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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온 손님 ㅣ 그늘 단편선 4
박규민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세 개의 짧은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이야기, 「소꿉」
이모의 반려견 빠삐를 돌보아야 한다며 약속된 제주도 여행을 취소한 세준과 그럼에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모의 집으로 향하는 수잔의 이야기다.
“그 개새끼 이름이 뭔데?”
“......그래도 등록금 내준 분인데.”
“뭐? 아니, 이모 말고. 진짜 개 말이야.”
하지만 이모의 집이라 불리는 곳은 사실 세준이 학위와 미래를 저당잡힌 공간이다. 세준은 수잔에게 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박스에 비밀을 담아 숨기지만, 결국 수잔에게 들킨다. 오히려 성을 내는 세준의 모습은, 결코 수잔이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ー한 사람과 연애를 일 년 넘게 하면 이런 게 문제였다. 전화하는 동안에도 상대방의 표정이 어떨지 훤히 떠오르는 것이다. 세준은 지금도 특유의 멍한 눈을 뜨고 신발코를 내려다보고 있을 게 빤했다.
두 번째 이야기, 「소등」은 아버지가 낯선 할아버지를 집에 데려오며 시작된다.
세 번째 이야기, 「피식자의 만찬」은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더비가 방관자인 ‘나’에게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담아내고 있다.
연인, 가족, 친구.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이다.
하지만, 하루에 낮과 밤이 있듯 우리에게도 낮과 밤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진짜 얼굴과 가짜 얼굴을 구분할 수 있을까.
ー친구에게 보여줄 표정과 애인에게 보여 줄 표정, 가족에게 보여 줄 표정이 따로 있다면, 누구에게 보여줄 수 없는 표정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의 양면성을 낯이 부끄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담아낸다.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을 잘 숨기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모두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 모습을 샅샅이 들킨 것 같아 어둠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나의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은 밝은 곳에서 드러낼만한 것들이 아니니까.
그 모습을 들키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연인일까, 가족일까, 친구일까.
이 책이 ‘밤에 찾아온 손님’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