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ㅣ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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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반전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을 읽고 싶지 않으십니까?

ー

두 개의 절단된 손가락.
현장에 남겨진 정체불명의 메시지.

검은 백조와 # BSC6라는 문자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중범죄수사국 형사 워싱턴 포와 데이터 분석의 천재 틸리 브래드쇼가 수사에 투입되어 사건을 조사하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범인은 피해자들을 어떻게 고른 거죠? 왜 두 사람만 납치했을까요? 그리고 왜 여성 피해자들은 몸속에서 마취제가 나왔고요? 왜 한 사람한테는 수술 도구를 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썼죠? 왜 사흘 연속 신체 일부를 무대에 올리듯이 전시해놓고 그 후에는 조용해졌을까요?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요? 범행은 끝낸 걸까요? 이제 시작일 뿐일 걸까요? 그리고 대체 # BSC6은 뭐죠?“

사건은 끊임없는 질문을 남겼고 그들은 그 답을 찾아야 한다.

“포 경사님, 이쯤에서 제가 ‘큐레이터’라고 자칭하는 남자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할 것 같네요.”

답이 되어줄, ‘큐레이터’를 반드시 붙잡아서 말이다.

ー

큐레이터라는 인물은 쉽지 않다.

그는 사실 살인 청부업자보다는 해결사에 가깝다. 맞는 값만 치르면 어떤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한테든 맞춤 해결법을 제안하는데, 잔인한 살인은 그 해결법의 일부일 뿐이다.

취약한 사람들을 정교하게 통제하고 조작하는,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들어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사람이기까지 하다.

그는 마치 거미 같다.

거미줄을 촘촘하게 쳐놓고 먹잇감이 걸려들기를 기다린다. 먹잇감이 빠져나가려고 하면 할수록 그가 쳐놓은 거미줄에 더욱 엉망진창이 될 뿐이다.

하지만 큐레이터를 잡으려는 영국 수사팀 또한 만만치 않다.

뛰어난 수사 감각으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단서를 붙잡는 포와 천재적인 두뇌로 옆에서 그를 서포트 해주는 브래드쇼는 마치 셜록과 왓슨을 연상케 한다.

『큐레이터』는 쫓고 쫓기는 숨 가쁜 추적극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막다른 길로 몰아세우며 도망갈 곳을 하나씩 없애는 사냥처럼 느껴져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반전이라는 덫에 기꺼이 걸려본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큐레이터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알아냈다고 생각할 때가 정확히 놈이 바라는 상황이에요.”

책 속의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

큐레이터에게 덜미를 잡히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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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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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복수를 제안한다면 어쩔래?

ー

혁명.
정말 빛나는 단어다.

지배층의 권력에 맞서 싸운 피지배층이 떠오른다.

마치 옳게 된 정의 같다.

그런데 혁명은 이긴 자에 의해 쓰인 역사이다.

‘전쟁에서 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덧칠된 전쟁의 색깔 또한 빛날까.

ー

프랑스 혁명기, 공화군으로 전쟁에 참전했던 시몽은 전투에서 승리하고 자신의 고향인 낭트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를 맞이해줄 가족은 없었다. 아버지가 사랑했던 시계 공방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아버지는 총살 당하고, 어머니는 투옥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죄 없는 이들인데도.

시몽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복수였다. 이 모든 일에 얽혀 있는 권력자 카리에르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에게 총을 겨누지만, 누군가 막아선다.

“내가 너에게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복수를 제안한다면 어쩔래?”

시몽은 자신을 창녀라고 소개한 샤를로트, 그리고 혁명 재판소 소장 펠립스와 함께 카리에르를 끌어내리기 위해 손을 잡는다.

그들의 ‘혁명’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는다.

차라리 카리에르가 용변을 볼 때 머리에 총을 쏘는 게 훨씬 깔끔했을 거다. 그랬더라면 시몽이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끔찍한 참상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만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시몽은 전쟁터에서 남의 생명줄을 끊고 다니며 제 생명줄을 이어간 사람이었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전쟁의 참혹함은, 그야말로 ‘전쟁’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해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몽은 혁명이라는 잘 포장된 전쟁을 마주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면 됐다. 그때까지 시몽은 전쟁의 법칙을 들어 자신의 개인적인 책임을 희석하며 만사를 대하는 그런 세계관에 만족했다.

