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2 세트 - 전2권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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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구니타치 경찰서의 형사과에 근무하는 젊은 형사 호쇼 레이코에게는 비밀이 있다. 이 비밀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모른다. 물론 레이코의 직업이 경찰인 점을 고려했을 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눈치가 상당히 없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어쨌든 레이코는 자신이 저녁으로 고급 푸아그라 소테를 먹는 재벌집 영애라는 비밀을 아주 잘 숨기고 있었다.

그는 업무가 끝나면 고급 외제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긴다던가, 고급 음식을 즐기며 재벌집 영애로서 남은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재벌집 영애 호쇼 레이코는, 사건 현장을 바쁘게 뛰어 다니는 형사 호쇼 레이코가 되어 우리에게 즐거운 미스터리 추리극을 들려준다.

ー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나는 개성 있는 등장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레이코는 가자마쓰리 경부와 신참 형사 와카미야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째서인지 ...쉽지 않다.

보통 직장 상사라면, 경부라면 노련하게 사건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믿음직스러운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가자마쓰리 경부는 여자를 밝히고 추리만 했다 하면 적중률 0%라는 기적을 보여주는 아주 무능한 사람이다.

내가 즐겨 보는 만화 『명탐정 코난』에 등장하는 ’모리 코고로‘라는 캐릭터와 똑 닮았다.

사실 상사가 저렇게 무능하면 화가 나야 하는데 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사건을 해결하려는 모습이나, 끔찍하면서도 깜찍한 연기력으로 사건을 재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다.

신참 형사 와카미야는 아직 사회생활 경험이 미숙한 탓인지, 아니면 타고난 성정이 천진난만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흔히 말하는 MZ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MZ력 때문에 옆에서 듣고 있던 레이코가 당황하며 츳코미를 거는 모습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다.

가자마쓰리 경부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직 서툰 추리 실력을 보여주면서도 열정만큼은 가득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귀여워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상사와 푼수끼 넘치는 천진난만한 후배. 그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고군분투하시는 아가씨. 그 씩씩한 모습을 마음속에 떠올릴 때마다 이 가게야마, 저도 모르게 가슴이, 훗.......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후훗.”

물론 이들을 신랄하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 레이코에게도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는 집사 가게야마가 매력으로 따지자면 단연 최고다.

가게야마는 레이코가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면 자신의 방식으로 조언을 해주곤 하는데, 그 방식이 재벌가 영애에게 벌일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머리는 모자를 쓰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는 둥의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레이코가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위함이다.

운전기사부터 식사 준비, 사건 해결까지 못하는 일이 없는 가게야마의 유능함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가게야마라는 캐릭터 하나로 모든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게 하면 더 시원시원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역시 독설을 날리는 집사와 재벌가 영애 형사의 티격태격 콤비가 없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사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단서를 제공하고 함께 추리하며 범인을 맞히는 정통 미스터리 추리 수사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정통 추리물에 조금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소설은 꽤 괜찮은 피로회복제가 될 수 있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유쾌하게 웃고 있게 된다. 등장인물만큼 범인의 트릭 또한 개성 있으며, 그 트릭을 간파하는 추리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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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치우는 게 아니라 못 치우는 거야
클로버 지음 / 책들의정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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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게임처럼 리셋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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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의 작가는 히키코모리가 되어 쓰레기 집에 갇혀 있었다. 대체 어떤 이유로 그는 쓰레기 집에 살게 되었을까.

ー

‘쓰레기 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컵 하나쯤이야, 봉지 하나쯤이야, 내일 버리면 되지. 그런 하루가 쌓여 어느 날 문득 바닥이 보이지 않게 된다.’

이 에세이에서는 우울로 인해 무기력해진 사람의 모습을 아주 잘 담아내고 있다. 누군가는 너무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는 다큐멘터리 속에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들을, 다른 누군가는 일상에 스며들어 눈을 뜨면 매일 마주하고 있는 장면이라는 것을.

물론 작가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는 스물두 살에 검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시작하게 된 사회생활은 어렵기만 했다.

