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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배명은 지음 / 고블 / 2026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겁이 없는 편에 속한다. 공포 영화에서 큰 소리와 함께 귀신이 깜짝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공포 영화를 보는데 슬퍼서 눈물을 흘린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공포 영화에서 귀신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 귀신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존재인데, 해를 입히기까지 하니 우리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끔 이 귀신이라는 존재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내가 왜 이런 말로 서두를 열었냐 하면, 배명은 작가님의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또한 나로 하여금 복잡한 감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일곱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호러 단편집은 각 단편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다채롭다.
소설에서 한국의 토속적인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데, 그 토속적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단편을 하나 꼽아보자면 가장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매혹」이라는 이야기다.
정우는 친구에게서 농사일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내 서은과 함께 천룡리라는 마을로 귀농을 하게 된다. 이 천룡리에는 마을의 안녕을 위해 천 년 묵은 지네에게 처녀들을 제물로 삼았다는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보물님이라는 천녀님을 믿고 있었다. 정우는 그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고, 온순했던 아내 서은이 제게 반항하는 이유가 그 천녀님이라는 여자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분노에 사로잡힌다.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제사. 그리고 ‘천녀님’.
이 이야기를 읽으며 느끼게 되는 불안과 초조, 그리고 ‘천녀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심은 우리가 이 토속적인 정서에 익숙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알고 있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니, 기이하기까지 하다.
배명은 작가님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인 망사랑이 담겨 있는, 이 단편집의 제목이 되어준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동해는 부광시에서 개최되는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그곳으로 귀농하게 된 교수의 집에서 며칠 묵기로 한다. 그는 마을 외곽의 측백나무들 사이에 있는 붉은 벽돌집과 함께 교수의 딸이 집에 있는지, 있다면 잘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도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교수는 이 말을 동해에게 듣게 되면서, 자신의 딸이 며칠 휴가 내고 여행을 갔다며 도해를 스토커 취급한다.
ー우리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 절대로.
내가 공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고 했던가.
측백나무로 둘러싸인 붉은 벽돌집은 음울하고 습한 분위기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때로는 이 축축한 풀 내음이 코를 찌르며 눈물을 흘리게 만들 때도 있는 법이다.
가을의 바람과 함께 읽은 이 책의 이야기는 서늘한 감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