이 전쟁터 위에는 살육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따라 전쟁터를 밟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신념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며 면죄부가 되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혁명은 이긴 자에 의해 쓰인 역사이므로,
그들의 신념은 정당화되고 면죄부를 받아 기록될 뿐이다.

많은 이들이 흘린 피를 가차 없이 밟고서 이루어낸 혁명은 결국 옳은 일이 되고야 마는가.

우리나라에도 역사에 기록된 ‘혁명’이 있다.

나는 혁명으로 얻은 자유를 거머쥔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자유를 거머쥐기 위해 과거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했음을 알고 있다.

나에게는 자유가 있는 현재가 ‘옳은’ 세상이지만,
그들의 죽음이 ‘옳은’ 희생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부끄럽다.

우리는 과거의 참상이 기록되어 있는 이곳에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

『단두대와 욕조』는 나에게 혁명이라는 정당한 명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나를 마주하게 한다.

마음이 참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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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 - 마녀는 X와 죽기로 했다
미나미 아소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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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을, 마지막까지 바라봐 줘.”

ー

히스클리프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3년 만에 가족과 함께 살던 저택 영겁관으로 오게 된다. 그는 장례식에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다 어머니와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릴리주디스 에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히스클리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기로 했던 동생 코델리아가 참혹하게 죽어 있는 현장을 발견하게 되고, 릴리 또한 누군가에게 총살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히스클리프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마녀 릴리주디스 에어의 세 가지 저주를 믿어야 하지만 말이다.

하나, 회귀의 저주이다.
릴리의 사망과 동시에 발동된다.

둘, 동반의 저주이다.
마지막으로 릴리의 눈을 마주친 사람을 강제로 회귀하게 한다.

셋, 불로불사의 저주이다.

히스클리프는 눈앞에 버젓이 살아 있는 릴리에게 이 모든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히스클리프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릴리는 유언장의 내용을 듣기 위해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아내기로 한다.

ー

거대한 폭풍우로 고립된 섬은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을 준다. 밀실 살인 때문일까, 이 집에 살인범과 함께 있다는 점 때문일까, 아니면 마녀의 존재 때문일까. 불안한 분위기는 저택 영겁관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난 피도 눈물도 없는 마녀가 아니야.”

회귀를 반복하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녀는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 비밀을 쉽게 꺼내면 안 된다. 그야 히스클리프 또한 많은 비밀을 품고 그 비밀을 꺼내 보여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 둘은 진범을 찾는다는 목적 아래 서로를 이해하고 믿는 것처럼 보이지만, 섣불리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서로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이 소설에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마녀와 회귀라는 소재를 결합한 것은 꽤 독특하고 위험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추리라는, 완벽하게 증명해 내야 하는 소설에서 마녀와 회귀라는 증명할 수 없는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나의 걱정을 우습게 여기기라도 하듯, 작가는 이 설정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사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마녀는 세 가지의 저주를 가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일 뿐이다. 판타지 소설의 마녀처럼 도마뱀 꼬리와 비늘로 마법 약물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기에, 오히려 이 소설에 어딘가에서 일어날 법한 현실성을 만들어냈다.

죽기 직전, 그 하루를 반복하며 진범을 찾아내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서라면 죽음을 불사할 수 있는 건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녀이기에 가능한 선택 같았다. 그래서 소설을 이루고 있는 이러한 설정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저택의 내부 평면도와 살인 현장과 같은 삽화가 독자가 사건을 상상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그려져 있는 점도 좋았다.

미스터리와 추리, 그리고 약간의 판타지가 균형 좋게 맞물린 소설을 읽고 싶다면 『영겁관 초연속 살인사건 마녀는 X와 죽기로 했다』는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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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판박이
아베 코보 지음, 곽형덕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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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일그러진 거울에 일그러진 모습이 비치는 것은 오히려 도리에 맞다.

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보통의 인간이 아닙니다. 화성인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도망친다. 사람들이 상대를 안 해주니까 도를 아십니까,에서 저는 화성인입니다로 노선을 틀은 사이비인가 싶으면서도 그저 미친 사람인가 생각도 할 것이다. 사이비든 미친 사람이든 상종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므로 사람들 틈으로 섞여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러고는 만난 친구에게 야야,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앞서 화성인이라 지칭한 이의 말을 따라하며 깔깔 웃어댔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 속 ‘나’의 상황은 좀 달랐다.