게다가 임용 후, 그의 일상은 ‘술’이라는 단어로 요약됐다. 지독한 술 냄새, 낯선 남자, 찢어진 스타킹, 그리고 믿었던 선배의 말은 그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그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답답했다. 심장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위가 말썽이었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도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병이 없다는 말은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라, 내 고통을 설명할 이름이 없다는 뜻처럼 들린다. 그래서 모순되게도 병명 하나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언젠가부터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려워지기 시작하고, 모든 것에 경계를 하고, 그 불안이 그를 지치게 만들자, 그는 결국 휴직계를 내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그는 쓰레기 집에 살게 됐다.

작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앞서, 이 에세이는 극적인 반전은 없다고 말한다. 인생을 게임처럼 리셋하고 싶어도 끝내 리셋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좋아졌다 나빠지고, 한 걸음 나아갔다 두 걸음 물러설지언정 그는 제 자신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주 천천히, 아주 작은 변화지만, 절대 작지 않은 결심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인정하기로 했다.

이 에세이의 소제목에 집중해 보자.

‘나는 왜 이것도 못할까.’
‘참고 견디는 게 답인 줄 알았다.’
‘나를 가장 괴롭힌 사람은 나였다.’
‘사실은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미워하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숨만 쉬어도 벅차서 스스로를 돌볼 힘조차 남아 있지 않던 그가 딛고 일어서기까지의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만 같다.

“살아 있길 잘했다.”

이 한마디를 쉽게 뱉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에세이는 살아갈 수 있는 거창한 동기 부여를 주는 아주 잘난 사람의 이야기는 분명 아니지만, ‘그럼에도’ 살아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나온 모든 계절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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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들린다 ㅣ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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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병.

감연된 사람을 나무 같은 형태로 변형시키는 바이러스.

세상을 끔찍하게 만든 바이러스가 퍼진 이곳은, 정이세가 알고 있는 세계로부터 몇십 년이나 떨어진 미래였다. 분명 병원에 있어야 할 자신이 왜 물속에 빠져 있던 건지, 어째서 이런 세상과 마주하게 된 건지. 기억에 공백이 있는 그는 자신을 구해준 서지헌과 함께 셸터 ‘세종’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정이세는 자신이 인간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인형이라는 것도 충격적인데, 그 인형의 몸에 배터리가 없단다.

게다가 자신을 구해 주었던 서지헌은 나무병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서지헌은 사람들 몰래 셸터를 떠나 약을 보급하기 위해 도시로 향하고, 정이세는 그의 여정에 함께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인간과 괴물의 대치,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대치.

인간은 나름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살아남기 위해 움직일 뿐,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콕 짚어 말하기에는 안타까운 상황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의 순간에도, 가장 인간다운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다.

“선의, 사랑, 믿음 같은 것들. 세상이 이 꼴이 나기 전부터 인간이 가치 있다고 여겼던 것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미덕들 말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게 믿음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모든 것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낭만을 찾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믿음은 배신으로, 선의는 악의로 돌아오는 어둡고 캄캄한 곳에서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가끔, 말도 안 되게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그럼 난 믿음, 믿음을 고르련다.”

망가진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사실은 그것에 기대고 싶었을 테니까.

희망은 희미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무병으로 나무가 된 인간들이 있다. 누군가의 가족이고, 누군가의 연인이고, 누군가의 친구겠지.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고,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며 마음이 베여나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난은 그들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고, 지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선택을 하는 이들은 대체 어떤 찬란한 빛을 가지고 있는 걸까.

이 어둡고 캄캄한 세계를 밝게 비추는 그 빛은, 그들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두려워하고 의심하면서도 결국 누군가를 믿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놓는 선택은,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목소리가 들린다』는 최정원 작가님의 전작 『허밍』과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전작을 읽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보다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소설에 흩뿌려져있는 『허밍』의 흔적들을 찾는 재미는 덤이다.

이 소설은 세상이 인간에게 다정하지 않을 때에도 서로를 끌어안는 이들의 이야기다.

