얼굴을 구분할 수 있을까.

ー친구에게 보여줄 표정과 애인에게 보여 줄 표정, 가족에게 보여 줄 표정이 따로 있다면, 누구에게 보여줄 수 없는 표정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의 양면성을 낯이 부끄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담아낸다.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을 잘 숨기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모두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 모습을 샅샅이 들킨 것 같아 어둠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나의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은 밝은 곳에서 드러낼만한 것들이 아니니까.

그 모습을 들키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연인일까, 가족일까, 친구일까.

이 책이 ‘밤에 찾아온 손님’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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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허생전·호질 외 - 연암 박지원 소설 전집 ㅣ 현대지성 클래식 74
박지원 지음, 한동훈 그림, 이명현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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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학생일 때는 교과서에 수록되어 지겹도록 읽었는데,
성인이 되니 한국의 고전 문학을 읽게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만나게 된 연암 박지원의 작품이 반가웠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읽은 그의 소설은,
여전히 풍자와 해학으로 우리에게 교훈을 말하고 있었다.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있던 소설은 다시 선명하게 남았고, 만나지 못했던 소설은 천천히 되짚으며 읽었다. 한국 고전 문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많은 한자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하단에는 주석을 달아두어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작품마다 실린 일러스트 역시 소설의 해학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제목인 「양반전」과 「허생전」, 그리고 「호질」 외에도 여러 작품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예덕선생전」은 책을 덮은 뒤에도 곱씹게 되는 소설이었다.

책 뒤편에는 옮긴 이의 해설이 있다. 연암 박지원의 삶을 이야기하고, 작품을 해석한다. 옮긴 이의 해설은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시험을 위해 읽고 해석했을 때는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지금은 풍자와 해학 속에서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떠올리며,
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의미 있는 소설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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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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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가제본)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쥐스틴은 프랑스의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음악과 노인이다. 쥐스틴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19호실의 할머니, 엘렌이 있는 곳으로. 그는 엘렌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한 편 요양원은 일요일마다 노인의 가족에게 전화해 거짓 부고를 알리는 누군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화의 발신지는 모두 29호실, 3년 전부터 잠들어 있는 폴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전화했을 가능성은 없다.

쥐스틴과 그의 사촌 쥘의 부모님은 자동차 사고로 인해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더 알고 싶지만, 그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야기하기를 꺼려한다. 그러던 중 거짓 부고 사건을 맡은 경찰의 말 한 마디를 계기로, 쥐스틴은 제 부모님의 죽음을 직접 찾아보기로 한다.

소설은 세 개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그리고 이 소설은 사랑을 말하고 있다.

사랑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넌 한 번도 내게 사랑한다 말한 적 없지만, 내가 네 몫까지 널 사랑해.”

사랑은 긴 표현 없이도 섬세하게 표현된다. 그리고 작가는 엘렌이라는 한 인간의 삶을 빌려 사랑뿐만 아니라 노인과 죽음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엘렌의 이야기에 이어 다른 노인의 이야기를 써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쥐스틴처럼, 나 또한 노인들에게도 저마다의 삶과 사랑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 내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노인네들이 세상을 떠나면 죄책감도 끝나니까. 복잡한 감정이야. 슬픔과 안도감이 뒤섞인.“

노인의 죽음을 말하는 문장은 잔인하다.

실제로 독립을 하게 되면서 부모님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세월은 흐른다. 전화를 기다리고, 고향을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부모님은 어느새 노인이 된다..

아름답고도 쓸쓸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리고, ...충격은 심장 한 켠에 잘 숨겨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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