화성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가 시발점이었다. 남자는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성인 남성 세 명이 달라붙어도 막을 수 없는 난폭한 사람이라고 했다. 절대 집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되는 미친놈인 게 분명한데, 30분 안에 반드시 데리러 오겠다는 보험을 약속받았다. 게다가 남자는 ‘나’의 라디오 방송 ‘안녕하세요 화성인’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나’는 남자를 집 안으로 들이며 그와 대화를 한다.

『인간 판박이』는 ‘나’와 남자의 대화로 전부 이루어진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그들의 대화를 천천히 읽다 보면 정신을 제대로 붙잡아 둘 수가 없다.

자신이 화성인이라며 정체를 밝혀온 남자는 화성협회 토지 분양 촉진과의 다나카 이치로라고 했다. 명함까지 반듯하게 준비하는 미치광이라니. 그가 ‘나’와 대화를 하며 언급하는 단어들 또한 심상치 않다. 작가가 독자적인 세계관을 꾸려 만들어낸 세계관 설정처럼,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단어에는 그럴듯한 의미가 담겨 있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SF 세계관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 같다. A가 사실은 A가 아니라 B라고 해도, 그 세계관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소설 속 ‘나’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나까지도 화성인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꽤 그럴듯한 궤변에 설득되고 있었다.

가스라이팅이 이렇게 무서운 법이다.

나는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어렸을 때 마법 소녀가 되고 싶어 그 행동을 따라 한 적은 있어도, 스스로를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믿으며 살아본 적은 없다.

그런데 내가 동경했던 마법 소녀도, 화성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도 ‘인간’처럼 생겼다. ‘인간’처럼 생겼으니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해도 미친 사람처럼 보일 뿐이다.

“거의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인가요?”
“맞아. 완전히 판박이야.”

인간 판박이.

어떤 존재는 인간이 아님에도 인간과 똑닮은, 인간 판박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인간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할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며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답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참 이질적이지 않은가.

의심, 혼란, 그리고 불안으로 ‘미치광이’가 된다면,

...들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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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배명은 지음 / 고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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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겁이 없는 편에 속한다. 공포 영화에서 큰 소리와 함께 귀신이 깜짝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공포 영화를 보는데 슬퍼서 눈물을 흘린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공포 영화에서 귀신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 귀신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존재인데, 해를 입히기까지 하니 우리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끔 이 귀신이라는 존재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내가 왜 이런 말로 서두를 열었냐 하면, 배명은 작가님의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또한 나로 하여금 복잡한 감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일곱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호러 단편집은 각 단편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다채롭다.

소설에서 한국의 토속적인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데, 그 토속적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단편을 하나 꼽아보자면 가장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매혹」이라는 이야기다.

정우는 친구에게서 농사일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내 서은과 함께 천룡리라는 마을로 귀농을 하게 된다. 이 천룡리에는 마을의 안녕을 위해 천 년 묵은 지네에게 처녀들을 제물로 삼았다는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보물님이라는 천녀님을 믿고 있었다. 정우는 그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고, 온순했던 아내 서은이 제게 반항하는 이유가 그 천녀님이라는 여자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분노에 사로잡힌다.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제사. 그리고 ‘천녀님’.

이 이야기를 읽으며 느끼게 되는 불안과 초조, 그리고 ‘천녀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심은 우리가 이 토속적인 정서에 익숙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알고 있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니, 기이하기까지 하다.

배명은 작가님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인 망사랑이 담겨 있는, 이 단편집의 제목이 되어준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동해는 부광시에서 개최되는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그곳으로 귀농하게 된 교수의 집에서 며칠 묵기로 한다. 그는 마을 외곽의 측백나무들 사이에 있는 붉은 벽돌집과 함께 교수의 딸이 집에 있는지, 있다면 잘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도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교수는 이 말을 동해에게 듣게 되면서, 자신의 딸이 며칠 휴가 내고 여행을 갔다며 도해를 스토커 취급한다.

ー우리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 절대로.

내가 공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고 했던가.

측백나무로 둘러싸인 붉은 벽돌집은 음울하고 습한 분위기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때로는 이 축축한 풀 내음이 코를 찌르며 눈물을 흘리게 만들 때도 있는 법이다.

가을의 바람과 함께 읽은 이 책의 이야기는 서늘한 감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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