지금 우리의 세상에, 가장 필요한 소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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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의 해부학
애슐리 엘스턴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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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 피고인이 범죄 실행 시각에 다른 장소에 있었으므로 공소 사실에 해당하는 범죄를 행하지 아니하였음을 주장하는 방어 논리.
ー루이지애나주 변호사협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을까.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의 알리바이조차 완벽하게 증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들어내야 하는 범인은 과연 자신의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증명해낼 수 있을까.

캐밀은 자신을 통제하는 남편 벤과 이혼하기 위해 그의 외도를 증명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캐밀은 오브리라는 인물을 알게 된다. 분명 자신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캐밀은 그가 일하는 곳을 찾아갔지만, 오브리는 남편 벤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10년 전의 어떤 사고와 관련이 있었고, 그 사고의 진실에 벤이 얽혀 있다고 확신한다.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계획을 세운다. 오브리가 통제를 받는 캐밀을 대신해 휴대폰을 들고 차를 운전하며 신용카드로 쇼핑을 하는 동안, 캐밀은 남편의 비밀을 밝혀내려고 한다.

하지만 사고의 진실을 알아내기도 전, 캐밀은 남편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본격적인 알리바이 증명이 시작된다.

10월 10일. 그날 벤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사건 발생 당일을 전후로 각 등장인물의 시점과 상황을 번갈아 보여준다는 점이다.

ー배우자는 항상 첫 번째 용의자다. 배우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역사가 말해준다. 그래도 내 눈에 캐밀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 참담함, 그 공포감, 그 비통함은 진짜였다.

어디 용의자가 캐밀뿐일까.

10년 전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오브리, 그리고 동업자이지만 사업을 두고 갈라설 위기에 놓인 행크까지.

모두가 벤을 죽일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추리 소설은 결국 ‘누가 범인인가?’를 알아내는 과정이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한다. 나는 추리 소설을 꽤 읽었고, 그때마다 범인을 곧잘 맞추고는 했는데, 『알리바이의 해부학』에서는 끝내 범인을 추리지 못했다. 그 점에서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혀를 내둘렀다.

부검을 하는 이유는 죽음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기 위함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알리바이를 해부하는 이유는 진실을 정확하게 알기 위함이 아닐까.

이 소설에서 알리바이는 단순히 범행 당시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숨겨왔던 진실을 밝혀내는 것까지 포함된다. 아주, 아주 오래된 진실 말이다.

제목이 『알리바이의 해부학』인 이유를 충분히 즐길 수 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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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지음 / 사계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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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는 항상 누군가를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유지된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그리고 나에게 ‘한국 사람’이란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말을 하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두꺼운 쌍꺼풀을 가지고 있다거나 눈동자가 밝다거나, 한국어가 유창하지 못한 사람들을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외국인’이라고 불렀다.

물론 차별할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차별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재외국민과 이주민을 구분하지 않았다. 자이니치와 조선족, 고려인을 구분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그저 ‘외국인’이라고 묶어버렸다. 이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낯선 집』 은 어쩌면 그런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쓰인 책인지도 모르겠다.

재일조선인인 조경희 작가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디아스포라와 이주민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한국 사회가 만든 제도 안에서 그들이 어떻게 배제되어 왔는지, 그리고 그 기저에 깔린 여성 혐오를 짚어낸다.

그중에서도 제주 난민 문제를 다룬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20대 여성의 난민 반대율이 높았던 현상을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젠더 불균형과 여성이 경험하는 일상적 공포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나는 당시 난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공포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이 타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작가의 말은 나를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집’에 대해 고민해 본다.

나에게 집은 돌아갈 곳이자 내가 머무르는 곳이다.

그렇다면 디아스포라에게 집은 어디일까.

디아스포라는 흔히 고향을 떠나 타지로 흩어진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에게 집은 단순히 돌아갈 고향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제도적으로도, 사회적 인식에서도 디아스포라의 삶을 완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미숙하다. 우리가 그어놓은 경계 밖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존재한다.

그 경계를 드나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낯선 곳’이 아닌 ‘언제든지 돌아가고 머물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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